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리

by Eternal Foreigner

엄마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한 날, 외삼촌은 내게 와서 외할아버지는 본인이 열 세살에 돌아가셨다며 세상에는 고아도 많은데 너는 많이 컸지 않느냐고 위로를 건넸다. 삼촌이 많이 컸다고 말한 나는 그때 스무 세 살이었다. 당시에는 친구들과 놀러다니기 바쁜 나이었고 그 바쁜 나날들속에 엄마는 뒷전이었던 게 사실이지만 설사 내가 아흔 살이 되어 엄마를 잃었다고 해도 한 세상이 없어지는 건 마찬가지일 터이다. 누구나 하나밖에 없는 엄마니까.


그래도 살아졌다. 엄마의 김치찌개를 다신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아무런 맥락도 없이 버스에서 소리내며 엉엉 울었던 날도 있었고, 얼마없는 엄마의 사진을 뚫어져라 본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살아졌다. 엄마가 너무 보고싶다는 날들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래도 살아졌고 그렇게 살아지고 살아지다가 나도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엄마는 내가 얼마나 보고싶었을까. 당신이 죽어가면서 내가 결혼하는 걸, 손주가 커가는걸 얼마나 보고싶었을까.


삶이 나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욕심을 낸다면 난 있어주고 싶다. 내 아이들이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이 자라나는 동안 이 세상에 있어주고 싶다. 엄마가 보고싶은 날 아무때나 찾아올 수 있게, 내 하찮은 솜씨의 내 음식이 먹고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해줄 수 있게 그렇게 있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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