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출간이라고예?

작가로 다시 태어나는 춘자

by 필이

딩동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뜬다. 춘자는 여느 날처럼 메일함을 연다. 그러다 깜짝 놀라고 만다.


안녕하세요.

춘이 작가님!

별나라출판사입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님 글을 종이책으로 출간하고 싶습니다.

답변주시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하십니까.

춘이작가님!

해도달도 출판사입니다.

올려주신 글들이 좋아 책으로 출간하고 싶습니다.

이런 글들은 책으로 펴내 세상에 널리널리 알려야 합니다.

아래 연락처로 연락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메일로 답변주셔도 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옴마야! 이게 뭐꼬? 출판사라꼬? 이게 몇 개고? 하나, 두울, 세엣……. 일곱 개? 이게 다 뭐시기고? 갑자기 와이라노. 무섭구로. 이런 게 다 뭐꼬?”


출판사라고 밝힌 메일에 춘자는 놀라고 만다. 이런 일이 처음이니 당연하다. 어디다 물어야 할지 잠시 고민한다.


“너도산님한테 물어보면 알겄제? 블로그도 브런치도 다 소개해주고 내를 이리 글쓰게 해준 분이께.”


춘자는 닐리리 너도산님에게 전화한다.


“네, 춘이님. 어쩐 일이세요? 요즘 글쓴다고 바쁘신 것 같던데?”


“야, 쪼매 바쁩니더. 쪼매. 하하하. 너도산님예. 뭐 좀 물어보입시더. 지금마 출판사라꼬 메일이 이래 오는데예. 이게 뭡니꺼?”


“어머, 출판사에서요? 벌써? 어머 어머, 그럴 줄 알았어요. 춘이님 정도면 출판사에서 연락올만 하죠. 책 내자고 안 해요?”


“야, 맞십니더. 출간을 하자꼬 그라네예?”

“얼마나 연락온 거예요?”


“야, 아침에 봉께 일곱 개더라고예.”

“오! 춘이님, 대단한데요? 처음부터 일곱 출판사에서 러브콜이라니. 역시 춘이님 알아봤다니깐요. 아마 계속 올 거예요. 그래도 잘 알아보고 해야 해요.”

“그치예? 잘 알아봐야겠지예? 근데 뭘 알아봅니꺼?”

“그거야 당연히 계약 조건이죠. 책 내는 조건도 조건이지만 책이 나오고 나서도 어떻게 하는지 중요해요. 요즘 책이 한두 권 나오나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책이 쏟아져나오는데요. 하루에 신간으로 출간되는 책이 아마 백 권도 넘는다고 하죠?”


“야? 하루에예? 그래 많십니꺼?”


“그럼요. 출판 시장 어렵다 해도 신간은 날마다 나와요. 그러니 계약 조건 잘 살펴보고 계약하셔야 해요. 책이 출간만 한다고 다가 아니거든요.”

“야, 자세히 알려주가 고맙십니더.”


“네, 춘이님. 혼자 결정하지 마시고요. 언제라도 연락하세요. 제가 도움이 얼마나 될지 몰라도 아는 것만큼은 알려드릴테니깐요.”

“야, 고맙십니더. 참말로예.”


“이제 춘이님, 작가 되는 거예요? 하긴 벌써 작가이긴 하죠. 브런치 작가님!”


“아이고마 놀리지 마이소. 브런치는 책을 안 내도 하는 구만예.”


“무슨 말씀을! 브런치도 작가님 맞거든요. 글을 제법 써야 브런치 작가가 되는 거거든요. 춘이님은 그것도 한방에 됐죠? 역시 춘이님 대단하다니깐요. 그 끼를 어찌 숨기고 사셨을까. 전 그게 궁금해요.”


너도산님의 웃음과 격려로 긴 통화는 막을 내린다. 춘자는 받은 메일을 잘 살펴보고 하나씩 답변을 보낸다. 각 출판사에서 계약 조건을 알려주는 답메일이 쏙쏙 도착한다. 그 가운데 하나. 전화번호가 남겨진 곳으로 마음이 간다. 두 개의 전화번호가 안내되어 있다. 출판사 대표 유선 전화번호와 휴대폰 전화번호가 나란히 있다. 답메일을 요구하는 다른 곳과는 달리 통화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춘자는 조심스럽게 답메일을 보낸다. 통화 가능한 시간을 알려준다. 두근거림도 잠시. 곧 전화가 왔음을 알리는 멜로디가 흐른다.

“옴마야, 벌써 전화가 오나?”


춘자는 들뜨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는다. 죽기 전에 책 한 권은 내고 죽자 하던 춘자다. 하지만 막연한 꿈과 같던 그 일이 지금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춘자 마음이 들뜨는 건 당연한 것이다. 설렘과 두려움과 기대와 또 두려움과.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춘자 마음을 들뜨게 한다.


“안녕하세요. 춘이님. 해도달도 출판사 편집장입니다. 잠시 통화 괜찮으실까요?”


“아, 야, 아니. 네. 통화 괘안십니더.”


“춘이님, 제가 상상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글에서 춘이님이 느껴져요. 춘이님, 우리 출판사에서 춘이님 책을 꼭 출간하고 싶습니다.”


춘자는 목소리로 전해지는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출간 계약 조건과 책이 나오고 나서 홍보를 어떻게 하는지까지 자세히 조곤조곤 설명해준다. 춘자는 당장 계약하자고 말하고 싶은 것을 겨우 진정한다. 혼자 결정하지 말라던 너도산님 말이 번득 떠오른 것이다.


“아이고마. 이래 친절하게 알려주시고예. 참말로 고맙십니더. 당장 결정을 해야 하는 겁니꺼?”


