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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Feb 25. 2021

영화 리뷰_<나는 부정한다>

모든 의견은 동등하지 않다. 



사진출처: 위키백과


 첫 장면은 데보라 교수가 열정적으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에 대해 강의하는 장면이다. 연기였겠지만, 한 분야의 권위자가 열성적으로 지식을 나누고 자기 주장을 펼치는 모습은 언제 봐도 멋있다. 배우가 어디서 본 듯 매력적인 얼굴이기도 하고(키이라 나이틀리 닮았음), 자유분방한 역사학자이자 교수 역할이 잘 어울리는 페이스라서 첫 장면에서부터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다양한 법정 영화를 봤지만, 일대다(영화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으로 비유된다)의 싸움과 역사의 사법화를 다룬 법정 영화는 처음이라서 신선했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책을 낸 데보라와 출판사 펭귄북스는, 영국의 극우 역사학자 데이비드 어빙에 의해 명예훼손 고소를 당한다. 영국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없어서, 명예훼손죄로 고소 당한 피고측이 명예훼손이 아님을 (즉 데이비드 어빙의 주장이 거짓임을) 증명해내야 한다. 


 데보라는 법정 변호사 리처드와 문서 변호사(정확한 명칭이 기억이 안나는데 특이한 영국 사법 제도다. 변론을 하는 변호사와 문서를 조사하고 작성하는 변호사가 따로 있다.) 앤서니로 이루어진 변호인 팀 하에서 최대한 입증을 노력한다. 


이  변호팀의 승소 전략이 참 인상적이다. 

먼저, 홀로코스트의 목격자와 피해자를 소환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써 피해자들이 굳이 면전에서 데이비드 어빙의 모욕적인 자기 방어적 주장을 듣지 않아도 된다.(이 대목에서 수업시간에 잠깐 다뤘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집이 생각났다. 피해자들의 기억은 왜곡, 변질, 망각에 취약한데, 이점을 악용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거짓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지)

 

둘쨰로, 역사에 대한 심판이 아닌 개인 (데이비드 어빙)에 대한 심판임을 잊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역사적 주장을 위해서는, 수많은 과학적 입증과 연구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증명은 어렵고 의심은 쉽다."

데보라는 물론 표현의 자유는 인정되지만(즉 역사적 주장에 대한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 주장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버드대학교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비하 사건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언론의 관심, 학자의 주장, 표현의 자유 변론 등) 더욱 몰입이 되는 영화였던 것 같다. 


셋째로, 변호팀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했을 때 리처드는 최대한의 객관화와 증거수집을 위해 추모적 감정을 분리시킨다. 조금은 무례해보일 수 있지만, 재판에 진지하게 임하려는 변호사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냉철함과 감수성의 중간지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구나. 



반유대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홀로코스트 부인자였던 데이비드 어빙.

그가 어떤 정치적 이유로 그런 신념을 가지고 관련 주장을 펼치든지간에,

세상은 점점 팩트와 연대를 요구할 것이고, 터무늬 없는 선동적 주장은 사회적 처벌을 받을 것이다. 


"You were remembered and the voice of suffering was he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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