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못하는 엄마와 사는 법

by 필이

"원아, 너 달걀프라이 먹을 거니?"


아이는 엄마를 멀뚱멀뚱 쳐다보다 엉뚱한 대답을 한다.


"달걀 산지 오래 되지 않았어?"


"어...... 안되겠다. 너 배도 아프다는데 먹지 마라. 아무래도 날짜가 지나서 안 먹는 게 낫겠다."


이번에는 아이가 대답할 세도 없이 문을 닫고 나온다.


냉장고 신선실에 있는 달걀 5개를 꺼낸다. 기름에 튀기듯 바짝 굽는다. 이걸 달걀프라이라고 해야 할지 달걀프라이 '튀김'이라고 해야할지 난감하다.


달걀을 사놓은지 한 달 하고도 훨씬 지난다. 아이는 학교에서 점심을 잘 먹고 저녁으로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는다. 벌써 몇 년째다. 지독한 녀석!


그러다 보니 엄마도 저녁으로 간단하게 먹게 된다. 더군다나 한 달에 한 번 단식을 하면 일주일을 거의 제대로 먹지 않으니 냉장고에 반찬이 남아돈다.


달걀 한 판 사놓은 게 언제인데 여태 반도 넘게 남은 거다. 모처럼 달걀프라이가 먹고 싶었건만 두 개 정도 먹고 나니 먹기가 싫다.


돼지고기 김치찌개, 양념콩잎, 조미김, 매운고추 2개, 쌈장, 물김치 거의 다 먹어가서 조금 남은 것, 그리고 달걀프라이 5개.


오늘 점심 반찬이다. 거슬린다. 거슬린다. 거슬린다. 콩잎도 상에 늘 오르지만 한두 잎, 엄마만 먹으니 늘 다시 제자리. 솔직히 김치찌개와 조미김 말고는 먹을 반찬이 없다. 거슬린다. 거슬린다. 몹시도 거슬린다.


"원아, 니는 엄마가 요리를 못해서 나중에 혼자 있을 때 엄마 생각하면 떠오르는 요리가 없겠다. 나는 엄마가 해준 미역국 생각 많이 나는데, 다른 것들도……."


요리 못하는 게 콤플렉스마냥 따라 다닌다. 아니다. 요리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제대로 된 밥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다.


요리 잘하는 집을 보면 부럽다. 다른 것보다 아이에게 맛있는 걸 손수 해주는 그 정성과 사랑이 부럽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손에 밀가루 묻혀 가며 뭔가 만들고 했던 것 같은데. 기분이 그래서인가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엄마라는 생각에 울적해진다.


"왜? 엄마 나 어렸을 때 많이 해줬잖아?"


"어?"


"밥 피자, 그런 것도 해줬잖아. 밥에 야채랑 많이 넣고. 그거 맛있었는데."


"아, 맞다. 그때 아이 뭔가 요리책 사다가 만들었지. 맞다. 맞다. 그걸 기억하네?"


아이 말에 그래도 엄마 자격 실격은 아니라는 생각에 기쁨이 꿈튼다. 꼬물딱꼬물딱.


"엄마표 갈비도 맛있는데?"


"아, 까만 고기? 맞다. 그거 안해먹은지 꽤 됐네."


갈비 양념을 좀 까맣게 한다고 까만 고기다. 아이는 이걸 '엄마표 갈비'라고 부른다.


엄마가 울적해하는 걸 알고 그런 것일까. 아이는 요리 두 가지 겨우 생각해냈을 뿐인데도 좋아하는 엄마를 보며 안도하는 듯하다.


제대로 된 요리가 아니어도 맛있게 먹는 아이가 참 고맙다. 반찬 투정 없이 잘 먹는 아이가 참 고맙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과 국을 먹고 자랐으면서 아이에게는 이렇게나 제대로 먹이지 못한다는 생각이 늘 움츠러들게 한다.


누군가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요리를 다 잘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참 난감하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요리한다는 말을 들으면 주눅들기 바쁘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걸까?


얼마 전에는 옆반 선생님이 파김치를 담았다며 맛이라도 보라고 반찬통에 조금 준다. 그걸 우리 아이가 너무 맛있게 잘 먹는다.


"원아, 파 한 단 사다가 엄마도 파김치 담을까? 작년이가 재작년이가 담아서 먹었잖아."


"아니."


1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어. 그때 너무 많아가 먹는다고 힘들었제."


쪽파 한 단 사다가 파김치를 담았건만 무슨 양이 그렇게나 많은가. 나름 파김치 담았다고 옆반 선생님 좀 줬더니 선생님 하는 말.


"쌤, 파김치에 참기름 넣었어요?"


"네, 많이 넣었어요. 고소하라고."


"파김치에 누가 참기름을 넣노. 푸하하하하."


모든 반찬에 참기름을 넣으면 좋은 줄 알았다. 낭패다. 그 때 그 파김치를 질리도록 먹은 아이는 더이상 파김치를 담지 말라는 것이다. 파김치 담는 양푼이도 사놓았는데. 그럼 저건 어쩌나. 엉뚱한 걱정이다.


"엄마, 밥 먹고 아이스크림 먹을까?"


"어? 좋지."


아이는 엄마 기분을 너무 잘 안다. 이것조차 미안하다. 아이는 이미 요리 못하는 엄마와 사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에고 녀석.

미안하다.


맛있는 요리는

돈 주고 사먹어라.

니가 벌어가. 엄마도 좀 사주고.

하하하하하.


꿀꿀했던 기분은

아이스크림의 시원한 달콤함으로

다 사라지는 마법!

하하하하하


그래도 함께 있는 동안 뭐라도 해먹어야겠다. '엄마'라고 하면 떠오르는 요리가 그래도 몇 가지는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