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살려고 나오던 그 자리에 이젠 가을이

by 필이


기억합니다!


지난 여름,

우리를 지독히도 아프게 했던

물을!



물이 일으킨 죽음의 소용돌이에서

살고자 했던 건

사람만이 아님을!


우린 기억합니다.




그곳에 지금


가을이 옵니다.



떨어진 낙엽을 보며

떨어지는 잎들을 보며


가을이다 좋다 합니다.



하늘마저 아무렇지 않은 듯

모른척 합니다.


이것이 사는 거라고 합니다.

이것이 살아내는 것라고 합니다.


살고자 나온 자리에

이젠 가을이 옵니다.


우린 또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삽니다.


그것이 인생이라며

그것이 사는 거라며


우린

죽음 앞에서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존재입니다.


살아야 하기에

오늘을 잘 붙들어야 합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의 영혼을 위로하며


아닙니다.


필이가 뭐라고

위로를 합니까.


단지

아픔을 느낄 뿐입니다.


저는 지금도

저 강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강이기에


아직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바라보지 못합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실종자분의 영혼이

더이상 춥지 않았으면 합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는

지난 여름 큰 수해가 있었습니다.

사람도 소도 집도 떠내려갑니다.


아직도 수해의 흔적은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오필리아처럼~

필이~^^*

월, 수, 금 연재
이전 09화[사진단상] 처음을 기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