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대망에 서른 번째 편지구나!
처음 이 글을 쓰면서 목표한
서른 번째, 마지막 편지를 쓴다.
앗!
마지막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구나.
다시 지운다.
서른 번째 편지라고만 하자.
^^;;
내뱉지는 않아도
이미 마지막 같은 기분이 든다.
아니다.
아닐 거다.
좀 더 쓸 거다.
적어도 너와 함께 하고 있는 이 순간들을
좀 더 기록해놓을 거다.
그러니
마지막이라는 말은 접어놓자.
바로 다시 펴게 되더라도
지금은 접어두자.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그 사이
너와 나눈 추억이 많은 게야.
너는 어제도 친구들과 놀다 왔다.
옆 소도시로 놀러간다고 해서
또 술인가 했더니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
카페에서 놀다 왔다고 하더구나.
다 큰 남자 아이들 셋이서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술도 마시지 않고
그렇게 이야기하며 놀다 왔다지?
결국 9시 막차를 타고야
돌아온 너.
네가 그러더구나.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엄마와 추억 더 많이 만들자고.
지금 남은 시간들
소중하게 사용할 거라고.
집에 들어서서는
갑자기 엄마를 안더구나.
보통은 엄마가 너를 안았었는데
어쩐 일인지
네가 먼저 엄마를 안아주었다.
그러고는
차에서 했던 저 말을 다시 했다.
잠들기 전까지
우린 몇 번을 더 꼭 안았고
몇 번을 더 소중히 하자고 했다.
1월의 마지막이어서
더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더구나.
엄마도 그렇다.
이제 곧 설날이고
설날 지나면 곧이다.
게다가
네 말처럼
2월에는 행사가 많구나.
넌 서울을
두 번이나 다녀와야 하고 말이다.
그것도 숙박까지 하는 일정으로.
연세대 오티에
새내기 배움터라고 했었니?
신입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본격적으로 시작이구나.
너도 이제야
다시 실감난다고 했다.
그래서였구나.
이제 정말
엄마와 함께 이렇게 있는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도 느낀 게야.
그치?
엄마도 기분이 이상해진다.
1월 마지막날이라서 그런가보다.
아니,
지금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해야겠다.
너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으니
마지막이라는 말은 안 할 거다.
너와 함께
집에서 소주 마신 이야기를 하자.
우린 이미 약속했다.
집에서 두 번
식당에서 한 번
술을 같이 마시자고 말이다.
식당에서 마시는 수가 적은 것은
우리 집 주변 가까운 곳은
가게가 없기 때문이다.
엄마도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차를 두고 걸어서 다녀올 수 있어야 하지.
시골이라 택시도 대리기사도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엄마 다리까지 시원찮으니
너무 먼 거리는 힘들다.
그렇기에
한 번만 다녀오자고 약속한다.
대신 집에서는
최소 두 번을 같이 마시자고 하고 말이다.
그 첫 번째가
이틀 전 목요일이었다.
소주를 사놓지 않아
우린 같이 사러 갔지.
같이 가길 잘했다 생각이 들더구나.
엄마도 소주 안 마신지 너무 오래 되어
무엇을 사야할지 모르겠더구나.
너는 새로 나온 것과
네가 마셔본 소주를 말해주더구나.
이건 마셔보니 어떻더라
그러면서 말이다.
이것참.
소주가 다 같은 소주지
별맛이 있나 했더니
소주마다 맛이 다르다고.
그러고보니 당연한 말이다.
같은 맥주라도 맛이 다르듯이
소주도 당연한 것을
새삼 소주를 너무 오랫동안
마시지 않았음을 깨닫는구나.
하하하
네가 고른 소주 두 병,
엄마가 고른 소주 한 병,
우린 세 병의 소주를 샀다.
그리고
저녁까지 문을 열어둔 치킨집에서
국물 닭발과 달걀찜 주먹밥 세트를 포장해왔다.
그리고
우린 마셨지.
서로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면서
건배도 하고.
작년에 캔 맥주를 같이 마신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술의 대명사인 소주를 마셔서인지
성인이 된 너와 약속까지 잡아 마셔서인지
알 수가 없구나.
좋은 시간이었다.
더 깊게 풀고도 남을 이 이야기를
이렇게 짧게 끝내는 이유는
바로 이어질 이야기도 꼭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함께 기분좋게 술을 마신 하루 전,
수요일에 있었던 이야기다.
사실
화요일부터 시작이다.
이 이야기는.
화요일에 네가 그러더구나.
운전면허 학원에 가보고 싶다고.
가서 자세히 물어보고 싶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엄마는
짜증이 났단다.
화라고 하는 게 맞을까.
목까지 올라온 것을
침을 꼴깍 삼키며 참았단다.
왜냐구?
운전면허 학원 다닐 것을 권한 건
이미 작년이다.
네가 졸업을 앞두고부터
아빠도 엄마도
이번에 면허증을 취득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고 너도 그럴 것 같았다.
학원비가 비싸다면서 학원을 다니지 않고
면허증을 취득하는 방법까지 알아보고
그러지 않았니?
운전은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에
돈 걱정 하지 말고
학원에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도 했고.
