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맛있다 Eeny, Meeny,miny,moe

by Eternal Foreigner

만 네 살이 된 아들과 지난 달에 만 세 살이 된 딸이 연년생 남매가 매일 새로운 말들을 하며 나를 놀래키고 웃게한다. "it's a spider! he is crawling there! I am scared!"하며 소리 지르는 딸이 너무 신기하다. 왜냐면 '기어간다'라는 표현을 나는 애들 앞에서 쓴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이중언어의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가장 큰 한계는 한국어를 Mother language로 키우기엔 환경이 너무 척박하다는 것이다. 내가 Mother인데 Mother language, 즉 모국어를 쓰는 사람이 엄마 뿐인 환경이라니 '모국어'라는 단어가 참 아이러니하다. Father language는 왜 없나? 언어의 시작은 엄마라서 그런다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조금은 묻어나있다고 짐작하면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여하튼 Mother language보다 Father language를 더 잘하는 아이들에게 굳이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나날들이다. 나만 빼고 모두가 영어를 쓰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 내가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게 하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이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조금 마음을 놓은 것이 난 아이들이 나에게 한국말로 할 것을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너는 영어로 말하고 나는 한국말로 하지만 서로 이해하는 그런 상황'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 이상은 나도 아이들도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요즘 아이들이 Eeny, Meeny, Miny, Moe로 무언가를 정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 맛있다, 맛있으면 또 먹어, 또 먹으면 배탈나, 척척박사님 알아맞춰보세요, 딩동댕!하며 자라 온 내가 이니 미니 마이니 모 하는 아이들에 장단을 맞춰주려니 저것부터 제대로 알려주고 코카콜라도 알려줘야하고 참 이 어미는 갈 곳도 멀고 할 것도 많구나.



그저께 초등학교 2학년 조카와 아이들을 데리고 영상통화를 했다. 외국에 살고 자주 보지 못하기에 그 사이에 얼마나 아이들이 컸는지 보여주는 식의 통화이다. 새로 배운 노래들, 요즘 좋아하는 장난감 등등 얘기를 하다가 요즘 이니 미니 마이니 모를 한다고 언니한테 말했다. 그리고 조카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너 코카콜라 알아?' 했더니 버튼 누르듯이 자동으로 조카 입에서 '코카콜라 맛있다!'가 나왔다. 역시 클라식은 영원하다. 세대가 달라도 척척박사님은 모두가 알지 않겠는가.


언어란 단순히 한글의 나열이 아니라 정서를 담고 있다. 코카콜라를 한글로 쓰고 읽을 줄 아는 것과 척척박사에게 알아맞춰주길 바라는 정서를 이해하는 것에는 높고 깊은 벽과 제 2의 언어로 배우려는 이들의 노력으로는 감히 메울 수 없는 시간과 공기가 있다.



아이들의 Mother language를 진짜 Mother이 쓰는 언어로 만들고 싶은 나의 노력은 계속 될 것이다. 누구도 지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