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by 필이

"엄마, 이번 주에 과외하고 바로 머리하러 다녀와도 될까?"


"어."


아이는 인근 소도시에 가서 머리를 한 번 하고 오더니 이후에는 동네에서 머리를 하지 않는다.


"머리가 확실히 달라. 처음에 영양젠가? 그런 것부터 발라가지고 마사지 하듯이 하고 해준다니깐. 그래서 그런가? 스타일링 자체가 달라."


그만큼 비싸지 않느냐는 엄마의 말이 나올 걸 알았는지 아이는 바로 이어서 이야기한다.


"펌도 오래 가니깐 두세 달에 한 번씩만 머리 해도 되고. 결국 돈은 더 적게 드는 거랑 마찬가지야."


그런가?

산수에 약한 엄마는 아이의 말에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제 용돈으로 자기가 알아서 하는데 뭐라 말하겠는가. 이 말만 한다.


"엄마가 다른 건 말 안해도 이거 하나는 꼭 말하잖아? 돈이라는 게 아예 없으면 사람이 쫓기게 돼. 많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마음이 여유로워서 보는 눈이나 생각하는 거나 넓게 볼 수 있어. 당장 돈에 쫓기면 그렇지 못해. 마중물이라는 것도 알지? 마중물이 될 돈은 가지고 있어야 해. 그것마저 다 써버리면 돈에 쫓겨 다녀야 해서 아무것도 못해. 경제개념 없는 엄마지만 이 말만은 명심해. 알겠지?"


엄마의 유일한(?) 잔소리다. 아이가 자신의 용돈으로 무엇을 하든지 뭐라하지 않는다. 심지어 장학금 받은 것마저 아이가 어떻게 쓸지 다 결정한다. 아이가 노력해서 받은 것이니 당연하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론은, 오늘은 울 아이가 인근소도시로 머리하러 가는 날이라는 것이다.


과외를 마치고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한 게 12시 30분 경. 미용실 예약이 1시 30분. 우리에게는 1시간이라는 밥 먹을 시간이 주어진다.


주차장 바로 옆 '호이 식당'으로 간다. 문도 열려 있고 왁자지껄 사람들 소리도 들린다.


"손님 왔다. 손님."


한 분이 옆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분에게 말한다. 요리하던 분이 들어서는 우리를 보더니 환하게 웃는다.


"오늘은 장사 안하는데……."


"네?"


분명 문도 열려 있고 요리도 하고 있고 사람들 소리도 나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오늘 우리 집 잔치라 문 연 건데."


"네? 네."


아이와 손 잡고 다시 길을 걷는다. 오늘따라 날씨는 어찌 이리 더운가. 벌써부터 땀이 난다. 조금 더 가니 일본식 가정식 전문점이 보인다.


"오! 이거 깔끔하고 괜찮겠다. 이거 먹을까?"


"어."


아니 이게 웬일인가. 입구 양쪽에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엄마, 웨이팅해야 하나 봐."


"그렇네. 안되겠다. 그냥 가자."


몇 걸음 가니 이번에는 닭갈비 집이다. 고기 굽는 냄새가 제법이다. 배가 고파서인지 아이와 엄마의 발걸음은 저절로 닭갈비 집 앞에서 멈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거 맛있겠다."


아이가 먼저 군침을 흘린다.


"고기 굽고 하면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마음 편하게도 못 먹겠고."


"나는 빨리 먹을 수 있어."


"엄마는 빨리 먹는 건 좀 그런데? 이건 다음에 좀 여유있을 때 먹기로 하고 다른 데 가보자."


아이가 대답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빛에 얼굴이 달아 오르고 있으니 얼른 가게로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조금 더 걸어가니 분식집이 나온다.


"우리 예전에 저 집에서 밥 먹었잖아."


"그래? 기억도 안 난다."


"그렇겠지. 너 유치원 다닐 땐가? 그때니깐. 이 옆에 여기, 여기서 째즈 댄스 학원 다녔잖아. 토요일마다. 한 달인가 했나? ㅎㅎㅎ. 니 다리 찢기 하다가 울고. ㅎㅎㅎㅎㅎ"


"또 그 얘기다. 얼른 가자."


"그래. 일단 분식집은 빨리 나와서 먹을 수 있으니깐 찜 해놓고. 함 보자. 아! 저기. 2층에서 우리 일본식 돈가슨가? 카렌가? 먹었잖아."


"아, 카레."


"그래, 그때 맛있었다 아이가. 저 가보자."


