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예쁜 내 새끼, 사랑한다

by 필이

한 주의 시작.

월요일 아침이 밝는다.


울 아이

학교에서 온 문자가 온다.


정상 등교를 한단다.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오란다.


"학교, 오라고 하네? 괜찮을라나?"


"괜찮으니깐 오라고 하겠지."


역시

담대한 아들

강심장 아들이다.


나만이 호들갑인 것 같다.

온갖 재난 영화 상상하며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있다.


집 밖으로 나가려니 겁부터 난다.

그래도 나가야겠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을 나선다.


하늘이 잿빛이다.

마음이 흐려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하늘이 온통 흐리다.


마스크를 살짝 내려본다.

역시다.

매캐한 냄새가 난다.


집 안에서도 조금씩 맡아져서

착각인 걸까 생각한 냄새가

착각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지독한 냄새가 난다.


콧구멍을 까맣게 만드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지나 폐까지 파고 든다.


얼른 마스크를 다시 쓴다.

하나의 마스크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

냄새는 마스크를 뚫고 들어온다.


식도마저 시커멓게 변하는 것만 같다.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이

지금 일어난 상황이 현실임을

다시 알려준다.


냄새를 피하기 위해

얼른 차에 탄다.

아이도 차에 탄다.


"원아. 지금 잿빛으로 보이는 건 날씨가 흐린 탓이겠지?"


"그러기엔 잿가루가 있는데?"


앗!

그러고 보니 차에도 그을음 가루가 붙어 있다.

그걸 이제야 보다니!


그나저나 잿가루를 보고도

이렇게나 담담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울 아이는 강심장이다.


아님

엄마가 재난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일까?


아이 학교에 도착한다.

손을 꼭 잡는다.


"원아, 우리 주어진 하루 감사하게 보내자. 사랑한다. 예쁜 내 새끼."


혼자 영화를 찍는다.


하지만

이 말은 평소에도 자주 하는 말이다.


오늘따라

괜히 눈물이 나고

배~~~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말이라는 게 좀 다른 것일 뿐이다.


울 아이의 반응은?


차에서 내리며

엄마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고개를 까딱!

끝!


이노무시끼!


엄마 혼자 감정에 빠져서는

오늘이 이 세상 마지막날이라도 되는 것만 같다.


하긴

둘 다 똑같이 그러면 안되겠지?


둘 다

재난 영화 찍고 있으면 안되겠지?


주어진 하루가

소중하다.


너무도 감사한 하루다.




성우회

원장 수녀님께 전화가 온다.


괜찮으냐고

기도하고 있다고 하신다.


너무도 감사하다.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위기에 처했을 때

관계의 깊이를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많은 분들이

걱정으로 위로로

연락주신다.


너무도 고맙다.


이제 재난 영화 그만 찍고 싶다.


얼른

산불아!

이제 그만 물가라!

제발!!




오필리아처럼~

필이~ ^^*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