금방이라도 다닐 것처럼 하던 네가
어느 순간 말을 하지 않더구나.
그래서 엄마도 말을 멈추었다.
네게 물었지.
운전면허 이야기 하는 게 불편한지.
네가 불편하다고 하더구나.
지금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그렇다면 엄마는 더 이상 권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것을 지켰다.
그런데
이제와서.
이렇게나 늦게.
운전면허 학원에 가보고 싶다니.
딱 봐도
2월이면 설날에다
너의 서울 일정도 있는데
시간이 안 될 건 너무도 당연하다.
비용도 다 나와있고
면허 취득하는 절차도 다 알고 있고
무엇이 알고 싶었던 것일까?
이미 늦었다고
하라고 할 때는 안 하더니
이제야 그러냐고
말이 튀어나올 뻔 했다.
잘 참아낸 엄마다.
새삼 칭찬을!
하하하하하
말보다 네가 직접 느껴보는 게 낫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하려고 할 때는
미루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러다가 시기를 놓치게 된다는 것을!
말로하면 잔소리가 되지만
직접 경험하면 네것이 될 거다.
그래서였다.
다음날인 수요일 저녁에 바로 가자고 한 것은.
만약 가능하다면
하루라도 더 늦어지기 전에 갈 필요가 있을 테니
엄마는 서둘렀다.
네가 마음 먹었을 때
가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직장에서 조퇴하고
다음 날 바로 우린 함께 갔다.
역시나
늦었다는 말을 듣는다.
7월에도 하려고 하면
미리 연락을 해서 일정을 물어보고
가면 좋다는 것을 알고 온다.
이것이면 되지 않았을까.
화요일,
네가 학원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한 순간,
화를 혹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네게 한마디라도 했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구나.
결국 엄마는 잔소리만 퍼부게 되었을테고
그건 너에게도 엄마에게도
크게 상처로 남을 일이 되었을 거다.
그 순간을 잘 넘긴
엄마를 다시 칭찬하고 싶어지는구나.
하하하핳하.
일정 등은
그곳까지 가지 않아도
전화로도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그럼에도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너와
바로 함께 간 것은
이 모든 것을 네가 느끼기를 바랐기 때문이란다.
네 스스로 말이다.
그러니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난 후
엄마는 화를 내지 않고
전할 수 있었다.
이왕 하려고 마음 먹었으면
좀 서두를 걸 그랬다고.
다음에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네가 그러더구나.
엄마 아빠가 하라고,
하면 좋다고 말할 그때는
운전면허가 후순위였다고 말이다.
다른 것이 우선 순위였고
운전면허를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 말을 듣는데
엄마가 머리를 한 대 얻어 맞는 것 같더구나.
단순히 순위의 의미로
넌 말을 했지만
그 순위에 있어 뒤로 밀리게 된 원인 제공을
엄마와 아빠가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사람이 그렇지 않니.
아무리 좋은 것도
자꾸 좋다고 하라고 시키면
하기 싫어진다는 것!
아하!
청개구리 엄마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운전면허 취득에 관심이 있던 네가
별로 하고 싶지 않게 된 것은
어쩌면
엄마나 아빠가 자꾸만 좋다고 미리 해놔라고
시도 때도 없이 말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거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네 친구가 학원을 다닌다는 말도
벌써 들었다지?
그래서 서서히 다시 관심이 갔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엄마와 아빠가 더 이상
운전면허에 대해 말하지 않으니
네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야.
아하,
결국 이것이다.
네 공부도 네 스스로 잘 해왔건만.
엄마가 이것저것 시키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했다면
너도 어쩌면 공부 안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공부에 있어서는
나름 엄마의 철학 대로 해놓고
삶에 있어서는 왜 간섭하려 드는지.
조금 먼저 살아서
조금 더 안다는 이유로.
엄마의 역할은
엄마가 살아보니 이것이 좋더구나
이렇게 하니 좋더구나
알려주는 것으로 끝이어야 함을 다시 깨닫는다.
그 뒤는 네 몫이다.
네가 하고 싶다고 엄마에게 지원을 요청하면
그때 엄마가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마.
아무리 좋은 것도
하라하라 되풀이 하는 일
없도록!!!!
ㅎㅎㅎㅎㅎ
이번 편지는 이렇게나 길어져버렸다.
네게 하고 싶은 말도
기억해놓고 싶은 일들도 너무 많으니
이또한 어쩔 수 없구나.
그러니
네게 쓰는 편지를
여기서 그만둘 수가 없겠다.
적어도
너와 함께 있는 날들의 기록은
남겨두고 싶다.
그러니
우리 서른한 번째 편지로
다시 만나자꾸나.
아참,
운전면허 학원에 다녀오길
잘 한 이유가 또 있지?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할머니 손맛 엄마 손맛
진짜 밥집을 만난 것.
우리의 데이트가 된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된
이날을 잊지 않으마.
^^*
2026년 1월 31일 토요일.
한낮이 되기 7분 전.
오늘 점심은 네가 해준다는구나.
유후~
벌써부터 신난다.
아들이 해주는 점심,
기다리며 넘나 행복한
엄마가
^^*
금방 돌아올게요.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