윽. 맛있던 카레 돈가스 집은 2층이다. 그래도 맛있는 점심을 먹을 생각에 힘을 내서 계단을 오른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가.


"이 집은 아예 문 닫았네? 그라면 1층에 간판은 없애야지. 여까지 올라오게 만드노. 사람 다리도 아픈데."


울기 일보 직전, 평소보다 너무 많이 걸은 탓에 다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아이는 엄마 손을 꼭 잡는다. 계단 조심하라는 말도 잊지 않고.


역시. 역시다. 마지막 계단에서 그만 넘어질 뻔 하고 만다.


"니 아니었으면 엄마 또 엎어졌겠다. 마지막 계단 저거 와저렇노?"


괜히 계단 탓을 한다.

이제 한계다! 윽~~.


"어짜꼬? 여기 길 건너면 시장 안에 국숫집 있는데 거기 가볼까? 거기 김밥이랑 비빔밥도 맛있고. 아니면 아까 그 분식집에 가서 먹을까?"


"엄마, 다리 괜찮겠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우짜겠노. 여기까지 왔으니, 오랜만에 국수도 먹고 싶고."


어느 순간부터 사투리가 막 쏟아진다. 그만큼 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말!


"그라면 국숫집 가자."


언제부턴가 아이는 엄마 손을 꼭 잡는다. 아이 손을 잡으며 비틀 비틀 넘어지지 않게 잘 걷는다.


찻길을 건넌다. 오랜만에 오는 시장. 그런데 국숫집을 못 찾는다. 이곳에서 유명한 국숫집인데 그세 없어졌을 리는 없고. 가만 보니 평소 다니던 길과 반대 방향으로 들어서서 길을 헤맨 것이다.


아이와 엄마는 그렇게 시장 한 바퀴를 돌아 겨우 국숫집을 찾는다.


"저기다. 저기 있네. 아유참, 오랜만에 왔더니 길도 못 찾고. 빙~ 돌아가 와뿠네. 하하하하하."


그래도 이제 곧 시원한 냉국수를 먹을 생각에 힘이 난다.


아! 그런데 이게 또 무슨일인가? 가까이 다가가니 뭔가 수상하다. 한적하다 못해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이거 뭔가 이상하다.


"엄마, 오늘 쉬는 날이란다."


"어?"


"저기."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손바닥 펼친 것만한 종이가 붙어 있다.


'일요일은 쉽니다."


아~!


시간은 어느덧 1시가 다 되어 간다. 엄마의 걱정을 눈치라도 챈 것인가. 아이는 엄마를 달래듯 말한다.


"시간은 조금 지나서 가도 돼."


"어? 어."


아이와 엄마는 이제 더이상의 선택지가 없다. 찜해둔 분식집으로 돌아간다. 분식집은 울 아이가 한다는 미용실과 가깝고 음식도 금방 나온다. 이것이 최후 방법이다.


"엄마는 쫄면."


이렇게 하여 기나긴 사투 끝에 겨우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다 먹고 난 시간 1시 23분! 역시 분식집은 빨리 나와서 좋다.


아이도 엄마도 웃는다. 뭐가 웃긴지. 참.


아이는 머리하러 미용실로 가고, 엄마는 주차장 근처 카페로 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서로 이야기 한다. 아이는 자신이 간 미용실 예찬론자가 되어 또다시 머리가 잘 됐다며 자랑질이다. 엄마는 가만히 듣다가 한 마디 한다.


"그런데, 원아. 참 신기하다. 우리 아까 점심 먹으러 찾아 다닐 때, 그렇게 헤매고 하면 짜증이 날 건데, 와 짜증이 안 났을까? 평소였다면 다리도 아프고 덥고 짜증이 장난이 아니었을텐데. 왜 하나도 짜증이 안 났을까?"


그렇다. 의문이다. '가는 날이 장날'인 것처럼 그렇게나 헤매고 다녔는데도 짜증이 나지 않는다. 그 땡볕에 돌아다녔는데 말이다. 오히려 아이와 손을 꼭 잡고 탐험하는 것만 같다. 보물을 찾듯 우리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음식점을 찾는.


이유는?

사실 지금도 모른다.


울 아이가 꼭 잡아준 손 때문일까?

골목 골목 돌며 아이와 함께 했던 옛 추억을 떠올려서일까?


모른다.

지금도 모른다.

참 신기하다며 고개만 갸웃할 뿐이다.


아이는 컬이 잘 나왔다며 신나하고 엄마는 왜 짜증이 나지 않았을까 여전히 궁금해한다.

평화로운 오후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