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일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나라

by 서소시

"어머나~ 깜박했네! 주유소가 어딨지?"

주유등이 켜진지 한참 지났는데 놓치고 있었네요. 기름을 넣기 위해 마침 길가에 보이는 주유소로 급히 들어갔어요. 처음 본 곳이었죠.


주유 가능한 곳을 둘러봤더니 다 주유 중이고 마침 제일 앞쪽에 딱 한 곳이 비어 있었어요. 그런데 바로 뒤쪽에 주유 중인 차가 아주 큰 편이었고, 그 차의 옆틈을 지나 앞으로 가기엔 공간이 좁아 보여 어쩌나 하며 주저하고 있었죠.


마침 그 장면을 보신 직원 한분이 다가와 앞쪽으로 오라며 손 신호를 해주셨어요. 연세가 지긋한 할아버지셨는데 아무리 봐도 지나가기엔 틈이 좁아 보여서 손을 들어 못 갈 거 같다는 표현을 했답니다.


할아버진 환하게 웃어주시면서 괜찮다고 계속 오라고 하셨어요. 이끌어주시는 대로 전진해 봤는데 도저히 제 실력으론 안될 거 같았죠. 그래서 주유 중인 차가 나오길 기다리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도 했어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잠시 뒤 주유 중이던 차의 운전자가 계산을 끝내고 나왔어요.


참고로..
싱가포르 주유소는 직원에게 원하는 기름 종류와 얼마만큼의 기름을 넣을 건지 리터 단위나 금액을 알린 뒤, 주유소 내 상점 안에 들어가 기다리다가 주유가 끝나면 나온 금액을 지불하는 시스템이에요. 선 주유 후 지불 방식인 거죠. 이때 내 차가 몇 번에서 주유 중인지 번호를 확인해야 해요.


차 안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한 한국 시스템과 달라서 얼마 전 다녀가신 엄마가 많이 놀라워하셨던 부분이었어요. 내려서 상점에 들어가자고 했더니 뭐 살게 있냐고 하셔서 서로 당황했답니다.



할아버진 이제 됐다는 손 신호를 보내며 웃어주셨어요. 해맑은 아이 같은 할아버지의 웃음에 같이 따라 웃게 되더군요.

그렇게 앞차가 나가길 기다렸는데 어쩐 일인지 한참을 기다려도 시동도 걸지 않고 움직이지 않았어요.


'내비게이션 찍으시나.. '

마침 바쁜 일이 없어 그러려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움직이지 않았답니다. 방금 전 차에 타면서 내 차가 지나가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다 봤을 텐데 왜 안 움직이나 의아했어요.


그때 할아버지가 그 차 운전자에게 다가가셨어요. 뒤에 차가 기다리고 있으니 차를 앞쪽으로 빼달라는 걸 손짓과 표정으로 그 운전자에게 표현해 주셨죠. 온화한 얼굴로 여유 있게 표현해 주신 할아버지만의 연륜이 빛을 발한 걸까요..

그제야 그 차가 움직이였답니다.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그렇게 겨우 차를 세우고 내렸어요. 할아버진..

"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기다리는 걸 다 보고 타놓고 차 안에서 시동도 안 걸고 전화하고 있더라고요. "


내 일처럼 같이 속상해 주시니 많이 고마웠어요.

"엉클 ~~ 도와줘서 고마워요. 다행히 급한 일이 없어 괜찮아요. "

괜찮다고 전하며 주유하고픈 기름 종류와 양을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계산을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죠.


싱가포르에선 성인 남자에겐 "엉클 ~ " , 성인 여자에겐 "안티 ~ " 하고 부른답니다. 우리가 식당 가면 "이모님 ~ " 하고 부르는 것처럼요..

싱가포르에 오시면 그렇게 불러보시길..

헬퍼(메이드)도 안티라 부르는 경우가 많아 처음 누군가 "안티 ~ " 하고 저를 불렀을 땐, '나 안티 아닌데..' 하고 꽤 당황했었답니다.



기름이 다 채워져야 정확한 금액을 계산할 수 있기에 기다리다가 다 끝났나 하고 밖을 내다봤어요.

"어어~~ 어머나~~!"

아까 그 할아버지가 차 앞 유리창을 닦아주고 계셨어요. 이렇게 친절한 분을 만나다니..


(유리창을 닦아주시는 고마운 엉클 ~ photo by 서소시)


당장 냉장칸으로 달려가 시원한 망고 주스를 하나 샀어요. 어르신이 어떤 맛을 좋아하실지 몰라 차 종류를 살까 잠시 망설였지만 시원하고 맛있는 망고 주스가 보여 얼른 집어 들었죠.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며 주스를 드렸어요. 여러 가지로 도와주셨는데 창까지 닦아주시니 주스로 인사가 될까 죄송했답니다. 활짝 웃으시면서 고맙다고.. 좋아하는 주스라고 하시는데 괜히 덩달아 행복해졌어요.


이럴 때 일하는 게 즐겁다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덕분에 아주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다고 감사를 전하며 주유소를 나섰어요.

앞으론 할아버지 만나러 여길 자주 오게 될 거 같아요.




싱가포르에선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일하는 모습을 여러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요.

노인분들이 일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어 소개해 볼게요.


1. 노인을 위한 고용 지원 정책

(Employment Support for Seniors) ㅡ CFS(Center for Seniors)가 주관하고, 워크포스 싱가포르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50세 이상 고령 구직자들에게 진로 조언과 직무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인 거죠.


2. The Senior Employment Credit (SEC)이 제도는 2020년부터 시행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싱가포르의 정년과 재취업 연령은 각각 62세와 67세에서 65세와 70세로 늘어났다고 해요.


SEC 제도를 간단히 설명하면, 2023년 기준 60세 이상의 고령의 직원을 고용하는 고용주에게 정부가 그 월급의 일정 부분을 돌려주는 제도예요.


노인 고용에 대한 지급액은 두 가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1) 선임 직원이 얼마나 버는지..

2) 선임 직원들의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이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고 해요.



올해 기준..

60ㅡ64세는 그 직원 월급의 3%를, 68세 이상은 그 직원 월급의 8%를 고용주에게 돌려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68세의 직원에게 월 3,000달러를 낸 사업은 월 240달러(3,000달러의 8%)의 시니어 고용신용 지급액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이 지원 조치는 2025년까지 지속된다고 해요.

( 내용 참고 ; dollarsandsense.sg )


straitstimes 기사를 보니 고령자 고용률이 향상되었다고 해요.

65∼69세 노인의 경우 2022년 47.5%가 취업해 2019년보다 약 3% 포인트 증가했다. 55∼64세 노인의 경우 2019년 67.6%에서 2022년 고용률이 70.6%로 급증했다.

2022년 9월 기준, 4억 5천만 달러 이상의 노인 고용 신용이 지출되어 거의 10만 명의 고용주와 46만 명 이상의 노인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주었다.

(참고 기사 ; straitstimes.com 2023년 1월 31일 ㅡ Lee Li Ying)


정부가 지원하는 이런 제도를 통해 노인분들이 재취업이나 아르바이트 기회를 가질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돕는 거죠. 노인분들은 일할 수 있어 좋고 고용주도 정부 지원을 받으니 서로가 윈윈 하는 정책인 거 같아요.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성취감을 주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그래서 더 건강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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