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어느덧 열다섯 번째 편지가 되었구나.
네가 그랬지?
시간이 쓱쓱 지나간다고.
그러게다 말이다.
이럴 줄 알았다.
덥다 덥다 하다가
찬바람이 분다 싶으면
이런 기분이 될 줄 말이다.
11월 마지막 주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단 한 장의 달력만이 남는다.
기분이 이상하구나.
넌
친구들과 1월에
술을 마실 거라고 하더구나.
졸업식이 12월 말이라
그땐 성인이라면서
친구들과 계획을 세운다고 했지.
엄마는
만 나이가 안돼서 안될 거라며
놀렸다.
사실 말이다.
엄마는 고등학교 졸업식
하기도 전에 술을 먹었단다.
네가 너무 모범생인 건지
엄마가 좀 노는 학생이었던 건지,
새삼 그 옛날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졸업식이 2월이 아니라
참 아쉽다.
12월이라는 어정쩡한 달에 졸업이라니.
중학교 때도 그랬지?
엄마보다 넌 더 싫어했지.
12월 졸업식을 말이야.
1~2월은 중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도 아니라며
별로라고 그랬지.
이번에는 그때보다는
괜찮은 거지?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니지만
넌 너잖아.
이제 성인이고 말이야.
이번에는 엄마가
12월 졸업식이 너무 싫다.
왠지 네가 쑥 커버린 것만 같고
금방 떠나버릴 것만 같고.
졸업식을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지만
엄마 마음은 그렇지가 않구나.
금방 떠날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다.
네가 엄마 곁을 떠나는 건
졸업식과는 상관없지만 말이다.
엄마는
고등학생으로 너와
좀 더 있고 싶은 모양이다.
조금은
조금은
늦게 컸으면 좋겠는
이상한 마음이다.
고등학생으로 엄마와 있는 것과
졸업하고 성인으로 있는 것은
그 느낌부터가 다르구나.
갑자기
엄마 기분이 이상해진다.
졸업식을 한다는 것뿐인데
어찌 금방 엄마 곁을 떠날 것만 같은지 모르겠다.
아직 대학 입학 발표도 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참,
그러고보니
이제 대학 발표도 다가오지?
너에게 묻지는 못하겠다.
네가 부담스러울까 봐.
말하지 않아도
네 마음이 어떨지 느껴지니깐.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아니, 운동은 꾸준히 했지만
고강도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다.-
아무튼
네 모습이 더 활기차 보여서 좋구나.
어제도 팔뚝에 힘을 주며
무슨 근육인가를 만져보라고 하더구나.
그러면서
어쩜 그리도 환하게 웃니.
배는 어쩔거냐며 놀렸더니
넌 엄마 배를 공격했지.
ㅎㅎㅎㅎㅎ
지금 생각하니
재미있는 순간이다.
예전에는 이런 재미있는 순간을 기억했다가
'아들과엄마'로 글을 썼는데 말이다.
지금은
엄마의 영감이 좀 침체된 상태다.
이해해주겠니?
퇴고다 뭐다
바쁜 요즘이라.
아참,
그러고보니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넌
엄마 글 쓰는 것에
영감을 많이 준다.
알지?
글 쓸 때, 뭔가 막힐 때,
너랑 이야기하면 풀린다는 것 말이다.
너와 대화하다보면
글이 떠오르기도 하고.
막힌 글이 술술 풀리기도 하고.
넌 신기한 능력의 소유자다.
어제는 아예
엄마 퇴고를 마무리 해주었지.
엄마 공저 시집
첫 독자, 아들.
최종 마무리를 위한 시 퇴고.
너와 함께 했지 않니.
시를 고르고 다듬던 때부터
넌 함께 했잖아.
그러니
이번 공저 시집은
너와 함께 만든 책이다.
고맙다.
아들아.
어제 장난처럼
니가 서울 가면
영상 통화로 만날 너에게
물어야겠다고 했잖아.
진담인지도 모른다.
ㅎㅎㅎㅎㅎ
너와의 추억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편지를 쓰기 시작했건만
편지 쓰기가 자꾸 미뤄지더구나.
엄마 마음 한 구석에서
너에게 쓰는 이 편지를
미루고 싶은 마음이 자꾸 생겨난단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너와의 헤어짐 때문인 것 같다.
편지를 쓰다보면
너와 이렇게 함께 하는 날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거든.
평소에는 아닌척 모르는척 장난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지나갈 수 있는데
편지를 쓰면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오롯이 너만 생각하며 쓰는 이 편지는,
그래서
더더욱 이 순간이 소중해지는 이 편지는,
너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을 생각하게 한단다.
그리고
엄마 품을 떠날 날이 다가옴을 느끼게 해준단다.
그래선가 보다.
편지를 쓰고 싶으면서도
쓰기 싫은 마음은.
그래도 편지를 쓴다.
너와의 약속이니깐.
엄마와의 약속이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 편지를 엮어서 네게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번에 말이다.
미션으로 개인 출판 하는 것 말이다.
그것을 '아들과엄마'로 했단다.
단상집을 만들까 생각도 했지만
'아들과엄마'를 하고 싶더구나.
이 책을 너와 나, 아들과 엄마가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모두 모으고
퇴고하면서 다시 읽고 또 읽다보니
너와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구나.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하고.
2025년.
올해 참 많은 일이 있었지?
산불에 수해에.
고3인 것까지.
엄마와 같이
서도밴드 공연 다녀준 것도 너무 고맙고
엄마 책 나온 거
많이많이 축하해준 것도 고맙고
힘든 고3 생활.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은,
말로 못하겠다.
조금 있다 네가 일어나면
꼭 안아줘야겠다.
엄마 학교에 아이들이
감기다 독감이다 많이 걸려
너를 안는 걸 안하고 있잖아?
혹시라도 모를 바이러스가
엄마에게 묻어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래도
오늘 아침은 널 꼭 안아줘야겠다.
고생했다.
아들아,
아직 발표도 남았고
남은 준비도 많겠지만
그래도 꼭 안아주련다.
사랑한다.
예쁜내새끼.
어?
끝이 이게 맞나?
쓰다보니
또~~~ ^^;;
그럼,
우리 오늘도 신나는 하루 보내자.
엄마 학교에 일이 많아
쪼까 힘들지만
그래도 힘낼 거다.
쓰레기를 안고 있지 않을 거다.
아자아자!
아무래도 끝이 이상해~~~
^^;;;;
2025년 11월 25일.
화요일. 장날이구나!
언제 너랑 장날 구경 같이 하고 싶다.
별것 없는 작은 시골장이지만
그래도 너와 함께 하고 싶다.
^^
너와 하고 싶은 것
하나 추가요!
^^*
널 무지막지 사랑하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