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를 읽고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똑같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 본문 중에서
숲에 들어서면 처음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잠시 귀를 기울이면 침묵의 틈새에서 수많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낮은 울림, 흙 위를 기어가는 작은 곤충의 바스락거림, 멀리서 흘러오는 물소리. 숲은 침묵을 가장한 합창을 한다.
책을 읽을 때도 비슷한 순간이 있다. 활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저자의 목소리가 멈추고 내 안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문장은 끝났지만 생각은 이어지고 활자는 멈췄지만 마음은 움직인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조심스레 답한다.
그에겐 겉옷이 한 벌 있었고, 다른 것과 바꿀 수도 있는 책 한 권, 그리 고 양떼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가슴에 품어온 큰 꿈을 매일 실현하는 것, 바로 세상을 여행하는 일이 있었다. 안달루시아 초원에 싫증이 나면 양떼를 팔고 선원이 될 수도 있었고. 바다에 물리면 수많은 마을들과 수많은 여인들, 그리고 행복해질 수 있는 수많은 다른 기회들을 알아볼 수도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연금술사>를 다시 꺼내 읽었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아 떠난다. 그 여정은 개인적인 서사를 만드는 과정이다. 단순히 보물을 찾아 떠난 것이 아니다. 이 소설이 전 세계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 과정이 결국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의 목적과 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들에서 주운 거란다. 네 이름으로 교회에 헌금할 생각이었지. 이것으로 양들을 사거라.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 맘껏 돌아다녀. 우리의 성이 가장 가치 있고, 우리 마을 여자들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배울 때까지 말이다."아버지는 축복을 빌어주었다.
소년은 아버지의 눈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세상을 떠돌고 싶어 한다는 걸. 물과 음식, 그리고 밤마다 몸을 누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때문에 가슴속에 묻어버려야 했던, 그러나 수십 년 세월에도 한결같이 남아 있는 그 마음을.
- 본문 중에서
산티아고는 여행 도중 수없이 길을 잃고 때로는 모든 것을 빼앗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겪은 상실이 결국은 그를 스스로에게 더 가까이 데려다준다.
세계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표지’를 보내고 있다.
항상 똑같은 사람들하고만 있으면 -산티아고가 신학교에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그들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 버린다. 그렇게 되고 나면, 그들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려 든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으면 불만스러워한다.
사람들에겐 인생에 대한 나름의 분명한 기준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현실로 끌어낼 방법이 없는 꿈속의 여인 같은 것이니 말이다.
- 본문 중에서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 본문 중에서
가장 마음을 끄는 문장이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낭만적인 말처럼 들렸지만 곱씹을수록 희망이 생긴다. 내가 작가를 꿈꾸며 글을 쓰는 것도 결국은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절히 원하는 순간 나는 표지를 더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 표지는 사람의 말로 오기도 하고 우연히 펼친 책 속 문장으로 오기도 한다.
"그것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주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 본문 중에서
책을 덮고 나니 ‘연금술’이라는 말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연금술은 외부의 보물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말한다. 나는 글을 쓰면서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고, 막혀 있던 생각이 열리고, 낯설었던 나 자신이 조금씩 친근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을 느낀다. 그 순간들이 내가 찾고 싶어 하던 보물일지 모른다.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만일 내가 싸워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남들처럼 싸우다 미련 없이 죽을 거요.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그럼 당신은 사막에도 생명이 존재하며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사들이 전투를 벌이는 것은 그 전투 속에 바로 인간의 생명과 연관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요. 생명은 성대한 잔치며 크나큰 축제요. 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기 때문이오."
- 본문 중에서
산티아고의 여정처럼 숲은 늘 길을 감추었다가 뜻밖의 방식으로 다시 길을 열어 주곤한다. 그 과정을 통과하며 나는 배운다. 길을 잃는 것도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길을 잃어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 본문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마음에 새긴 건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남과 비교하지 말자는 것이다. 숲 속의 나무들이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자라듯 삶의 서사 역시 제각각이다. 중요한 건 끝까지 걷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안에 일어나는 연금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 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연금술사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거야. 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진다는 걸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
- 본문 중에서
나는 오늘도 숲을 걸으며 글을 쓴다. 어쩌면 내 ‘개인적인 서사’는 그 단순한 일상 속에 이미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가르쳐 준 건 멀리 있는 보물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경험이 바로 나를 성장시키는 연금술이라는 사실이다. 숲은 그 사실을 오래전부터 내게 알려주고 있다. 다만 내가 귀 기울이지 않았을 뿐...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 본문 중에서
이제는 알겠다. 길을 잃는 것도 돌아서는 것도 멈춰 서는 것도 모두 내 여정의 일부라는 것을...
내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한 가지다. 내 안의 나침반을 믿고 걸어가는 것.
그 길 끝에서 나는 결국 내가 찾던 보물과 마주하게 되리라 믿는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해, 잊지 말게."
- 본문 중에서
내가 때때로 불평하는 건, 내가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야.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지.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를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영원히 사라져 버린 사랑이나 잘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던 순간들, 어쩌면 발견할 수도 있었는데 영원히 모래 속에 묻혀버린 보물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두려워서 죽을 지경이야.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아주 고통받을 테니까.' 마음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