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단상1] 지지리도 비는 내린다

by 필이

비가 내린다.

가을 장마인가.

지지리도 비가 내린다.


누구는 태풍이 안 왔으니 괜찮지 않냐고 하고.

누구는 차라리 태풍이 한 번 오는게 낫다고 한다.


누구는 비가 낭만이라고 하고

누구는 비가 원망이라고 한다.


마음에도 지지리도 비가 내린다.

계속 되는 우울처럼 무기력해지려고 한다.


다른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이유로

일상을 놓음으로 오는

무질서가 나를 무기력하게 하는가.


다른 중요한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절망이

무기력의 구덩이로 몰아넣는 건가.


괜찮은 척!

아무것도 아닌 척!

바쁜 척!

중요한 무언가를 하는 척!


척척척

'척'들이 나를 막아서고 있는 것만 같다.


'척!'이라는 하나마다 기둥이 되어

나를 막아서고 있다.


울타리라 좋단다.

안정감을 가지고 좋단다.


그것이 진짜 나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것을 느낄 때마다

절망이 소용돌이 치는 줄 알면서도


'척'의 울타리 안으로 숨는다.


오늘도 '척'을 하며 아침을 시작한다.

아침을 '연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단순히 '시작될'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다른 '척'이

아침을 '시작할'뿐이기 때문이다.


아침을 '여는'것은 다르다.

'척'이 아니다.

내가 '여는'것이다.


'척'이 아닌 나 스스로가!


오늘 아침 비는

그 모든 것이 '척'이었다 말해준다.


'척'으로 살아왔다고

'척'으로 살아간다고


왜이런가.

왜이렇게 무기력에 빠져드는가.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


길을 걷다 문득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그 속에 네가 있더라.


빙긋이 웃는 네가.


오늘도 '척'하며 살고 있는 내게

웃음을 보내는 너는


오늘도 무기력의 동굴로

한 걸음 내딛는 내게 웃음을 보내는 너는


웃으면서도 울고 있는 너는

조용히 위로를 건네는 너는


너는!

.

.

.


지지리도 비는 내린다.

가을 장마인가.

나락을 어쩌라고.




오필리아처럼~

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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