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 평화로운 아침^^

by 필이

아들아,

열여섯 번째 편지를 쓴다.


지금 네 코고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리고 있다.


참 이상하다.

이 편지를 어떻게 시작할까

많이 생각했단다.


좋은 이야기도

조금은 슬픈 이야기도 있어서

어떤 것으로 시작해야 할까

살짝 고민했단다.


그런데

참 우습게도

너의 코고는 소리로

시작을 하고 있다.


어떻게 편지를 시작할지

고민한 것이 우습게도 말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거실에 앉은 엄마에게

네 방에서 흘러나오는 코 고는 소리가

너무도 평화롭게 들리기 때문이다.


피곤했나 보구나.

그래,

피곤했을 테지.


넌 어제

학교에서 3학년 단체로

뮤지컬 관람을 하고 왔다.


부산에서 하는

3시간 짜리 뮤지컬이라고 했지.


오며 가는 시간이며

모처럼 동무들과 어울려

재밌었다고 했지.


다녀와서 엄마에게

많은 말을 해주었다.


차를 타는 순간부터 시작된

너의 이야기는

엄마가 서도밴드 공연을 직관하고 왔을 때

쉴새없이 떠들던 때와 비슷하더구나.


감동이 주체가 되지 않아

말하지 않고는 안되는!

앗!

서도밴드 공연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 덜한 것도 같다.


너의 감동이 말이다.

예전에 학교에서 간부수련회로

제주도를 다녀왔을 때는

서도밴드 공연에 버금갈만 했다.


이번에는 그것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

덜한 느낌이 들었다는 말이다.


이건 마구 엄마 생각이다.

^^;;;;


<위키드>라고 했니?

아주 유명한 뮤지컬이더구나.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 도로시가 아닌

주변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했지.


"엄마, NPC알아? 그걸 알면 설명하기 좋을텐데 말이야."


갑자기 이 부분을 쓰니

이 이야기는

너에게 쓰는 편지가

아니라 [아들과엄마]로 풀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미 이만큼 써버렸으니

어쩔 수가 없다.

기회가 되면 [아들과엄마]로도

풀어보도록 하마.


오늘은 이 편지로 만족하자. ^^


사실,

NPC라는 단어도 기억이 나지 않아

조금 전에 AI에게 물어보고 왔단다.


네가 설명해준 의미는

기억이 나니깐 말이다.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의 이야기.

숨겨진 이야기.


그것에 대해 말하며

뮤지컬의 웅장함에 대해서도

말해주었지.


사람이 리프트를 타고 날아다녔다는 둥

뮤지컬 스케일이 크고 웅장하다며

말하더구나.


너의 목소리에는

그 웅장함의 감동이 묻어 있었고 말이다.


상상만으로 그 웅장함을

같이 느끼려니 이것참!


그러면서 우리가

제일 처음 봤던 뮤지컬을 떠올렸잖니.


너와 처음 본 뮤지컬,

<번개맨>


네가 여섯 살 때였지.

서울에서 하는 뮤지컬을 보기 위해

우린 서울로 갔다.


그때는 배우들이

날아오르지는 않았지만

무대 여기저기에서 나와

관객들 사이를 다니기도 했지.


우린 그것도 신기하다며

놀라워하고 박수를 치고 환호했잖니.


그때 번개맨 풀세트를

샀던 기억을 소환하며

우린 또 웃었다.


네가 번개맨 옷을 입고

놀던 생각이 엄마를 행복하게 한다.


그 옷이 작아져

더이상 입을 수 없게 될 때까지

넌 소중한 보물처럼 그 옷을 아꼈지.


귀여운 녀석.

이렇던 녀석이 언제 이만큼 컸는지.


앗,

또 말이 다른 데로 샜구나.

아하하하하


이렇게 쓰다보니

네가 이번 뮤지컬을 보고 느꼈던 감동이

엄마가 서도밴드 공연을 보고 느꼈던 감동과

어쩌면 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소중한 추억 하나

더 만들어준 학교도 고맙다.


어느새

네 코 고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엄마가 네 코 고는 소리에 대해서

쓴 걸 알아챈 거냐?

ㅎㅎㅎㅎㅎ


이 편지의 시작은

어제 저녁 느꼈던

엄마의 마음에 대해 쓰려고 했다.


네가 부산에서 다녀오기에

7시가 넘어서 도착한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도 당연히.

네가 말해주었으니.


이상하게 퇴근시간이 다 되도록

퇴근하지 않는 엄마를 본다.


평소 칼퇴를 고수하던 엄마가

어쩐 일인지 퇴근 시간이 다 되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않더구나.


퇴근 시간을 넘기고야

집으로 돌아왔다.


불 꺼진 집.

낯설더구나.

이미 알고 있는데도.

네가 아주 간 것이 아닌데도.

잠시 후면 돌아오는데도.


그런데도

낯선 어둠이 엄마를 밀어내더구나.


이런 느낌이겠구나.

