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착륙 무중력 놀이!

by 필이

웬일인가. 중급 레인에 사람이 거의 없다. 단 한 명, 지난 번 오리발을 빌려주신 아저씨 혼자다.


'앗싸'


필이는 춤을 추며 중급 레인으로 넘어간다. 물론 춤은 아무도 보지 못한다. 완전 범죄다. 물 속에서 엉덩이를 흔들어댄 필이를 누가 본단 말인가. 물살의 흔들림에 숨긴 완전 범죄. ㅎㅎㅎ. 혼자서 신난다.


중급 레인부터 물이 깊다. 어른용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몸이 좀 더 잘 뜬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필이는 많은 물의 힘이 필요하다. 부력에 의지해 몸이 두둥실. 왠지 이곳에서 하면 발차기도 좀 더 잘되는 것만 같다. 비록 착각일지라도 신난다.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한다. 아무리 해도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물의 깊이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던가. 분명 몸은 좀 더 잘 뜨는 게 맞는데. 제자리에서 허우적거리기를 얼마나 했던가. 지친 필이 눈에 보이는 바로 저것은?


고급 레인, 그러니깐 맨 끝 레인에서 아주 재미있게 걷고 있는 분을 만난다. 길다란 스티로폼을 다리 사이에 끼워서 걷는다. 마치 달에 착륙해서 탐사하는 우주인과도 같은 걸음이다. 몸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걷는 모습이 무중력 상태에서 걷는 모습과 같다.


'히야, 저거 재미있겠는데? 나도 한 번 해봐?'


호기심쟁이 필이는 얼른 나가 길다란 스티로폼 두 개를 가지고 온다. 필이는 고급 레인 우주인보다 두 배는 무거울테니 스티로폼도 두 개는 필요하다.


흐흐흐흐.

재밌다.

으흐흐흐

신기하다.


길다란 스티로폼 두 개를 다리 사이에 끼운다. 몸이 저절로 '붕~'하고 뜬다.


에헤헤헤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이렇게나 쉽게 물에 뜨다니. 너무 신난 나머지 웃음이 물풍선 되어 빵빵 터진다. 다음은 저 우주인처럼 걷는 것이다. 시작!


에베베베


이게 무슨일인가.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더니 그대로 고꾸라진다. 물 속에 빠져버린 필이, 또다시 사투를 벌인다. 오리발을 신은 채로 물에 빠져 사투를 벌이던 그때처럼, 필이는 또다시 물 속에서 몸부림친다.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본능적인 허우적거림이 필이를 살린다.


휴우.

다행이다.


오리발과는 다르게 금방 빠진다. 양 다리로 '꽁'하고 눌러놓고 있었던 것이라 다리를 살짝 벌리는 것만으로 '쏙'하고 빠진다.


휴우.

다행이다.


살았다.

하하하하.

혼자 살아 돌아온 감격에 젖는다.


그나저나

저 분은 어쩜 저렇게도 편안하게 걷는 걸까? 표정의 변화조차 없다. 달 탐사를 백 년은 해본 우주인 같다. 저 분도 처음엔 필이처럼 앞으로 옆으로 뒤로 고꾸라지며 사투를 벌였을까. 수영장 물을 코로 입으로 연신 먹어댔을까.


부러움에 침을 흘린다. 다시 킥판을 잡는다. 발차기나 하자. 무중력 상태 우주인도 발차기가 되어야 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킥판아, 사랑한다.

마치 외도를 하다 돌아온 것만 같다. 길다란 막대모양 스티로폼에게 잠시나마 마음을 빼앗긴 벌이다.


원래 남이 하면 쉬워보이는 법.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달 착륙도 쉽지 않네.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한다. 조금 앞으로 가더니 또 제자리걸음이다. 아무리 발을 차도 앞으로 가지 않는다. 분명하다. 물 속에서 숨어 있는 장난꾸러기가 필이더러 놀자고 잡아끄는 것이다. 분명하다.


아하하하하.

필이도 무중력놀이 하고 싶다. 앞으로 쭉쭉쭉쭉 나가는 수영도 하고 싶다.


뭐?

그럴려면 발차기를 열심히 하라고?


킥판아! 사랑한다. 발차기 잘 되는 그날까지 우리 사랑 변치 말자!

필이는 킥판과 하나되어 오늘도 발차기한다.

언제나처럼 제자리에서 허우적이지만!

언젠가는!




오필리아처럼~

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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