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바로 옆에 너를 두고
무슨 편지냐고?
ㅎㅎㅎㅎㅎ
기억나니?
지난 주 언젠가 너와 이야기 했잖아.
우리 같이 있는 남은 날 동안
서로 추억할만한 일을 찾아보자고.
네가 말한 여행을 가는 것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엄마가 곰곰이 생각했단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네게 편지를 쓰는 것!
언제 쓸지
얼마나 쓸지
언제까지 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어.
우리 인생
정해놓은 게 없구나!
니가 이 편지를
읽게 될지도 알 수 없어.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 언젠가는
이 편지를 읽지 않을까?
네가 어릴 때 했던 말들을
엄마가 기록해 놓아
그것으로 우리 함께 웃었잖아.
타임머신을 탄 듯
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맞다 맞다 하면서 말이야.
물론 넌 대부분 기억하지 못했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도 있다고 했어.
예를 들면
토돌이 인형 머리카락 자른 것 말이야.
그날이 미용실을 다녀온 날이었지?
미용실 이모야 따라서
인형 머리카락를 잘랐잖아.
엄마 복화술 하는 인형
토돌이 머리카락을!
온 방에 인형 머리카락이 뒹굴고!
엄마가 다음에는
꼭 말해달라고
그러면 신문지를 깔아준다고 했더니
미용실에 이모야는
신문지 안 깔고 했다는 네 말!
정말 재밌잖아?
엄마가 기록해놓지 않았다면
다 잊어버렸을 거야.
네가 인형 머리카락 자른 것은 기억하지만
네가 그때 한 말까지는 기억하지 못했을 거야.
그런 의미에서
[아들과엄마]는 잘 쓴 것 같아.
네가 했던 말들
네가 한 행동들
아니다.
너와 엄마가 나누었던 말들
우리가 한 행동들이
기록되어 있으니깐.
먼 훗날에도 기억할 수 있을 거야.
조금 전에도
너와 나눈 대화
'어쩔 수 없다' 영화를 보고
햄버거 사와서 먹으며
나누었던 이야기들.
너무 좋잖아?
넌,
여자 친구도 엄마처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는구나!
하하하하하
그건 너무 위험한 발상이야.
절때!
여자 친구에게 엄마 이야기 하면 안돼.
알지?
알았어.
한 번만 말할게.
아까 말했으니
더는 말하지 않을게.
오늘 아침에는
엄마 스트레칭도 가르쳐줬잖아?
오늘부터 연휴라
파란수영장 못간다고 아쉬워했더니
같이 스트레칭을 하자면서
진짜 트레이너처럼
가르쳐주더구나.
널 따라갈 수가 없어.
참,
벽을 엄마에게 양보하는 모습!
감동이다.
엄마가 좁은 벽에 기대서
운동해도 되는데
그걸 기어이 바꿔주네?
엄마보다 등도 넓은 녀석이.
키도 크고.
엄마에게 넓은 벽을 양보하고
니가 좁은 벽에서 상체 운동을 하더구나.
넌
별것 아니었겠지만
엄마는 참 고마웠단다.
그런 배려는 어디서 배운 거니?
뭐?
엄마에게서 배웠다고?
아하하하하.
어제도 너 참 잘했어.
우리가 들어올 때
택배 기사님 기다려서 자동문 열어드렸잖아.
짐 들고 자동문 번호 누르기 힘들다고
잠시 기다리자고 한 건 엄마야.
하지만 택배 기사님이 짐 정리하느라고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잖아?
그래서 그냥 올라가자는 엄마에게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한 건 너야.
택배 기사님이 우리 내릴 때
고맙다고 하셨잖아.
번호 눌러 입구 자동문 열고
단추 눌러 엘리베이터 문 열고
정말 별것 아닌 친절이지.
하지만 해서 좋고
받아서 좋은 게 친절인 것 같아.
넌 그런 따듯한 마음을 가진 아이야.
참 잘 컸다.
아니
잘 크고 있다.
고맙다.
이 글을 쓰다보니
네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앗!
첫 편지부터 너무 길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언제 또 쓰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의 추억을 이곳에 남길게.
또
좀 괜찮아지면
힘 내서 [아들과엄마]도 쓸게.
오늘
너와 함께 해서
많이많이 행복하다.
고맙다.
예쁜내새끼!
^^*
2025년 10월 3일
금요일 개천절
추석 연휴 시작하는 날
하루종일 비가 내린 날
널 너무 사랑하는
엄마가 ^^
아참,
엄마에게 진정한 작가라고
축하해줘서 고마워.
눈물날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