네가 없는 이 집은.


불부터 켰다.

휑~한 바람이 불더구나.

텅빈 바람이

엄마 마음도 비워버리더구나.


한참을 식탁 의자에 앉아있었다.

멍하니.

짐도 풀지 않고 앉은 채로.


이 공간을 채워줄

서도밴드 유튜브를 찾았다.


그것만이 살길인 것처럼

더이상 마음이 꺼지지 않도록

구원해줄 밧줄처럼.


그렇게

서도밴드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서야

엄마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가 없다는 건

이런 것일까.

곧 다가올 이별에

미리 겁먹고 있는 걸까.


어떤 분은 자녀가 아예

해외로 간다고 했다는데

그 분은 어떻게

이 공허함을 준비하고 있을까?


가족을 다 알지 못하니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아이가 해외로 간다면


지금보다 더 큰 구멍이

아예 엄마를 삼켜버리지 않을까?

아무 생각조차 못하도록?


새삼

한국땅에 있어줘서 고맙다.

서울이라도

또 다른 지방이라도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이 고맙다.


너와 나.

단둘이어서 그런 걸까?

둘이서 살아온 세월이 너무도 많아

이제 각각의 하나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리도 큰 구멍을 만드는 걸까.


이겨 낼 거다.

아니 이 시간조차

엄마 시간으로 만들도록 할게.


그래서

내년에 ≪빨간목욕탕≫이

연극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은

기쁜 소식이다.


엄마를 바쁘게 해줄

정신이 없어 외로울 틈도 없게 해줄

행복한 소식이다.


그치?


기뻐해줘서 고맙다.

축하해줘서 고맙다.

매 순간 함께 해줘서 고맙다.


아들아,

나의 아이야.


오늘 부산 북토크에도 함께 해주는 너.


북토크 장소인

탱자나무431에 다녀오고는

분위기도 좋고 사장님도 좋다며

너도 북토크에 함께 한다고 했지.


기대도 안하고

같이 갈래? 했더니

넌 아주 당연하다는 듯 응!

이라고 하더구나.


진짜 놀랐단다.

그리고 설레기 시작했단다.


아들이 함께 하는 북토크라니!

그것도 엄마 고향에서 하는!


이번 북토크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고맙다.

아들아.


이 편지의 시작을 고민하면서

최종 내린 결정은


가장 먼저 ≪빨간목욕탕≫

연극 무대 오르고


그것의 희곡도 연출까지

엄마가 하게 된것에 대한 기쁨


축하해주는

너에 대한 고마움을 쓰려고 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마음에 구멍이 난듯

허전했던 이야기를 쓰고

이 북토크이야기로 마무리를 해야지~

라고 했다.


그것이

네 코 고는 소리로 시작이 완전 달라진 거다.


네게 편지를 쓰기 위해

앉은 엄마에게 전해지는 너의 코 고는 소리가


너무도

너무도

너무도 평화로워서

안 쓰고는 안되겠더구나!


이것이 또 편지의 묘미가 아니겠니.

재밌다.


너무 길어졌구나.

할말이 이렇게나 많아서야.

^^;;;


이제 곧 네가 깰 거다.

그 전에 편지를 마무리 하마.


아들아,

나의 아이야.


고맙다.

엄마 아이로 와줘서.


아니

어느 분이 그러셨다.

우주에서 네가 엄마를 선택해서 온 거라고.


고맙다.

나의 아이야.

엄마를 선택해줘서.


이렇게나 아프고 삐그덕거리는 엄마를

네가 살게 해줬다.

네가 살려줬고 살 수 있게 해줬다.


고맙다.

나이 아이야.


네가 엄마 품을 떠나

너의 세상을 만들어도 우린 언제나 연결된 존재다.


네가 엄마를,

이 엄마를 선택해준 순간부터

우린 연결된 존재로 살아간다.


고맙다.

나의 아이야.


아!

이제 그만하자.

끝은 짧아야 해.

더 길어졌다가는

다시 신파극이 될 판이야.


이제 그만!

^^;;;;


아들아,

우리 오늘 부산 나들이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자.


엄마 북토크에 함께 하는 아들이라니.

엄마에게 너무도 큰 선물이다.

너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잘 다녀오자.

고마운 내새끼.

예쁜내새끼.

^^*



2025년 11월 29일 토요일.

부산 북토크를 앞둔 아침 7시 35분.


너의 코 고는 소리가

언제부터 안 들렸는지 모르겠다.


네가 곧 깨어날 시간이라 그런 건지

아님

엄마가 글로 썼다는 걸 눈이 챈 건지

ㅎㅎㅎㅎㅎ


재미있는 아침이다.

어제 저녁 공허함을 다 날릴만큼

행복한 아침이다.


고마운 내새끼

예쁜내새끼


오늘

멋지게

재밌게

신나게

행복하게

보내자꾸나.


널 너무 많이

사랑하는 엄마가

^^*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