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챌린저스> 리뷰
루카 구아다니노의 <챌린저스>가 재개봉했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젠지’ 탑스타 젠데이아의 ‘쓰리썸’ 이야기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각본가 저스틴 쿠리츠케스는 한 인터뷰에서 ‘모든 삼각관계는 본질적으로 퀴어하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타시 (젠데이아 역), 패트릭 (조쉬 코트너 역), 아트 (마이크 파이스트 역)의 묘한 삼각구도를 보면 볼수록, 영화가 가진 삼각형에 대한 광기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찬란한 햇살’, ‘사랑과 욕망’, ‘인간의 육체미’까지 감독이 좋아하는 요소가 총집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두 명의 동성이 한 명의 이성을 차지하려는 일반적인 삼각관계가 아닌, 동성 간에도 성적 코드가 다분히 느껴지는 역시나 루카 구아다니노다운 영화였다.
타시는 패트릭과 아트와의 첫 만남에서 “테니스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 영화의 서사는 타시의 대사를 따라가는 듯하다. 어린 시절 똑같은 사람을 떠올리며 자위했던 패트릭과 아트는 12년 뒤 챌린저 결승전에서 경기장 한가운데 타시를 두고 땀을 흘리며 라켓을 휘두른다. 테니스와 섹스는 영화에 계속 번갈아 등장하면서 결국 하나로 합쳐지기에 이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타시와 패트릭의 경기 장면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극 중 뜨거운 장면을 가장 많이 보여준 둘이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관계를 가지지 못한 것이다. 둘은 동일한 속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같은 속성을 가진 이들끼리는 서로 끌리기도 하면서 증오하기도 한다. 영화 내내 살벌하게 싸운 것만큼 타시와 패트릭은 서로 연상시키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같은 티셔츠 (“I told ya”)를 입었고, 아트가 씹던 껌을 똑같이 맨손으로 받아준다. 둘 다 아트를 교육하는 사람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그렇다면 그 공통된 속성은 무엇일까. 바로 ‘불’이다.
이는 곧 퀴어적 코드를 내포한다. 먼저 흑인 여성인 타시는 극 중 초반 계속해서 패트릭과 아트와의 동성애적 관계를 흥미로워했고, 동성인 안나와의 경기에서도 소리를 지를 만큼 관계적 쾌락을 느꼈다. 패트릭의 퀴어 코드는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바나나와 츄러스를 먹고 데이팅 앱에서 남성에게도 ‘좋아요’를 누른 장면 등이 그렇다.
아트는 반대로 ‘얼음’의 속성을 가졌다. 결국 <챌린저스>는 “아트가 ‘퀴어’ 정체성을 얻게 되는 이야기”라 요약할 수 있다. 주인공들 중 가장 불리한 사람은 아트다. 아트는 항상 지는 역할이고 가르침을 받는 존재이다. 또한 유일하게 둘의 관계를 알 수 없다. 아트만 타시와 패트릭이 경기장 한 코트 안에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키스하는 장면도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만다. 간접적으로나마 둘의 관계를 알 수 있는 건 오직 패트릭이 서브를 넣을 때 주는 힌트이다. 아트는 이러한 ‘정상’의 삶에 권태를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테니스 슬럼프를 겪고 있고 사실은 은퇴를 바라고 있다. 이는 곧 그토록 사랑했던 타시와의 이별을 뜻한다.
경기의 승패가 ‘정상’의 삶을 이어갈지 중단할 지의 방향을 결정짓게 되는 대망의 결승전 1:1 동점의 상황. 경기를 판가름하게 되는 마지막 세트에서 패트릭은 서브를 통해 다시 한번 아트에게 타시와 관계를 맺었다는 암시를 보여준다. 아트가 ‘정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경기에서 져 달라는 타시의 부탁을 거절한 것이다. 그리고 이 패트릭의 도발은 새로운 불쏘시개가 되어 아트에 내재된 욕망을 자극한다. 어쩌면 아트는 이 순간 자신도 ‘불’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아닐까? ‘퀴어’ 정체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고민 끝에 결국 미소를 지은 아트를 보고 웃음을 터뜨린 패트릭 또한 그의 결심을 느꼈을 것이다. 각자 타시를 떠올리며 라켓을 휘둘렀던 경기는 이제 맞은편 상대를 보고 관계를 이어간다. 치열한 랠리 끝에 아트 본인이 공이 되어 높게 패트릭에게 달려드는 모습. 그리고 그 광경에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며 만족하는 타시의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챌린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