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부터 나는 편지

by 필이

아들아,

웃음부터 이렇게 나니

이 편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큼큼

기침 한번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하도록 하마.


아들아,

스물세 번째 편지를 쓴다.

웃음부터 나는 이 편지를 말이다.


사는 게 참 재미있다.

죽을 것처럼 힘들다가도

이렇게나 좋은 날이 있다니!


너의 연세대 합격 축하 플래카드가

높이높이 달렸단다.


담임 선생님과 통화해보니

학교에서는 정보 관련해서

너의 이름을 넣을 수가 없다더구나.


학교에서도 플래카드를 달긴 하지만

네 이름이 없는 것이라는 거다.


이 말을 듣자마자 엄마는 바로

플래카드 제작에 들어갔다.


옆반 선생님이 이쪽을 잘 아시더구나.

디자인부터 업체선정까지

모두 도와주셨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다.

너 서울로 면접갈 때도 맛있는 거 사주라며

현금 오만 원을 봉투에 담아서 주셨던 바로 그분이다.


일할 때는

서로 티격태격 안 맞을 때도 있지만

서로의 일에 이리 축하해주는 것이

또 사람 사는 맛인가보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걱정했는데

오늘도 플래카드는 잘 있더구나.


네 이름 석 자 들어간

자랑스러운 플래카드가 말이다.


마치 바람에 춤을 추듯

흔들리면서도 신나게 있더구나.


처음엔 이름 들어간 플래카드라

싫어하는 내색이던 너도

이젠 좋아하는 모습을 본다.


다른 곳으로 간 선생님도 네 이름을 보고

연락이 오고 축하해준다면서 말이다.


전교생과 선생님, 교직원 모두에게

떡을 돌린 건 잘한 것 같다.


이것도 시골이라 가능하긴 하겠다.

전교생이 다 해서 90명 정도니.


'감사'라는 글자를 새긴 떡을 돌렸다.

선생님도 교직원분들도 함께 한

너의 친구나 후배들도 모두 감사한 것이지 않겠니.


언젠가 네가 말했던 바로 그것말이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너희들을 연결시켜준다고 했었던가?


청춘의 한 점처럼

어느날 체육관에서의 풍경이

참 아름답다 느껴진다고 하지 않았니?


너는 참 이성적인 것 같으면서도

이토록이나 감성적이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

모두를 가진 것이 바로 너다.


엄마는 뜨거운 가슴만 있어서

만날 우는데 말이다.


어찌 이런 엄마에게서

이리 똑똑한 새끼가 태어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아하하하하


엄마가 사기 당한 것은 변함이 없다.

큰 건이 또 물려있기도 하고.

그것은 생각만하면 또 답답해져온다.

숨이 막혀오지.


변한 건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웃을 수 있다.


이것이 사는 것인가보다.

죽을만큼 힘들다가도

또 천국에 떠다니는 것처럼 이리 행복하니.

이것이 사는 것인가보다.


오늘 너와 함께 걸었던 길도 좋더구나.


잠깐 손을 잡고 걷다가 너무 추워

각자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었지 않니.

그래도 좋더구나.

함께 하는 그 순간순간이 모두 소중하게 간직된다.


이젠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네 졸업식을 마치고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


올해 마지막을 해운대에서 맞이하겠구나.

떠오르는 새해도 같이 말이다.


1월 1일

새해 첫날에는

다시 외할머니께 다녀오기로 했다.


대학생이 되는 첫해

외할머니에게 인사해야지.

엄마 책도 가지고 갈 거란다.

울엄마에게 자랑하려고 말이다.


우리 이렇게 살자꾸나.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도

다시 살자꾸나.


기어이 기어이 힘내서 다시 살자꾸나.

그럼 이렇게 좋은 날이 온단다.


우리 이걸 잘 기억하고 살자.

너도 엄마도.


웃음으로 시작했건만

또 눈물이 실실 나올랑말랑 한다.


오늘은 안 울거다.

그러니 이만 줄이마.


자랑스러운 아들,

예쁜내새끼.

사랑한다.

알지?

^^*



2025년 12월 27일

토요일 오후 5시 17분


너와 함께

산책도 하고 맛난 것도 먹고

돌아온 오후


사랑하는 엄마가

^^*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