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슬렁거림의 추억

by 필이

산책 챌린지를 할까 고민이다. 하루에 30분 정도 산책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단다. 자연 속에서 오롯이 혼자 어슬렁거리며 걷는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걷는 걸 좋아한다. 특히나 어슬렁거리며 걷는 것을 좋아한다. 1년 정도 대안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했던 적이 있다. 자유로운 아이들과 자유롭게 보내던 그 시간들이 참 좋다. 온통 자연인 곳에 둘러싸여 있던 곳이라 풍요로움은 더 크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어슬렁거리며 걷는다. 어쩌다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나는 어슬렁쌤이 되어 있었고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말한다.


"쌤, 쌤, 어슬렁 어슬렁 가요!"


"그럴까? 어슬렁 어슬렁 가자!"


아이들과 손 잡고 걷기 시작한다. 서로 팔짱을 끼려고 야단이다. 남자 아이들은 저만치 떨어져서 관심 없다는 듯이 그러면서도 자신도 팔짱끼고 싶다는 간절함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본다. 자신이 그런 눈빛인 줄은 모르고 괜히 딴청을 피운다. 그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는다. 여자 아이들은 서로 팔을 차지하려고 야단이다.


"야야, 이라다가 쌤 팔이 길어지겠다. 돌아가면서 잡자. 돌아가면서."


"안돼요. 쌤팔은 내꺼예요."


나의 한 팔을 자신의 양팔로 꼭 붙들며 잡아당기니 내 팔이 가제트 팔처럼(앗! 만화 '가제트'를 모르는 분이 있는 건 아니겠지? "가제트 팔"이러면 팔이 길어지던 그 옛날의 만화) 길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


"네잎클로버다"


"어디, 어디."


한 아이의 외침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오늘도 서로 네잎클로버 많이 찾겠다고 야단이다. 그러다 토끼풀을 따다 반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팔찌도 만든다. 어떤 아이는 왕관도 만든다. 아이들이 나보다 훨~~씬 잘 만든다. 반지랑 팔찌 겨우 만드는 나에 비해 유튜브로 왕관 만드는 걸 보고서는 저렇게도 잘 만든다.


가제트 팔이 되었던 길어진 팔이 제자리를 찾는다. 팔은 신나게 흔들거리며 아이들과 같이 토끼풀 놀이에 빠진다. 행복이란 이름의 바람이 우리들 곁에 머문다. 바람도 잠시 쉬어간다.


어슬렁거리는 걸 좋아한다.


'어슬렁거리다'


국어사전에는 '몸집이 큰 사람이나 짐승이 몸을 조금 흔들며 계속 천천히 걸어 다니다.'라고 되어 있다. 우리 모습이다. 아이들과 함께 어슬렁 어슬렁. 일부러 몸을 흔드는 건 아니지만 어슬렁거리며 걷다보면 저절로 몸이 흔들린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천천히'다. 우리는 천천히 걷는다. 천천히 걷다 만나는 자연이랑 논다.


어떤날은 바람이랑 놀고, 어떤날은 강아지풀이랑 놀고, 어떤날은 민들레꽃씨랑 놀고, 어떤날은 보리밭에서 놀고, 어떤날은 물에서 놀고, 어떤날은 벌레랑 놀고, 어떤날은 흙이랑 놀고.... 자연에는 놀 거리가 넘쳐난다.


무엇을 하자 정하지 않는다. 그냥 걷는다. 그냥 어슬렁 어슬렁 걸을 뿐이다. 자연과 함께, 우리는 함께, 행복을 만들어갈 뿐이다. 어슬렁거림의 마법에 빠져 저절로 그렇게.


산책 챌린지. 시작도 하기 전에 혼자 어슬렁거림을 시작한다. 새소리가 들린다. 비온 뒤라 더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새가 노래한다. 닭소리가 들린다.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라도 되는 양 아침 기상 나팔을 분다. 목소리에는 의기양양 기운참이 가득하다. 하늘도 바람도 나무도 풀들도 꽃들도 모두가 아침을 시작한다. 필이의 다시 찾은 어슬렁거림을 축복해준다. 어슬렁거림의 추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아침이다. 그때 그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많이 컸겠지?




오필리아처럼~

필이~ ^^*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