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칠십이라고요?

by 필이

고3 울 아이가 중간고사를 마쳤다. 그래서 달라진 점은? 수영장 가는 시간이 늦춰졌다는 것이다. 시험 기간에는 7시 20분에 가던 학교를 7시 50분에 가게 된 것. 그러니 자연히 수영장 가는 시간이 늦어진다. 30분 늦어진 것 뿐인데 수영장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어쩌면 긴 연휴 끝 시작하는 날이라 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의 날마다 내가 먼저 초급 레인에서 수영을 하고 있으면 -아니다.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그러니 다시- 솔직히 말해서 수영이 아니라 허우적대고 있으면 짝꿍 언니가 요양보호사 언니의 손을 잡고 물에 들어온다. 그런데 오늘은 언니들을 샤워장에서 만난다.


"이제 오나?"


요양보호사 언니가 먼저 알아보고 묻는다. 내 대답은 뻔하지 않은가. 아이 시험이 끝나 늦게 데려다 주고 온다고 이야기한다.


"목소리가 짝꿍 목소린데……."


"네, 짝꿍 맞아요. 연휴 때 잘 쉬셨어요?"


"쉬기는. 자식들 와가지고 시끄러벘지."


못 쉬었다고 투박하게 말하는 짝꿍 언니의 목소리가 '라~~'이다. 평소에도 높은 톤이긴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라~~'인 것이다. 그만큼 행복이 가득, 자랑하고픈 마음이 가득하다.


몸에 풀어놓은 하얀 거품을 따듯한 물로 씻고 있는데 요양보호사 언니가 짝꿍 언니 손을 잡으며 나가려고 한다.


"하고 온나."


"네, 먼저 하고 계세요. 저도 곧 들어갈게요."


하얀 점이 씻겨 내려간다. 거품을 가장한 하얀 점들이 아래로 미끄러지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필이 몸이 워터파크에 있는 요리조리 구부러진 미끄럼틀이라도 된 것마냥 신나게 미끄럼틀 탄다. 더 잘 미끄러지라고 더 센 물을 틀어준다. 아예 손으로 여기저기를 쓸어내려준다. 굴곡에 걸려 있던 점들마저 시원하게 씻겨내려간다. 그러면서 점점 본연의 필이 몸을 되찾는다.


빨리 언니들 따라 물에 들어갈 생각에 손놀림이 더 빨라진다. 필이 살과 살 사이, 틈새에 걸려 못 내려가던 녀석들까지 다 찾아다 내려보낸다. 점들이 기분 좋단다. 필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웃는다. 그러다 갑자기 번갯불이 번쩍!


"네??? 아니, 벌써 수영을 다 하신 거예요?"


놀라고만다. 필이가 그렇게나 늦게 왔단 말인가.


"아니, 일이 있어가 그냥 간다."


급한 마음에 구석에 숨어 있는 점들을 데리고 나가려던 언니들에게로 간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수영장 들어가시는 줄 알았다가……."


"이래가 들어가면 난리날낀데?"


그러고 보니 언니들은 수영복을 입고 있지 않다. 하얀 거품과 노느라고 언니들이 수영복을 입었는지 벌거벗었는지도 모른다. 언니 말이 맞다. 옷을 홀딱 벗고 수영장에 들어가다니. 뉴스감이다. 어쩌면 해외토픽감일지도? 언니들과 실컷 웃는다. 역시 19금은 재밌다.


"내일은 오실 거지요?"


"내일도 몬 온다. 야가 아를 낳아가지고."


"네???"


짝꿍 언니가 요양보호사 언니를 향해 손짓하며 말한다. 요양보호사 언니는 웃으며 수건으로 머리카락에 달려있는 물방울을 털어내고 있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말인가. 요양보호사 언니가 아이를 낳는다고? 아! 이번에는 깨달음의 번갯불이 번쩍!


"아~! 언니, 할머니 되시는구나?"


"할머니는 벌써 됐고."


아무런 말도 없이 머리카락만 털어내던 요양보호사 언니가 드디어 입을 연다. 그리고 말해준 이야기는, 언니가 생리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나보다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야가 내랑 한 살 차인데 아를 낳을라 안 하나?"


"네????"


어허!

오늘따라 짝꿍 언니가 스무고개를 낸다. 힌트를 하나씩 주면서 답을 맞추라고 말이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만 갸웃갸웃. 얼굴에는 힌트를 더달라는 애원의 그림자가 가득. 도저히 안되겠는지 요양보호사 언니가 다시 말한다.


"생리는 벌써 끊겼지. 요새 여성호르몬 약 먹으니깐 갑자기 생리를 하네."


그러면서 말해주는 나이가 칠십이란다. 칠십! 짝꿍언니는 칠십하나. 짝꿍 언니는 겨우 한 살 차이 나는 친구와 다름 없는데 주어진 몸은 이렇게나 다르다며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한탄을 한다.


짝꿍 언니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언니 말이 맞다. 한 살 차이라고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요양보호사 언니는 많아야 육십. 어떨 때는 나보다 어린 게 아닐까도 생각한다. 그 정도로 몸이 건강으로 똘똘 뭉쳐있다.


빨간목욕탕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자신의 몸을 얼마나 아끼고 소중하게 하느냐에 따라 몸은 전혀 다른 나이를 말해준다. 놀랍다. 놀랍다. 그저 놀랍다.


이 놀라움은 언제쯤 멈추게 될런지. 요양보호사 언니 나이가 칠십이라니. 저렇게나 젊은 몸을 하고 있는데. 짝꿍 언니와 비교할 필요도 없다. 필이 몸을 한 번 봐라. 여기 저기 아파서 삐꺽삐꺽 대는 몸을. 이젠 오른쪽 왼쪽 다리 길이마저 다른 느낌이다. 평지를 걸을 때조차 뒤뚱거리며 걷는 게 느껴질 정도이니. 칠십인 언니가 저렇게나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니.


칠십하나 짝꿍 언니도, 오십 아직은 초반이라고 우기고 있는 필이도 자신을 소중하게 하지 않은 그 옛날의 자신을 만나 혼내줄 판이다. 다시 돌아간다면, 내 몸을 더 소중히 하리라 다짐하면서. 아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니 조금, 아니 조금 많이, 늦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자신을 소중히 하리라 다짐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