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줄을 선 거예요? 머리 말리려고요? 저 분은 계속 드라이를 하고 있고요?"
"내 머리가 곱슬이라 젖었을 때 안 펴주면 안돼서 이라고 있그만. 알지도 못하면서 뭐라 씨부리노? 어?'"
"아이고, 젊은 사람이 몰라가 그라지요. 곱슬머린가 보네요? 하이소. 얼른 하이소. 허허허."
동네 목욕탕에서 벌어진 일이다. 작은 시골 목욕탕이라 대부분 낯이 익는데 설 연휴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낯선 사람들이 대거 등장한다. 평소 다니던 새벽 시간이 아니라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 낯선 사람들 속에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한 사람이 드라이기 한 대를 아예 전세 낸다. 드라이기가 두 대뿐인 이곳에서 한 대를 잡고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으니 당연히 나머지 한 대에는 머리를 말리려는 어르신들이 줄을 선다. 추운 날씨에 머리를 조금이라도 말리려고 줄을 선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드라이에 가만 있을 수 없어 이야기한다.
'방귀 낀 놈이 성낸다.'고 오히려 화를 낸다. 목욕탕이 들썩거리도록 큰소리다. 앞에 줄을 선 어르신이 달랜다. 곱슬머리냐고. 얼른 드라이하라고. 젊어서 모른다고. 자기 편을 들어준다고 생각한 것인지 이내 목소리를 낮춘다. 투덜거림은 계속 된다. 어르신이 나를 보며 눈을 꿈뻑거린다. 모른척하란다. 불의에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한다.
머리 말리기를 포기하고 나가려는데 어르신이 다가온다. "저런 사람은 백날 말해도 모른다. 젊은 니가 이해해라. 안그라면 싸움 난다. 싸움 나." 연신 눈을 꿈뻑이며 툭 던지듯 말한다. 웃음이 난다. 잘못된 행동을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말한다고 잘못임을 아는 사람이었다면 애초 어르신들 줄을 세우면서 혼자 드라이기를 독차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르신의 현명함에 혀를 내두른다. 이것이야 말로 지혜이다. 삶에서 나온!
웨인 다이어는 '치우치지 않는 삶'에서 '비난하지 않는 삶'이라는 노자의 가르침을 이야기한다. 비난이 터져나올 만한 상황에서 어짊을 실천하란다. 지식으로 받아들인 나와 지혜로 풀어낸 어르신의 차이다. 지혜는 삶 속에 존재한다.
제시어: 지혜
타자수: 998자
오필리아처럼~
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