[산책단상] 비가 데려다 준 그곳에서 만난 아이

by 필이


비가 내립니다.


아침부터 센치해진

필이가

빗속을 걷습니다.


빗방울 머금은 꽃잎도

동그라미 만드는 빗방울도


모두모두

반갑다 인사합니다.


동그라미

담으려는 순간

톡!

하고 터져버립니다.


동그라미는

땅으로 떨어져

더 큰 동그라미를 만듭니다.



가슴이 이상합니다.

뜨거움이 회오리감자처럼

돌돌 말려올라옵니다.


소가락 끝까지 차올라

레이저 광선이라도

쏘아댈 것만 같습니다.


더 큰 동그라미 속에

필이가 들어갑니다.


블랙홀이 우주를 빨아당기듯

동그라미는 필이를 데려갑니다.

.

.

.


동그라미가 데려간 곳은

시골 외할머니집입니다.


어린시절

필이 마음밭을 데워주던

외할머니가 계신 그곳.


햇살 가득한 툇마루에 앉습니다.

언제나 따스한 외할머니집

툇마루 가득 햇살이 비칩니다.


햇살은

이 빛은

필이를 감싸주며

자장가를 불러줍니다.


필이는

햇살 이불 덮고

잠이 듭니다.


평화로운 오후입니다.



동그라미가 데려다준 세상

비가 데리고 간 그곳에서


햇살과

동무하며 놀던

그 옛날의 필이를

어린 필이를


외할머니집 툇마루에

잠든 필이를

어린 필이를


햇살이 들려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잠든 필이를

그 옛날의 필이를



동그라미로 만든 세상

비가 데려다준 그곳에서


잠시

아주아주 잠시

쉬다 옵니다.


빗소리 들으며

햇살 받으며

잠깐

아주아주 잠깐

쉬다 옵니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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