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이방인으로 살기

1. 돌아가지 않을 방법

by Eternal Foreigner






아일랜드에 처음 도착한 날 회색빛 하늘 아래 나는 혼자였다. 미련인지 짐인지 모를 것들을 꾸역꾸역 담아놓은 이민가방을 끌며 '최대한 돌아가지 않을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마음 먹었다. 설렘보다 긴장이 먼저였고 그 긴장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20대 초반부터 '영원한 이방인'을 꿈꾸며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어 지금은 아일랜드 산 지 올 해로 햇수 12년 째가 되었다. 살아진 12년이 아니라 기록의 12년으로 남기기 위해 타인이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써보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모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연결되어 있다는 작은 선을 하나 긋고 싶다. 모국이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누군가가 어디선가 나의 글을 보고 '나도 그렇다'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구 어느 곳에 살아도 한 사람의 삶에서 12년이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요즘 강산은 3년이면 바뀐다는 데 최소 강산이 네 번은 바꼈을 시간동안 아일랜드 현지인과 국제 결혼을 해서 아이도 둘 낳게 되었다. '외국에서의 12년의 삶을 한 줄로 줄여보시오'라면 이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처음 낯선 나라에 가서 맨 땅에 헤딩을 하듯 매일이 도전이던 그 나날들을 무슨 단어로 형용할 수 있을까. 어떤 고생들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감사가 된다.



나처럼 다른 나라에 사는 이방인은 알 거다. 어느 곳에 살건 그 곳이 반드시 꽃밭일 수는 없다. 삶 자체가 꽃밭일 수는 없을테니까. 나의 블로그 메인 카테고리가 '여행'인데 여기서 말하는 여행은 어디론가 떠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준말이다. 어느 여행책에서인가 본 내용인데 그 후로 나를 줄곧 사로잡아 나의 삶과 함께 하고 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줄임말. 여행을 좋아해서 틈만 나면 여행을 다니고 여행 책도 열심히 읽어댔지만 결국 행복은 내가 앉은 그 자리에 있음을 잊지 않고 살기 위해 마음 속에 담아놓은 줄임말이다. 이 문장을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앞으로 하고싶은 말은 꽃밭같은 해외 살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낯선 환경에서 내가 '나'로 남는 법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한다. 국제결혼을 한 사람도 많을테고 해외에서 육아를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나같이 언어 문제를 겪고 문화 차이를 느끼고 정체성의 혼란을 거치며 그럼에도 또 곧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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