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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지영님 Feb 08. 2017

그렇게... 엄마가 되다

고마워! 내사랑

치열하게 공부를 했고

치열하게 운동을 했고

대학을 가기 위해서 

취업을 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그리고... 

엄마가 되었다. 


얼마 전, 아이 친구인 은재네와 함께 시내에 있는 뮤지컬을 보러 갔다.

내 아이를 포함한 어린이 세명은 뒷자리에 앉고, 

은재 엄마는 보조석, 나는 운전대를 잡았다.  

자리에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를 배경으로 

은재 엄마와 나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시내 거리의 풍경을 즐겼다. 

"시내 오랜만이네."

"어머나, 여기가 이렇게 변했네." 

"여기는 여전히 복잡해." 

"예전 회사가 이 근처라 맨날 다니던 거리였는데... 이제는 생소하네." 


그때였다. 

복잡한 명동과 충무로를 지나 동*대를 지나는데 

갑자기 은재 엄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여기 오랜만이네. 이 대학 들어가려고 참 애썼는데... 

언니, 제가 사회체육을 전공했거든요. 

말도 마요. 난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죽을 힘으로 

운동한 거 밖에 생각이 안 나요." 


문득, 궁금해졌다. 


"그럼 학교 졸업하고 취업은 어떻게 했어?"

"센터 수영 강사로 지냈어요. 결혼하고 그만두었지만요." 

"그럼 쭉 그만 둔거야?" 

"네." 

"다시 수영 강사를 해볼 생각은 없어?" 

"없긴요. 하지만 못할 거 같아요. 영법도 틀려졌고... 

그렇지 않아도 은재를 함 가르쳐 봤는데 도저히 못 가르치겠더라구요.

또 은재 동생도 더 커야 하고. 시댁에서는 셋째 욕심을 내기도 하고..." 

"그렇구나. 다들 그렇지 뭐."  

"그렇죠. 뭐. 그래도 언니는 일을 하잖아요. 그게 어디에요."  

"나도 마찬가지야. 그나마 반나절 워킹맘이 어디냐 싶긴 하지만. 

돈은 돈대로 적게 받고, 눈치보고. 

방학이면 애 봐줄 사람없어 걱정하고. 매일 머리가 깨질 거 같아. 

그래도 뭐 어쩌겠어. 엄마가 되었으니."

"그쵸. 엄마되었으니까요."


약간의 씁쓸한 생각에 조용히 말을 아꼈다. 


잠시 후...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직도 멀었어? 멀미할 거 같아." 

"뭐? 멀미?"

아이가 멀미를 할 거 같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어 어 어. 잠깐만. 거의 다 오긴 왔는데. 괜찮아?" 

"머리가 아파." 

"잠깐, 멈출까? 어떻게 할까?" 

"조금은 참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래, 그래. 얼른 갈게. 우리 다같이 노래부를까? 무슨 노래부를까?" 

"달팽이 부를래." 

"그래 그래, 달팽이 부르자. 그럼 다같이~ 시작~!" 

아이가 잠시라도 멀미를 잊을 수 있게 

우리는 다같이 달팽이(동요)를 열심히 불렀다. 


"보슬보슬 비가와요. 하늘에서 비가 내려요. 

달팽이는 비오는 날 정말 좋아해.~ "   


 엄마라는 이름이 때로는 버겁고 

내 이름의 존재를 잃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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