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방송국이라꼬예?

방송 출연으로 유명해지는 춘자

by 필이

춘자는 작가가 되어 바쁜 나날을 보낸다. 출판사에서 준비하는 북토크로 독자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춘자 글이 가지는 따듯함이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다. ‘작가’라는 인식도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쓸 뿐이다. 춘자는 글을 쓰며 위로받고 치유받는다. 자신을 위로해주는 이 책이 독자에게 닿기를 바랄 뿐이다. 남을 위한 글을 쓴다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다. 자신을 치유하는 글이어야 남들도 치유한다고 믿기에 진심 가득한 글을 쓸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입소문으로 꾸준히 책이 팔린다. 책은 2쇄 3쇄 이어지고 해외수출 이야기까지 나온다. K-팝의 열기가 세계로 뻗어가면서 K-문화에도 관심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궁금해한다. K-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만 간다. 춘자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외국에는 없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를 담은 것이라 해외 수출이 결정된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 하지만 정이 가득 오고 가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게 되기 때문이다.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방송국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야? 방송국 출연이라고예? 지가예? 아, 압니더. 지가 젤로다가 좋아하는 프로라예. 다른 건 안 들어도 여 뉴스는 꼭 들어예. 그란데 뉴스에 지가 와 나옵니꺼? 아, 화제의 인터뷰예. 알지예. 지도 그거 들어봤어예. 거 지가 나온다꼬예? 야, 알았십니더. 야. 자세한 건 메일로다가 또 알려주신다꼬예? 알겠십니더. 야, 아니, 네. 고맙십니더.”


평소 즐겨 듣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중립의 입장에서 양쪽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고자 하는 믿고 듣는 프로그램이다. 한 달에 한 번 특별 프로그램으로 ‘화제의 인터뷰’를 한다. 그달에 큰 화제가 된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한다. 가수나 연예인도 있고 노벨문학상을 탄 작가도 있고 화제를 몰고 온 유튜버도 있고 다른 사람을 구해준 의인도 있다. 그야말로 화제가 된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한다. 그 프로그램에서 춘자를 초대한 것이다. 춘자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얼굴을 꼬집어본다.


“아야, 아픈 거 보면 이게 꿈은 아인데……. 내가 다른 데는 몰라도 여는 꼭 한번 나가고 싶더만 그 꿈이 이루어지는 거가? 참말로 신기하데이. 일이 어째 이래 되노. 내는 마 우리 솔도밴드 좋아가 그거 쓴다고 시작한 긴데, 어짜다가 이렇게 돼삐노? 참말로 신기하데이. 아무튼간에 내는 우리 솔도밴드가 살린 기라. 이래 몸도 건강하게 맨들어주고 이제 작가까지 다 돼삐고. 솔도밴드가 내한테는 생명순기라 생명수. 내를 살리는 생명수!”


약속된 날짜 약속된 시간, 춘자는 태어나 처음으로 방송국이라는 곳에 간다.


“쪼매 떨리네. 방송국이라고는 우리 솔도밴드 공연 본다고 와본 것밖에 더 있나? 그때도 다른 데랑은 다르게 더 떨리고 그라더만. 카메라가 막 이래저래 돌아가고 텔레비전에 나온다카이 더 떨리고 그라더만. 여는 내가 나오는거 아이가? 옴마야, 세상 오래 살고 보는 기다. 50평생 살면서 이런 일도 다 생기네. 인생은 50부터가? 아이다. 아이다. 인생은 55부터다. 55!”


방송에 정식으로 첫 출연하는 춘자는 기대와 불안으로 떨린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기쁨과 설렘이 가득하다. 자신이 존경하는 앵커가 진행하고 유일하게 믿고 듣는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출연하는 것이니 당연한 것이다.


춘자는 아침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하루 전날 서울에 도착한다. 사는 지역이 시골이라 당일 새벽에 도착할 방도가 없어 내린 결정이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춘자지만 당당하게 방송국에 들어간다. 침을 한번 꼴딱 삼키고 설렘과 떨림을 안고 방송국에 발을 들인다.


“어서오세요. 춘이님. 짧은 광고 후에 바로 시작할 거예요. 긴장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말씀해주시면 돼요. 만나서 영광입니다. 춘이님.”


“아이고, 영광은 지가 영광이지예. 어째 지가 존경하는 앵커님을 이렇게 다 만나고예. 지가 어째야 좋을지를 모르겠십니더. 그나저나 지가 천천히 말하면 사투리를 덜 쓰기는 하는데예. 지도 모르게 사투리가 막 튀어나오는데 괘안을까예?”


“아, 네. 괜찮습니다. 아니, 그게 더 좋습니다. 청취자분들도 춘이님 생생한 사투리가 더 좋으실 거예요. 편안하게 하세요. 아, 10초 후에 시작합니다. 저 믿고 따라와주세요.”


“야, 아니, 네. 참말로 편안하게 해주시네예. 잠깐만예. 물 좀 마시고예. 아, 됐십니더.”


