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서랍 속 일기장을 꺼내어

by 필이

친구를 만나고 옵니다.


고추? ^^;; 친구는 아니지만

국민학교 때부터 한 동네에서

함께 커온 오래된 친구입니다.


묵은지마냥

엄청 묵힌 친구입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만나면

많이 만나는 것일 정도로

서로 연락은 뜸합니다.


멀리 떨어져 살아서이기도 할 테고,

사는 모습이 다른 것이 이유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만남이나 연락에 아무런 정해짐이 없습니다.

연락이 없다고 섭섭해하지도 않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서로 생각하며 각자의 삶을 삽니다.


그러다

이번처럼

어쩌다 연락이 되고

어쩌다 만나게 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서로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서로의 삶을 나눕니다.

서로의 삶을 응원합니다.


그러다 결국

어린 시절 추억으로 소환됩니다.


일부러 추억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추억 속으로 빠집니다.


동네 친구였던 만큼

함께 해온 것이 참 많습니다.


둘이는 유행처럼

그때 그때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함께 합니다.


한참을 배드민턴에 빠져

배드민턴을 칩니다.


처음엔 집 앞 골목에서 시작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눈만 마주치면

집 앞 골목에서 라켓을 휘두릅니다.


그것도 부족하여 일요일마다

공원까지 걸어가서 배드민턴을 칩니다.


버스로 4~5 정거장이 되는 곳입니다.

산을 향해 올라가듯

계속되는 오르막을 올라갑니다.


공원에는 넓은 공터가 있어

멈추지 않고 배드민턴을 칠 수 있습니다.


골목에서는 지나다니는 분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니

당연히 계속 멈춰야 합니다.


둘이서

자전거 타러도 다닙니다.

수영도 다니고 여행도 많이 합니다.


무작정 떠나기도 잘합니다.

꼼꼼한 친구가 계획을 세우면

필이는 숟가락만 얹어서 함께 갑니다.


산도 바다도 그렇게 많이 다닙니다.


아!

오랜 친구와 함께 있으니


건강한 필이를 만납니다.

파릇파릇한 필이를 만납니다.

꿈 많던 소녀 필이를 만납니다.

행복으로 웃는 필이를 만납니다.


오래된 친구는

서랍 속 소중하게 간직한

일기장과도 같습니다.


평소에는 잊고 살다

어쩌다 서랍 속에서 꺼내 보는 일기장.


괴로움도 외로움도

수많은 고민과 힘듦도

누레진 종이에 스며든 채,

종이와 하나가 되어 존재합니다.


종이가 된 이 녀석들은

더 큰

추억과 그리움과 행복이 됩니다.


오랜 친구를 만나고 옵니다.

돌아오는 발바닥에

추억 한 옴큼 묻히고 옵니다.


추억은 발바닥에서 서서히 올라오더니

가슴까지 따듯하게 합니다.


말라가는 머리조차

따듯함으로 적셔줍니다.


서랍 속 소중히 간직한 일기장을 꺼냅니다.

오늘의 추억을 새깁니다.


또다시 종이가 될 소중한 추억 하나.

한 글자씩 박제를 시작합니다.

경건한 의식과도 같은

소중한.


오필리아처럼~

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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