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잔소리 대마왕이 산다.
이 녀석은 키도 삐죽 크고
생기기도 잘 생겼다.
누구네 자식인지 참 잘났다.
필이네 자식이라고 차마 말은 못하고
아하하하하
잔소리 대마왕.
이 녀석의 만행을 고발한다!!!
"엄마, 밥 먹을 때 폰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어? 너도 태블릿 보잖아!"
"이건 그냥 보는 거고, 내가 보는 거는 말 안하잖아. 댓글 달고 인스타 하고 그건 아니잖아. 손에 들고 한다고 밥도 안 먹고. 영상 보는 거 뭐라 한 적 있어?"
"어..... 없지."
"밥 먹을 때 밥 먹자!"
"어."
폰을 하면 얼마나 한다고
밥 먹는데 잔소리를 하느냔 말이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든다는데.
뭐?
개가 아니고 사람이니깐
잔소리한다고???
이런이런
이날 이후부터
밥 먹을 때
폰을 아예 멀리 가져다 놓는다.
그러지 않으면
저절로 손이 간다.
나의 사랑 나의 핸드폰에게로!
어?
엄마가 폰 중독이었던 건가??
"엄마, 과일즙 먹었지?"
"어...... 먹을게."
"안되겠다. 내가 먹을 때 엄마 거까지 챙겨줄게."
"아니야, 엄마는 엄마가 알아서 먹을게. 너나 먹어."
"괜찮아. 내 먹을 때 엄마 것도 함께 챙기면 되는데 뭐. 자, 이거 먹고 해."
"어, 거기 놔두면 있다가 마실게."
"엄마!"
"어?"
잔소리 대마왕이 정색을 하고
부를 때면 긴장해야 한다.
잔소리 폭탄이 쏟아질 예고이므로!!
"엄마, 이거 몸에 좋은 거잖아. 아빠가 기껏 보내준 건데 왜 안 먹노. 맛 없다고 안 먹으면 되나? 몸에 좋은 거는 맛이 없다고 엄마가 전에 그랬잖아. 엄마 자꾸 이렇게 안 먹으면.....!한 번에 두 팩씩 준다."
"아니아니. 먹을게. 지금 바로 먹을게. 엉, 잘 먹을게."
나 왜 떨고 있냐.
저 맛없~~삐...한 것을 한 번에 두 팩씩!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데
이 잔소리 대마왕은 두 팩씩 먹는다.
아빠가 보내준 소중한 것이라면서!
그래그래 잘한다.
이렇게 먹으면 금세 다 먹겠지?
아예 세 팩씩 먹는 건 어떠냐?
요즘 아들녀석과 산책을 종종 한다.
일요일,
아이가 혼자 탐험하며 갔던 길로
산책한다.
새로운 길이다보니
새로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나도 모르게 폰을 켜고
새로운 모습을 담는다.
"엄마, 앞을 보고 걸어야지. 그렇게 막 가면 어짜노. 넘어질 뻔 했잖아. 제발 조심 좀 해라. 조심!"
"어, 미안. 신기해서. 헤헤."
그렇다.
돌을 쌓아다가 기둥을 만들어 놓았는데
거기에 예쁜 꽃이 피어 있다.
그게 너무 신기하다.
그것만 쳐다보며 사진을 찍다가
넘어질 뻔한 거다.
극적으로 울 아이가 엄마를 잡아준다.
생명의 은인인가?
아하하하하
"그라고 엄마, 배수구 이런 건 밟지 마라. 어떤 거는 빠지기도 하더라. 잘못하면 또 넘어진다."
"어."
그러고보니 엄마는
배수구 위에 서 있다.
본인이 배수구 위에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풍경 담느라
그것에 빠져가지고는!
아들 녀석과 같이 밖에 나가면
대마왕의 잔소리는 더 많아진다.
엄마가 워낙
잘 넘어지고 잘 다쳐서 그런가??
아무튼 잔소리 대마왕이다.
노트북에 앉아 한창
글쓰기 삼매경 중이다.
"엄마, 어깨 펴야지. 이러다 거북목 된다. 등도 굽고. 등을 펴야지. 옳지. 그래. 목도 펴고."
아들 녀석이 어느새
엄마 뒤에 서서는
어깨랑 목을 주무르기 시작한다.
"아오, 시원타. 글자가 잘 안 보이니깐 자꾸 고개를 숙이게 되네."
"안 보이면 쉬어야지. 노트북 그만 하고."
"......."
"엄마, 등 마사지 하나? 셀프 기계 산 거 어딨노?"
"아,맞다. 그게 있었제. 까묵고 있었네."
"이거 해라. 내가 자주 못 주물러주니깐. 자, 여기. 작동하는 법은 알제?"
"그래, 해봤다아이가."
"그래, 이거 자주 해서 어깨랑 목이랑 풀어줘라. 고개 숙여서 하지 말고!"
아들 녀석은 어디서 찾았는지
셀프 훅 마사지 기계를 찾아다
책상 위에 두고 간다.
어깨 펴서 하라고.
마지막까지 잔소리를 하면서!
우리 집에는
잔소리 대마왕이 산다.
자신이 잔소리 대마왕인 줄 모르는
그저 엄마를 챙겨주는 것뿐인
그런 멋진 녀석이 우리 집에 살고 있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