침을 꼴딱, 숨쉬기 하나둘. ON. 벌건 불이 켜진다. 음악이 잠깐 나오고 바로 앵커의 멘트가 이어진다.


“화제의 인터뷰. 이달에 가장 화제를 일으킨 분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는 《목욕탕 가는 날》의 저자 춘이입니다.”


“어서오세요. 춘이님. 청취자분들에게 인사 해주시죠.”


“안녕하십니꺼. 지는 춘이입니더. 지가 좋아하는 프로에 이래 나와갖고 참말로 좋습니더.”


“들으셔서 아시겠지요? 춘이님은 사투리가 아주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 바로 시작할까요?”


“야, 아니, 네.”


“편하게 하십시오. 우리 청취자분들도 춘이님의 사투리를 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요즘 《목욕탕 가는 날》이 화제인데요.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인기라기보다는 뭣이기고. 책도 꾸준하게 팔린다고 하고예. 사람들도 좋아해주고 그라데예. 지가 감사하지예.”


“겸손한 말씀이십니다. 지금 《목욕탕 가는 날》이 해외에서도 인기라고 하는데요? 책을 들고 우리나라로 여행을 온다고 합니다. 다니신다던 그 목욕탕은 관광지가 되었다고 하고요.”


“아, 그게 그래됐십니더. 사람들이 우찌 알고 찾아오는가. 한 명 두 명 목욕탕을 찾아오데예? 그라니까는 군에서 아예 관광지처럼 해가지고 홍보도 하고 그래가지고예. 사람들이 마이 찾아오게 됐십니더. 요새는 아예 외국 사람들이 단체로 오고 그래가지고 미안해가지고예.”


“네?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은 거 아닌가요?”


“그게 아이고예. 사람들이 마이 오는 건 좋은데예. 특히 외국 분들이 그래 오니까는 우리나라도 알려주는 것 같고 뭐 좋긴 한데예. 거 다니던 분들이 복잡해서 못 가겠다고 안합니꺼. 그래가 거 옆에 다른 데를 가게 된다고 하니까는 미안하지예.”


“아, 그렇긴 하겠네요. 기존에 다니던 분들은 불편하긴 하겠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낮에 오니까는예. 내맨치로 날마다 다니고 하는 사람들은 새벽 일찍 오니깐 상관없다고 하대예?”


“아, 책에 나온 그분들 말씀이시죠?”


“야, 맞십니더. 우리 언니야들은 새벽에 문 열자마자 오니까는 상관없다고 하대예. 지도 그렇고예. 낮에 오던 분들이 그래 말하대예. 사람이 너무 많다고. 그렇다고 막 뭐라하는 거는 아이고예. 좋다고 웃으면서 말하대예. 사람들이 오니까는 거 근처에 장사도 잘 되고 그렇다고예.”


“그렇겠네요. 군에서는 더 크게 관광지화시키는 계획도 발표하던데. 앞으로도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돌려서 이 책을 쓰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아, 이 책은예. 지가 솔도밴드를 좋아해가지고예. 공연에 쫓아댕기고 싶어갖고예. 책에 나오는, 거 목욕탕에 날마다 댕기면서 건강을 찾았거든예. 거서 들은 이야기랑 지 이야기랑 썼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줘가지고예. 그래 책이 돼삐서예. 그라이깐 우리 솔도밴드 분들이 지 몸도 건강하게 맨들어주고 이래 작가가 되게 해준 거지예. 지를 이래 맨들어준게 다 솔도밴드 분들이라예.”


“춘이님. 얼굴 표정이 완전히 달라지시는데요?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닌가요? 보이는 라디오로 보시는 청취자분들은 춘이님 얼굴이 환해지는 걸 확인하실 것이구요. 우리 청취자분들도 춘이님 목소리가 달라지는 걸 느끼셨지요? 톤이 급격히 올라가는데요?”


“아하하하하. 그, 그렇십니꺼? 지도 모르게 우리 솔도밴드 이야기만 나오면예……. 지도 모르게 마 그래 돼삐갖고예. 아하하하하.”


“좋습니다. 이 분위기를 몰아서 특별한 분을 또 한 분 모셨는데요.”


“야?”


앵커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과 목소리로 춘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춘자는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멀뚱 앵커 얼굴만 바라본다. 전혀 모르는 내용이다. 예상 질문과 어떻게 방송이 진행되는지 안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자료도 받았지만 자신 외에 또 다른 출연자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러니 당황하는 춘자다. 앵커는 춘자를 바라보고 정면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담당 PD가 사인을 보내고 있다. 오케이라는 사인을. 그리고는 입구를 바라본다. 춘자도 앵커의 시선을 따라 입구를 바라본다. 문이 삐죽이 열린다. 발이 먼저 들어서는가 싶더니 모자가 보이고 이내 얼굴이 보인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춘자는 그 자리에서 벌떡하고 일어선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다.


라디오는 짧은 광고가 이어지고 스튜디오에는 아직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춘자와 웃음 가득한 앵커, 그리고 누군가가 있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