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축하한다 12년 고생많았다

by 필이

아들아,

스물네 번째 편지란다.


지난번 웃음부터 났던 스물세 번째 편지에서

많은 분들이 너의 연세대 합격 소식을 축하해주셨단다.


참 감사한 일이다.

우스게처럼 공부는 아들이 하고

칭찬은 엄마가 받는다고 답했단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말이 진짜더란 말이다.


너에게 물었지.

넌 왜 이렇게 공부를 잘하냐고?


넌 답했다.

잘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는 거라고.

엉덩이가 무거우면 된다고 하더구나.


엄마도 엉덩이가 무겁다고 했더니

엄마는 엉덩이 무게가 무거운 거라며

니가 놀렸다.

그리고 우린 웃었다.


재밌는 녀석.


너의 졸업식이 있었단다.

꽃을 사면서부터

아니구나.

당일 아침에서부터 마음이 이상하더구나.


너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엄마도 집에 와서 챙기는데

당황하고 있는 엄마를 발견했단다.


마음이 이상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단다.


무슨 마음인지 정의 내리지도 못한 채

꽃집으로 달렸다.


꽃집에서 가장 비싼 꽃으로 샀다.

꽃은 사진 한 번 찍고 수명을 다한다고

차라리 그 돈으로 기부하는 게 낫다고 하던 엄마를 기억하지?


그럼에도 가장 비싸다는 꽃다발을 샀다.

사진으로 남기고 수명을 다 하더라도

사진 속에서만큼은 이날의 기쁨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을 거라고 다른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꽃다발이 예전과는 다르구나.

꽃다발 아래에 물이 있다고 하더니

부산여행을 다녀온 지금까지도 꽃들이 웃고 있다.

약간씩 수명을 다하려고 준비하는 것도 같지만 말이다.


엄마의 마음을 알겠니?


학교에 너무 일찍 도착했더구나.

사진을 찍기 위해 일찍 갔단다.


학교 앞에는 엄마가 주문한 플래카드 말고도

두 개의 플래카드가 더 있더구나.


하나는 학교에서 한 것

또 하나는 군 새마을회에서 한 것.


학교에서는 이름 없이 어느 학교라고 쓴 것이다.

담임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그대로다.

이건 알고 있었던 것인데 말이다.


그런데 새로운 하나는

모르던 것이라 놀라고 말았단다.


네 이름까지 넣어서 축하한다는 커다란 플래카드!

역시 시골은 시골이다는 생각과 함께 또다른 가슴벅참이 차오르더구나.


10시 정각에 시작하는 너의 졸업식!

니가 주인공인 졸업식이 맞다.


12년 잘 살아온 예쁜 내새끼.

바로 너의 졸업식 말이다.


다른 졸업식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졸업식과는

완전히 다른 이 마음이 뭔지를 모르겠구나.


눈물을 꼴깍꼴깍 삼키니

콧물이 훌쩍훌쩍 나와서 애를 먹었단다.


상을 받는 네 모습.

장학금을 받는 네 모습.

학교 대표로 교장선생님께 인사하는 그 모습.


웃으며 들어오다

엄마가 들고 있는 폰을 향해

엄지척을 하던 네 모습.


졸업식을 마치고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모두들 엄마를 또 칭찬하고 축하해주시더구나.

이것참.


엄마는 또 그랬지.

엄마가 모자라니 아이가 스스로 잘하더라고.


교장 선생님은 너에게

학교를 빛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구나.


그 말을 듣는데 왜 또 울컥하는 거냐.

이 에미는 참말로.


이곳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인근 소도시까지

학원을 다니는 많은 아이들.

너는 이곳 학원조차 다니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면접 전문 학원을 말씀해주신 선생님.

넌 면접조차 혼자 자료 찾아가며 준비했다.


그랬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 따라 태권도 학원 가고 싶어하는 너를

한 달에 십만 원.

그 돈이 없어서 못 보낸 어미이기에

이토록 눈물이 난다.


수학과 영어만큼은 학원이든 과외든

꼭 해주라는 담임선생님의 조언에도

두 과목을 다 할 형편이 되지 않아 단 한 과목만을 과외 받았다.


아오~

이런 말 안하려고 했는데.

또다시 눈물이 나고 말아서.


기특하고 장한 내새끼.

네가 연세대가 아닌 다른 학교에 갔었더라고

이 엄마는 기뻤을 것이다.


사실 엄마는 살짝~

전액 장학금으로 합격한 학교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걸 고백하마.


하지만

네가 이리도 기뻐하는 걸 보니

엄마의 생각을 금세 접어버렸다.


네가 가고 싶은 학교에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

아들아,

이렇게 살자.


파란수영장 언니가 그랬잖니.

돈은 다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돈 걱정하면 들어올 돈도 안 들어온다고 말이다.


이 말을 실감했다.

넌 공부를 했을 뿐인데 또 장학금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것 실컷하면서 살자.

너도 엄마도 허투루 낭비하는 사람들은 아니니

우리를 믿자.


자신을 믿고 하고 싶은 것 실컷 하면서

신나게 살아보자.


아,

오늘이야말로 신나게 웃으며

글을 마무리하겠구나.


아이야,

예쁜 내새끼.

이제 성인이라며

당당하게 민증 보여주고 술을 살 수 있었다며

신나하는 아이야.


앗,

술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야겠다.

이것도 넘 많은 이야기가 있구나.


예쁜 내새끼.

니가 성인이라며 좋아해도

에미 눈에는 귀엽고 예쁜 아이로 보이는구나.


아니,

이젠 다 큰 아이로!

ㅎㅎㅎㅎㅎ


오늘은 웃으며 마무리한다.

안녕,

예쁜 내새끼.



2026년 1월 3일

토요일.

어제 생애 첫 성인 인증하고

당당하게 술을 마셨다고 좋아하던 너


잠든 너를 보며

사랑가득 담아


엄마 서울 잘 다녀올게.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





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