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굳은 심지 중심에 두고

by 필이

흔들릴수록 찾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제 잘난 줄 알고 세상에서 살다가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될 때 조용히 머무르고 싶어지는 곳이 있습니다. 우울에 빠지려는 순간 마지막 동아줄처럼 잡고 싶어 찾게 되는 곳, 이웃 막작시설님의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yky9423/224140233006


막작시설님은 한결 같습니다. 날마다 책을 읽고 날마다 글을 씁니다. 흐트러짐 없는 글을 접할 때면 놀라움에 입만 벌리다 돌아옵니다. 막작시설님의 글을 읽다 책을 사기도 합니다. 역시나 긴 여운으로 남는 책입니다.


이렇게나 깊은 이야기의 책을 이렇게나 깊고 넓게 담을 수 있는지 놀랍습니다. 필이가 진짜 글쟁이라고 하는 분입니다. 그 이유를 오늘에야 분명하게 알게 됩니다. 막작시설님은 진짜 글쟁이가 맞습니다.


세월의 변화에도, 인기를 쫓고 돈을 쫓는 현생에도, 벗어나 사는 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블로그는 이래야 한다. 글은 저래야 한다. 상업성을 좇으며 수치만 올리려는 세상 속에서 혼자 묵묵히 제 길을 걷는 분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세상에 속해 정신없이 살다가도, 제 잘난 듯 살다가도, 한 번씩 커다란 울림처럼 막작시설님의 글을 찾게 됩니다. 산사에서 조용히 경내 청소하는 스님 이미지가 막작시설님의 이미지로 오버랩 됩니다. 막작시설은 아내분과 텃밭도 가꾸며 날마다 글을 쓰는 분일 뿐인데 말입니다.


아닙니다. 필이가 아는 것이 여기까지인 것입니다. 막작시설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이것뿐입니다. 다만 막작시설님은 이해타산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필이를 찾아주는 분입니다. 그것은 확신합니다. 그것이 감사합니다.


우리는 조건을 답니다. 니가 이렇게 해야 내가 이렇게 한다. 내가 이 정도 했으니 넌 이 정도는 해야 해. 내가 이렇게 했는데 니가 그럴 수 있어? 니가 그러니 내가 이렇게 하는 거야.


우리는 수많은 조건을 만들어 그 속에서 살아갑니다. 관계 속에 살아가는 세상이니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때론 이 당연한 것이 참으로 힘이 듭니다. 존재 이유가 조건에 부합할 때만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존재 자체로 소중합니다. 있는 그대로 소중합니다. 그 어떤 조건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이 단순한 진리가 이리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지키기 쉽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건없이 사랑하기. 조건없이 대하기. 조건없이 마주하기. 조건없이 살아가기. 조건없이 글쓰기. 뜬구름 같은 소리일지 모릅니다. 지금은 이런 뜬구름을 잡고 싶습니다. 수많은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관계. 그 속에서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달려가는 자신을 보며 잠시 놓고 싶은 아침입니다.


막작시설님은 조건을 붙이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릅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굳은 심지가 막작시설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오늘 글에서 만난 막작시설님은 글에 대한 책임을 깨닫게 합니다.



‘글은 남는 것이며, 남는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

- 막작시설님 글 가운데-



글은 남겨집니다. 남겨지는 것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오늘 내가 쓰는 글이 어떤 글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수치만을 위한 글이 되지 않기를. 남겨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글이 되기를. 굳은 심지 중심에 두고 수치에 흔들리지 않는 그런 글을 쓰는 진짜 글쟁이가 되기를.


막작시설님의 글로 또다시 위로받고 깨닫는 아침입니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