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가.
어제이지 않은가.
많아야 육십 정도 되어 보이던
요양보호사 언니 나이가
칠십이라고 해서 놀란 사건 말이다.
그것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건만,
연타로 들이대는 신의 계시!
필이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코피 퐝~'하던 추억의 개그가 튀어나올 판이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수영장에 늦게 온 탓에
나보다 늦게 오던 언니가
오늘은 먼저 와서 유유자적 노니고 있다.
한마리 백조 아니,
오리가 되어 뒤뚱뒤뚱 걷고 있다.
개인 레슨을 받던 언니다.
언니와 인사를 한다.
늦은 이유도 말한다.
나란히 레인을 걷는다.
언니는 키가 작아 초급 레인이 딱 맞단다.
그러면서
물이 허리까지도 오지 않는
필이를 안타까운 듯 쳐다본다.
"깊은 곳에서 하면 좋은데,
수영 잘하는 분이 계셔서 좀 그래요.
아저씨만 계실 때는 괜찮은데."
그러면서 중급 옆 마스터 레인을 바라본다.
수영의 꽃이라고 했던가.
접영을 하고 있는
멋진 돌고래 한 마리가 보인다.
하늘색 수모를 쓴 언니가
물살을 가르며 춤을 춘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과 하나되어 춤을 춘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언니와 나는 걸음을 멈춘다.
"접영, 진짜 멋있다. 그쵸?"
"니는 젊어서 하면 된다."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발차기도 되지 않는 아기에게
인어공주의 꿈을 심어주는 건가??
하하하.
이것이 시작이 되어 언니와 나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소개팅에 나온 대학생도 아닌데
수줍게 서로의 나이부터 묻는다.
"내는 칠십여덟아이가. 낼 모레면 팔십. 그래도 이날 이때꺼정 먹는 약 하나 없다. 내 나이 되면 다 약을 달고 살거든. 내는 먹는 약 없다. 어쩌다 아파서 먹는 약 말고는. 약 자체를 안 좋아한다."
또 놀란다.
놀라고 만다.
언니 말이 맞다.
나이에 비례하듯
먹는 약의 수가 늘어나는 것 말이다.
앗!
꼭 나이에 비례하지 않기도 하지만.
필이처럼!
"대단하세요. 전 마흔 살때부터 협심증 약 먹잖아요. 심장약이오. 날마다 먹어야 해요. 하루라도 빠지면 안된대요."
"어린기 와 그렇노."
언니의 눈빛,
안타깝다는 눈빛일까?
아니다.
젊은 나이인데도
왜그리 몸을 함부로 하고 살았느냐는
꾸짖는 눈빛이다.
어떻게 하면
마흔 살에 평생 먹는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느냐는
이해불가 눈빛!
수영장에도 쥐구멍이 있을까.
숨고 싶다.
빨간목욕탕에서도 느끼지 않았나.
숫자 나이는 필이가 막내이지만
몸 나이는 어쩌면 최고 언니일지도 모른다고!
그것의 충격이 파란수영장까지 미치는 걸까.
윽~!
아프다.
창피하다.
왜그리도
필이 몸을 소중히 하지 않았던 것인지
후회막심이다.
필이의 이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언니의 다정한 말이 이어진다.
"내도 수영을 더 일찍 했더라면 좋았을 긴데 후회 안하나.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래 하는게 어디고. 더 늦기 전에 시작했으니. 니는 어려가 얼마든지 한다. 실컷 한다. 저거보다 더 할 수 있다."
우리는 다시 걸음을 멈춘다.
마스터 레인에서 멋지게 물방울을 튕기며
접영을 하는 한 마리 돌고래, 아니 언니를 본다.
오늘따라
물방울이 햇빛에 반사되어 빛마저 난다.
찬란한 빛이 되어
흩어지는 물방울을 따라 간다.
물방울 안에는 한 마리 인어가 있다.
그 언젠가 필이가 인어가 되어
물 속을 유영하는 상상을 한다.
잠시,
아주아주 잠시.
몸을 아낀다는 건 어떤 걸까.
몸을 소중히 한다는 건 어떤 걸까.
하루 24시간.
먹고 자고 살아내고.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
어떻게 다르기에
이토록이나 차이가 나는 걸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차이는 더더욱 벌어진다.
짝꿍 언니와 요양보호사 언니처럼.
빨간목욕탕에서 만난
새벽 5시 반 언니들과
주말에 한 번씩 오던 분들과의 차이처럼.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흔하게 하는 말.
"건강이 최고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진리의 말이다.
건강이 최고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소용없다.
필이만 해도
꼬리뼈 골절과 다리 통증으로
서도밴드 공연도 가지 못한다.
그 시간의 필이를 보라.
우울하고 아프고 잠못자고
다시 우울하고 아프고 잠못자고.
건강해야 한다.
건강이 최고다.
그러니 칠십여덟 언니 말처럼
지금이라도 시작하자.
더 늦기 전에!
지금 시작하자!
필이에게 하는 다짐이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