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스물두 번째 편지를 쓴다.
사실 이 편지는 어제 써서야 했단다.
너에게 편지 쓰기로 약속한 날이었기 때문이지.
'아끼면 똥 된다'
는 선조들의 현명한 말씀이 떠오르는구나.
이 소식을
이 기쁨의 편지를
진작부터 쓰고 싶었단다.
그걸 미루고 미루다
결국 오늘에야 쓰고 있구나!
수욜밤
늦은밤
울엄마에게 다녀온 그 밤에
이 기쁜 소식을 듣고
다음날 바로 쓰고 싶었던 편지란다.
토요일,
너에게 편지를 쓰는 날짜가
남았다고 아끼고 아끼다 그만
요일을 넘기고 말았다.
어제는
너도 알다시피
엄마 컨디션이 영 아니었잖니.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단다.
울엄마에게 다녀온 날
장거리 운전에
새벽 4시에 잠들면서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피로가 풀릴 새도 없이
금요일 저녁,
극단 현장 연극 공연에
진행스태프로 다녀오고는
몸이 완전 뻗어버렸지.
학교에 아이들이 감기가 많이 걸려
엄마도 조심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피곤해진 몸은
감기가 들어오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 같다.
어젯밤에도 생강라떼로 몸을 달래며
일찍 잠들려고 했는데
또다시 새벽 2시 가까이에 잠들고 말았지.
어쩌겠니.
잠들려고 누운 시간이
이미 12시가 갓 넘어버린 것을.
그때 알고 말았지 뭐냐.
오늘이 서도님 생일이라는 것을!
다른 분이 올린 영상에 댓글을 달며 생각했단다.
이렇게나 멋지게 생축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필이는 안해도 되겠구나.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생일 축하를 해주겠지.
그렇지만 그냥 넘기기는 싫더구나.
남들이 어떻든
엄마도 축하하고 싶으니 말이다.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단다.
영상이니 사진이니
잘 하지 못하는 걸 붙들고 싶지 않더구나.
이미 본 영상이
혀를 내두를만큼 멋졌거든.
멋있다 하면서 주눅이 들더구나.
그러면서 생각했다.
내가 잘하는 걸 하자.
그래,
엄마가 잘하는 건 글쓰기다.
글로 표현해보자.
혼자 끄적이며
서도님 생일을 축하하더라도
못하는 거 붙들지는 말자.
못하는 거 붙들고
스스로 비교하고는 주눅들지 말자.
그러고나니 마음이 편하더구나.
그래서 글을 썼다.
끄적이 낙서.
네게 들려줬다.
넌 엄마 글은 참 편하다고 하더구나.
쉬워서 잘 읽어지고
그런데도 뭔가 머물게 된다고 하더구나.
엄마야 말로 너의 말에
뭔가 칭찬 듣는 것만 같아 한참을 머물렀단다.
기쁘다.
아들이 좋아해주는 엄마 글이라니!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할만큼
마음에 충만함이 올라온다.
고맙다. 내새끼~!
^^*
아니,
언제 또 말이 이렇게 흘러간 거냐?
오늘은 정말이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할 거라고 했건만.
ㅎㅎㅎㅎㅎ
너에게 보여주는 엄마 삶 자체가
네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엄마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앗!
이제 그만.
정말로 본론을 이야기하자!
알지?
엄마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축하한다. 내새끼야.
연세대 합격!
더 기쁘고 더 귀한 것은
단지 연세대이기 때문이 아니다.
네가 가길 원하는
곳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게다가 정말로 넌 혼자 해냈다.
담임 선생님이
서울에 면접 전문 학원을 추천해줬지만
그마저도 넌 유튜브니뭐니 찾아가며
혼자 해냈다.
스스로 해내는 힘!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말!
넌 그것의 표본이다.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관리하고
스스로 해내다니!
엄마는 놀랍기만 하다.
기적같은 일이라며 얼마나 기뻐했니.
엄마의 엄마.
그래 그날은 울엄마의 기일이었다.
네가 졸업하고 네 길을 가고 나면
더 가기 힘들어질 것 같아
할머니 보러 가자고 했지.
너는 흔쾌히 할머니에게 가겠다고 했다.
할머니에게 절하고
할머니가 주는 술을 음복하고 나니
기적같은 너의 합격 소식이 들린 거다.
정말 놀랍지 않니?
너도 놀라고
엄마도 놀라고
삼촌, 외숙모, 이모, 이모부, 사촌누나, 사촌 형.
그곳에 모인 모두가 놀랐단다.
모두 말했지.
할머니가 주신 복이라고
할머니가 너를 보살펴주시는 거라고.
