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오늘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엄마 입가에 웃음주름이 생기는구나!
주름이면 어떻냐?
웃음짓는 주름은 행복인 것을!
아침에 깨어
이불 속에서 꼬물딱거리고 싶더구나!
이젠 제법 추워진 거야.
하지만
나가자! 하고 나갔다 왔어.
별은 없더라.
어제 있던 그 많은 별들은
숨어버리고 없더라.
하지만 달은 밝더구나!
하루만에 살이 더 빠진 달이지만
그 빛이 하늘을 따듯하게 해주더구나!
어제 생각이 났다.
별 사진 달 사진
정신없이 찍고 있을 때 나타난 너.
정말 깜짝 놀랐지 뭐냐.
너가 그 시간에
너가 그 공간에
상상해본 적도 없던 일이라
정말 깜짝 놀랐다.
그리고
행복하더라!
함께 걷는 길이
어쩜 그리도 행복한지.
딱딱한 아스팔트가
숲속 황토 흙길을 걷는 것만 같아.
신발을 손에 들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걷는 길.
너와 엄마의 발도장을 남기며
추억을 남기며 걷는 그런!
발가락 모양마다
행복이 달려있는 그런!
^^*
별자리 찾아가며
함께 하던 그 하늘은 또
어쩜 그리도 예쁜지.
추운 날씨마저
추억이 될만큼
기쁨의 새벽이다.
너도 그랬을까?
너에게 어제 새벽은
어떻게 기억될까?
우리는 그렇게
소중한 추억을 하나 더한다.
너로 인해서 말이야.
깜짝 등장한 너로 인해
소중한 추억이 또 하나 생겼다.
추억 상자에
잘 보관할게.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게!
너에게도
그런 추억이면 좋겠다.
힘들 때
꺼내 볼 수 있는
그럼
다시 살아갈 힘이 나는
그런
소중한 추억!
함께 바다 다녀온 것도
연못 한 바퀴 돌며 걸었던 것도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졌으면 좋겠다.
하얀 거품 일으키며
물방울 튕기는
파도치는 바다가 아니라고
실망한 엄마에게
잔잔한 바다도 좋다며
바다멍 물멍하기 좋다며
말해주던 너!
손잡고 걷는 거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더니
엄마 폰 달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무심한듯 찍어대던 너!
화장도 안하고
못생긴 얼굴이라
카메라 밖으로 숨는 엄마를
카메라 안에서 찍게 만들던 너!
연못 빙 둘러 걸으며
엄마 다리 엄마 발목 괜찮은지
물으며 엄마 손 꼭 잡아주던 너!
함께 나무 그네 타며
산골 살 때 추억을 소환하던 너!
MZ 촬영 기법?
엄마가 너 따라 촬영한 사진보고
엄마더러 재능 있다고 웃던 너!
메밀전병 맛있다며
배불러도 다 먹어진다
좋아하던 너!
맛난 것 함께 먹고
함께 걷고
함께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이 모든 것들이
너무도
소중하다.
참 신기하다.
이제 너와 함께 나눌 수 있는 날들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니
이 시간들이 더더욱 소중해진다.
물론,
서울이든
부산이든
독립해도 언제라도 만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이 느낌은 아니지 않을까?
너와 함께 하는 이 공간에서
아직은 미성년이라는 이름으로
엄마와 보내는 이 시간들!
네가 독립한다는 건
이제 엄마 품을 떠나는 거다.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이지.
그동안도
자기 주도적으로
네 길을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아온 너다.
장한 녀석!
하지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거다.
좀 더 많은 선택과
좀 더 무거운 책임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넌 잘 할 거다.
더 잘 할 거다.
네 세상에서 말이야.
이젠
엄마의 품에서 날아오르는 거야.
네 세상으로!
그래도
엄마 눈에는 언제까지나
귀여운 내새끼로 보일테지.
하지만 아니란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을 거란다.
네가 마음껏 날 수 있도록!
네 세상을 찾아
마음껏 날개짓 할 수 있도록!
날다날다
힘들면
엄마를 찾으면 돼.
엄마는 언제나 이 자리에서
널 기다릴테니깐.
아니아니
다시 돌아오라는 그런 말이 아니야.
힘들 때 힘을 충전할 수 있는 존재로
지칠 때 잠시 쉴 수 있는 존재로
언제라도
엄마를 찾으면 된다는 거야.
엄마는
네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믿고 지지하는 존재로
이곳에 있을테니깐.
그래서인가 보다.
이제 곧
날아오를 너를!
네 세상을
네 하늘을
마음껏 날아오를 너를!
위해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멀어지는 연습을 한다.
그래서인가 보다
너와의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은 것은!
그래.
아이야,
우리 그러자!
지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더욱 소중히 하자.
네 말을 더 많이 들을게.
네 얼굴 더 많이 바라볼게.
너의 모든 것
더 많이 담아둘게.
네가 독립할 준비를 하듯
엄마도 독립할 준비를 할게.
네가 편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이제 네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엄마는 든든한 후원자로
포근한 둥지로
이곳에서 지킬 수 있도록
엄마도 준비할게.
에잇!
뭐지?
웃음주름으로 시작했는데
웬 눈물?
괜찮다.
눈물방울 맺히지만
입은 웃고 있는 걸?
사랑한다.
아들아,
나의 아이야.
2025년 10월 11일
아침 7시 54분
추억을 한 보따리
저장하며
엄마도
독립을 준비하며
너의 독립을
축복하기 위해
한 걸음
물러나기 위해
.
.
.
알쥐?
엄마가 무지막지
사랑한다는 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