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 마치고 파란수영장에 다녀올까? 샤워라도 하고 오게?'
직장이 파란수영장과 걸어서 2~3분 거리, 어쩌면 1분 거리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집은 차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지만 직장은 파란수영장 바로 옆이다. 일 마치고 샤워를 하고 집에 가면 따로 씻지 않아도 된다.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일 마치고 곧장 파란수영장으로 간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카운터 직원분이 아침에 그분이 아니다. 당연한 건가? 새벽 6시부터 시작인데 지금 시간까지 있으면 노동법에 걸리는 것이겠지. 새로운 분과도 반갑게 인사하고 파란수영장 안으로 들어간다.
'어? 사람이 별로 없네? 그렇다면?'
아침과는 다르게 사람이 많지 않다. 마음이 바뀐다. 수영을 조금이라도 하고 가는 걸로. 잘됐다. 아침 마무리 할 때쯤에 새로운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발을 차야 하는데 온몸을 흔든다고 말이다. 아하하하하. 아무튼 물에서 발은 안 차고 온몸으로 트위스트 춘다는 걸 알았으니 자세도 다시 연습할겸 수영을 하고 가자.
더군다나 발차기 쌤도 없으니 좀 자유롭게 수영 할 수도 있겠지? 어쩌면 자세 연습은 둘째고 쌤이 안 계신 곳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것이 더 큰지도 모른다.
코어에 힘! 코어에 힘! 상체는 움직이지 말고 다리만 움직이는 거야. 자, 시작!
주문을 외우고 드디어 출발!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자꾸 삐꺽삐꺽" 댄다.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이럴 때는 서도밴드 <닐리리>가사가 딱이다. 지금 발차기 하며 물에 둥둥 뜬 필이의 자세가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자꾸 삐꺽삐꺽 대기만 하고 있으니, 이건 필이를 위해 만든 노래임에 틀림없다. 이제 그만 삐꺽거리고 앞으로 좀 가자! 제발!
아무리 발차기를 해도 앞으로 가지지가 않는다. 특단의 조치다. 킥판을 빼버리고 머리를 물 속에 집어 넣고 예전 대로 그냥 수영하는 거다. 발차기 쌤이 가르쳐준 자세, 다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그냥 하는 거다. 얼마만에 만끽하는 자유인가. 발차기고 나발이고 수영 선수 할 것도 아닌데 그냥 마구잡이 수영을 해버릴테다.
혼자 신난다. 킥판을 레인 밖에 놔두고 수모를 다시 반듯하게 쓰고 수경까지 자리를 잡는다. 흡사 선수들이 수영 대회를 하기 위해 레인에 서는 것처럼 준비 자세를 취한다.
아 물론, 필이는 이미 준비 체조를 한 뒤다. 숨도 크게 한 번 들이 마시고 내쉬고. 어깨도 한 번 돌리고, 손도 발도 한 번씩 털어주고 모든 준비는 끝!
내 마음 대로 수영에서 한 바퀴 아니 몇 바퀴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니 딱 한 바퀴만 가보자! 발차기고 뭐고 수영장 앞 강에다가 던져버리고 필이 마음 대로 수영으로 한 바퀴만 성공하자!
심호흡을 한 번 더 하고 출발!
땅!
총 소리에 맞춰 막 출발하려고 두 팔을 모아 머리 위로 올리는 순간 들리는 이 목소리는?
"어, 뭐 하는 거야. 킥판 가지고 해야지. 그냥 하면 안돼. 발차기 하는 동안 다른 건 하면 안돼. 자세가 다 흐트러져."
아니, 발차기 쌤. 아침반부터 있던 분이 지금 시간까지 있으면 어째요? 왜 이 시간에. 왜 여기에.
"아니, 여태 킥판 갖고 연습했어요. 한 번만 딱 해보고 가려고. 하하하."
발차기 쌤 앞에 작은 쥐가 되어 얼른 킥판을 집어 든다. 아마도 얼굴이 빨갛게 익었겠지? 제발, 못 보셨기를 바라며. 필이의 마음 대로 자유 수영은 물 건너 간다. 강에 던져두었던 발차기를 건져오고 자유 수영의 로망을 거기에 던져둔다.
어쩜 이리도 절묘하게 시간을 딱 맞추는 건지. 어디 필이를 탐지하는 단추라도 있는 건가.
씻고 나오니 발차기 쌤이 카운터에 앉아 있다.
"아니, 이 시간까지 계시는 거예요?"
"어어어, 여기 밥 먹으러 다녀오라고 잠깐 봐주러 온 거다. 내일도 꼭 온나. 발차기 연습 계속 해야 해. 할 때 계속 하구로."
아하하하하. 내일은 토요일. 발차기 쌤이 당연히 없을 것이라고. 드디어 내일은 필이 마음 대로 자유 수영을 해야지 했건만.
내일도 발차기다. 필이 마음 대로 자유 수영아, 강에서 좀 많이 있어야겠다. 당분간 발차기 이 녀석과 친해져야 할 것 같거든.
수영장 앞 강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