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격의 거인'에서는 거인이라는 존재로 두려움을 심어 높은 벽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 '트루먼 쇼'에서는 물에 대한 공포로 바다 너머의 세상을 꿈꾸지 못하게 한다. 모두 두려움과 공포를 이용하여 가둬둔다. '우물 안 개구리'로 만족하며 살라고 하듯. 병원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입원해 있으면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이 생긴다. 일상을 살고자 하는 열망의 크기만큼 두려움도 커져 세상으로, 병원 밖으로 나가기를 주춤하게 한다.
병원 안은 안전하다. 다리 수술로 오랜 기간 휠체어 생활을 한다. 병원 안은 휠체어로도 얼마든지 다닌다. 턱도 없고 어딜 가도 안전바가 있어 손을 이용하여 약간의 경사까지도 오르내린다. 휠체어 생활도 할만하다며 웃는다. 어느날 병원 밖을 나선다. 병실 언니들과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병원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한다. 나이가 가장 어린 내가 다녀오기로 한다. 휠체어 운전에 자신이 있었기에 호기롭게 다녀온다 외치고 병원을 나선다. 병원 문이 열린 순간 펼쳐진 세상이 나를 비웃는다.
울퉁불퉁하다. 두 다리로 걸어다닐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도톨도톨이 휠체어 바퀴를 타고 머리까지 전해진다. 운전하는 팔에 힘을 잔뜩 들어간다. 핏줄이 터질듯하다. 보도블럭이 등장한다. 걸어다닐 때는 아무 문제 없던, 오히려 거리를 예쁘게 꾸며주던 이녀석은 휠체어가 나아가지 못하도록 잡아끈다. 몇 걸음이면 다다를 편의점이 천리 만리길이 된다. 이날 이후, 두 번 다시 휠체어를 타고 병원 밖을 나설 엄두를 내지 않는다. 철저하게 병원 안에 머무른다. '안전한' 병원에서 세상을 바라만 본다.
창 밖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다. 햇살은 찬란하고 비는 노래하며 빛낸다. 나는 없다. 세상 그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대로 '안전함'에 머물다가는 영원히 잊힐 것만 같다. 검은 눈물이 흐른다. 일어선다. 목발을 짚고 한 걸음 내딛는다. 여전히 두렵다. 또다시 비웃을까 무섭다. 이겨낸다. 갓 태어난 송아지마냥 비틀거리며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간다. 세상에 '나'를 새긴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