“아닙니다. 춘이님. 천천히 생각하고 답을 주세요. 다른 곳도 알아보시고요. 소중한 책을 출간하는 건데 신중하게 생각 해주시는 게 저희도 더 좋습니다. 그만큼 자신있기도 하고요.”


“야, 고맙십니더. 지한테 이래 연락까지 해주구예. 책도 내준다카고. 참말로 고맙십니데이.”

“아니예요. 춘이님. 좋은 글 써주셔서 저희가 더 고맙습니다.”


춘자는 생각한다. 마음이 해도달도 출판사로 마냥 뻗는다. 좋으면 좋다. 가슴이 이곳으로 향한다. 계약 조건을 메일로 전해주는 곳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곳이라면 춘자의 첫 종이책이 소중하게 탄생할 것만 같다. 단순히 책을 찍어내는 곳이 아니라 책을 탄생시켜주는 곳이라는 강한 영감이 춘자를 휘감는다. 온몸에 찌르르르 전율이 인다.


“야, 이래 말하대예. 다른 데도 계약 조건이라는 것이 다 비슷비슷 하기도 하고예. 지는 여로 마음이 가는데예. 여 해도 괘안을까예?”


“춘이님, 대박이에요. 누가 신인한테 그 정도 조건으로 계약을 해줘요. 해도달도 출판사. 진짜 출판사네요.”

“야? 진짜 출판사예? 그라먼 가짜 출판사도 있습니꺼?”


“춘이님, 가짜 출판사가 얼마나 많은데요. 책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이용하는 출판사요. 책 내용이니 뭐니 아무 상관도 없이 무작정 찍어대는 출판사가 얼마나 많은데요. 춘이님이랑 통화한 출판사, 제가 좀 알아봤거든요? 좋은 곳이네요. 진짜 출판사요! 요즘 세상에 시집 돈 안 된다고 출판 잘 안해주려고 하거든요. 자비로 내는 거면 몰라도. 그런데 이 출판사는 시집도 출간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출간한 책들도 보니깐 춘이님 글처럼 사람 사는 것 같은 책들이더라고요. 아무책이나 출간하는 곳이 아니예요. 믿을만하죠.”


“아이고 마. 언제 그래 알아보기까지 다 하셨습니꺼?”


“언제는요. 춘이님이 그곳 출판사와 통화할 거라고 말해준 순간, 바로 알아봤죠.”


“오메. 역시 너도산님입니더. 너도산님은 천재라예. 천재.”


“아하하하하. 춘이님. 왜 이렇게 재밌어요? 천재는 무슨. 홈페이지, 인스타 보면 다 나와 있어요.”


“아, 그렇십니꺼? 지는 그런 것도 잘 몰라가지고예.”


“그게 또 춘이님 매력이잖아요. 이것저것 따지기보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 맞죠? 그래서 이곳 출판사를 선택하고 싶은 거죠?”


“야, 맞십니더. 너도산님이 어찌 지보다 지를 더 잘 아십니꺼. 사람이 목소리를 들으면서 직접 이야기도 하고 모르는 거나 궁금한 거는 언제든지 물어라고 하고 결정도 무조건 하라고 안 하고 다른 데도 알아보고 신중하게 하라고 하대예. 소중한 책 내는 거라꼬예. 여는 소중하게 책을 탄생시키는 것만 같고, 아무튼지 가슴이 요로 해라고 자꾸만 그라네예.”


“그게 춘이님 매력인 걸요. 잘하셨어요. 제가 들어봐도 여기가 좋은 것 같아요. 해도달도 출판사. 춘이님이랑도 어울려요.”

춘이의 첫 종이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아니, 잉태되는 순간이다. 해도달도 출판사와 본격적으로 계약을 맺고 퇴고에 들어간다. 글 한편 한편 얼마나 소중하게 대하는지 춘자는 퇴고하는 매 순간이 감동이다.

“뭐예? 퇴고 지옥이예? 퇴고가 지옥입니꺼? 지는 행복인데예? 편집장님하고 내하고 한편 한편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서로 의견도 이야기하고 고치고 하는데, 참말로 재밌는데예. 얼매나 내 글을 좋아해주고 소중하게 대하는지가 느껴지갖고예. 지가 날마다 감동입니더. 감동으로 퇴고한다 아입니꺼. 그라니께 행복하고예.”


“야? 작가 사진이예? 사진을 꼭 찍어야 됩니꺼? 아, 알겠십니더. 그라먼 찍을게예.”


출판사에서 계약할 때 이미 작가 프로필을 촬영한다는 조건이 있었음을 그제야 깨닫는다. 춘자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전문 사진관으로 간다. 출판사 대표와 편집장까지 동행한다. 춘자는 이력서에 붙이는 사진 촬영을 위해 사진관에 가본 기억이 전부다. 그 기억마저 언제적인지 까마득한 옛날 같게만 느껴진다. 조명도 바꿔가며 자세도 바꿔가며 수없이 많은 촬영이 이루어진다. 춘자는 새삼 모델들이 참 힘들겠다는 엉뚱한 연민에 빠진다.


석 달 후, 춘자의 첫 종이책이 탄생한다. 작가가 되는 순간이다. 막연하게 꾸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죽기 전에 책 한 권 내고 죽고 싶다던 춘자이기에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아니다. 죽을 수 없다. 춘자는 이제부터가 시작임을 느낀다. 가슴이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앞으로 어떤 것들이 펼쳐질지 춘자의 가슴이 뜨거운 피를 펌프질한다. 뜨거운 피가 춘자의 가슴을 태운다. 활활. 앞으로 펼쳐질 뜨거움을 향해!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