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전환하는 나만의 방법.
아니, 나이가 한살 한살 들어가며 기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하
그러다가 대학을 다닐 때 대학 선배였던 언니가 비오는 날 신던 장화를 보고 '아! 이거다' 싶었더랬지.
비가 많이 오는 날, 아무래도 습기가 가득 찬 바깥 공기에 신발까지 축축해지는 기분을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단 난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여름날, 내 생일이 있는 7월 그 언저리에. 홀리듯이 내 생일을 기념하는 장화를 스스로에게 선물해주었다.
그러고 한동안은 웃기게도 비가 오는 날을 기다리곤 했다.
그것도 찔끔 찔금 내리는 날 말고 후두두둑 떨어지는 많은 양의 호우를.
그렇게 장화와의 첫 외출을 한 날을 기점으로 비오는 날을 대하는 뚜벅이의 자세가 조금 변했다.
물 웅덩이를 피하지 않아도 되고, 롱부츠 형 장화이다보니 옷 하단이 비바람에 젖을 걱정을 안해도 되고. 게다가 두터운 내 종아리를 가려도 주니 일석 삼조 아닌가?
비오는 날 젖어가는 운동화,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장화를 신고 지나가다보면 어떠한 우월감 조차도 드는 것이다.
하지만 소소하게 내 삶을 지치게 하는 요소들로부터 이렇게 하나씩, 조금씩! 바꿔가다보면 언젠가는 내 하루의 시작을 어지럽히던 부분들이 어느샌가 날 설레게 해주는 오늘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호우가 내리는 초가을과 늦여름의 중간에서 장화를 꺼내 신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