그래 맞다.
엄마도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대기자 4번!
작년에는 추가 합격이 2번까지였다고.
그야말로 운에 맡겨야 하는 번호라고.
버린다고 버린 마음이었건만
그래도 미련이 기대를 하고 있었던가 보다.
그러니
너의 합격 소식에
엄마는 그만 눈물이 나고 말았다.
장하다. 내 새끼.
정말 장하다.
엄마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는
이 말 뿐이었다.
정말 장하다.
정말 장해.
엄마에게
그러니깐 너에게는 할머니께
축하 소식 가장 먼저 전할 수 있어서
또 기뻤단다.
너도 그렇지?
울엄마도
너도
모두 고맙구나.
이렇게나 부족한 엄마에게서
어찌 이런 아들이 나왔는지.
그러면서
울엄마에게 엄마는 어떤 딸이었을지
생각하게 된다.
많이 미안한 마음이다.
울엄마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너무도 크다.
앗!
그래 그만하마.
또 신파극을 찍을 수는 없으니.
울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은
언젠가 꼭 글로 풀어낼 거다.
알지?
엄마는 한다면 한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
그러고보니
넌 엄마 닮았구나?
아하하하하
잘난 것은 엄마 닮아서 그렇고
잘나지 않은 것은 왜그런지 모르겠다고 해야겠다.
아하하하하
기쁨으로 편지를 쓸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래, 너에게서
등록금이며 기숙사비 말을 듣고
속으로 놀라고 있는 건 또 사실이다.
걱정이 태산처럼 쌓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파란수영장 언니 말이 떠오른다.
아니 언니의 호통이지.
서울 면접 다녀오고 나서
돈 걱정이 되었던 터라 엄마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단다.
서울 보내려니 우리 형편에 걱정이 된다고.
그랬더니
언니가 나무라더구나.
사람이 돈돈 하면 안 된다고.
그러면 들어올 돈도 안 들어온다고.
필요하다 싶으면
돈이 다 들어오게 되어 있다고.
마음 편하게 갖고
아이 잘 될 수 있게 기도하라고.
평소 말투가 투박한 언니도 아니다.
다정스러운 말투를 하던 언니가
그 순간은 엄마를 되게 나무랐단다.
돈 걱정 하고 살지 말라고
따끔하게 혼내셨지.
언니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단다.
돈이라는 것이
걱정한다고 생기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미리부터 걱정을 하는가 하고 말이다.
그래,
엄마가 낭비하는 사람도 아니니
다 길이 생길 것이다.
비록 벌이가 남들의 반도 안 된다고
어디에서 비교하는 그래프까지 보내주며 분석해줬지만
그래도 우리 행복하게 살지 않니?
ㅎㅎㅎㅎㅎ
또 말이 다른 곳으로 샐랑말랑 한다.
이만 줄여야겠다.
기쁨 가득한 편지로 마무리하고 싶다.
옆반 선생님이 도와줘서 주문제작한
현수막이 네 학교 앞에 걸리는 거 보고나면
또 편지를 쓰마.
그땐 엄마가 너무 기뻐
우주로 다녀올지도 모르겠다.
하하하하하
2025년 12월 21일.
일요일 아침 8시 23분.
오!
네가 깨워달라고 한 시간이
다 되어 가는구나!
얼른 마무리 해야겠다.
예쁜 내새끼야,
장한 내새끼야,
서울 가서 지내다보면
너도 모르게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너를 만날지도 모른다.
그때는 엄마를 생각하렴.
남들과 비교하며
못하는 것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해내려는 엄마를 말이다.
엄마도 남들처럼
영상도 사진도 멋지게 만들고 싶구나.
그래서 서도님 생축도
아주 멋드러지게 하고 싶어.
하지만 이런 욕심은
엄마를 더 주눅들게 한단다.
그러니 남들이 잘하는 것에
눈독 들일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
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다.
서울에서도 기죽을 필요없다.
어디에서도 당당하렴.
알지?
중학교 2학년 나이에 4개월을
산골에서 혼자 밥해먹으며
교복 빨래 해가며
학교 다닌 너라는 걸!
공부니 뭐니
모든 걸 넌 주도적으로 해냈다는 걸!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재산인지를!
이것이야 말로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큰 재산이라는 걸!
엄마조차도
자신 없는 것이라는 고백을 한다.
장한 내새끼.
앞으로 펼쳐질 네 길을 더더욱 응원하며
진짜로 이만 줄인다.
오늘도 행복하자.
예쁜 내새끼야.
딱 맞게 알람이 울린다.^^*
널 깨우러 가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