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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애자인 남편, 혼인취소가 가능할까?

이혼전문변호사 이성호의 이혼 STORY

by 이성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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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취소에 관하여 문의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짧은 연애기간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혼인신고를 하여 후회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혼인취소의 요건이 우리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실무적으로 혼인의 취소는 간단하지 않으며 요건 또한 엄격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혼인신고 이후 단순한 변심으로 인하여 혼인의 취소를 용이하게 한다면, 혼인제도라는 신분계약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법 제816조에는 혼인취소 사유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부적령혼, 동의 없는 혼인, 근친혼, 중혼의 경우에는 실무적으로 거의 드문 혼인취소 사유이므로 오늘은 자주 문의하시는 내용 중에서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의한 혼인취소에 대하여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악질은 성병이나 불치의 정신병, 암 등과 같이 통상적인 의미에서 고칠 수 없거나 고치기 힘든 병을 의미합니다.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기타 중대한 사유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말하는 중대한 사유보다 엄격하게 해석이 됩니다. 임신가능 여부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음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임신불능 자체는 혼인해소 사유도 되지 않습니다. B형 간염의 만성보균상태를 혼인신고 후 알게 되어 이를 이유로 혼인취소를 청구한 사안에서 이는 악질이 아니라고 청구를 기각시킨 사례도 눈여겨보게 됩니다.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로 인하여 혼인이 취소된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남편 감 씨와 아내 명 씨는 혼인신고를 한 지 4개월 된 신혼부부입니다. 아내 명 씨는 어느 날 우연히 로그인 상태로 켜져 있는 남편의 PC를 보게 되었습니다. 감 씨가 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 알고 싶은 마음에 명 씨는 남편의 방문기록, 가입한 카페 등을 찾아보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남편 감 씨가 성소수자였던 것입니다. 명 씨는 이러한 사실에 몸서리치며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이 아니므로,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지부터 시작하여 사실이라면 앞으로 혼인생활을 어떻게 해야할지 깊은 수심에 잠겼습니다.


명 씨는 감 씨에게 이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적인 일들 모두가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남편은 지인과 함께 이른 아침 운동을 하고 출근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 지인이 이상해 보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모임이 있다며 늦은 시간에 들어올 때, 과연 친구들을 만났는지 의심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감 씨는 명 씨가 세탁을 마치고 건조시키고 있는 명 씨의 옷들을 보더니 그 중 하나를 입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가뜩이나 감 씨를 보는 마음이 복잡했던 명 씨는 감 씨의 이 같은 행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 씨는 명 씨의 옷을 입고 집안을 돌아다니더니 심지어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하며 명 씨의 옷을 입은 채로 나간 뒤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돌아왔습니다.


명 씨는 이 같은 감 씨의 행동을 보고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날 감 씨에게 부부관계를 갖자고 하였습니다. 과거 감 씨는 혼인초기부터 명 씨가 부부관계를 요청하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대부분 거부를 해왔었기 때문입니다. 감 씨는 이날도 부부관계를 거절하였고,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며 많이 늦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집을 나갔습니다.


술에 취한 채, 새벽에 들어온 감 씨는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명 씨는 세탁을 하기 위하여 감 씨의 옷을 벗기던 중, 감 씨에게서 다른 남성의 향수 냄새를 맡았습니다. 평소 감 씨는 향수를 사용하지 않았고 이에 명 씨는 감 씨가 성소수자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명 씨는 이러한 경우 혼인관계를 법률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소송대리인을 찾아가 문의를 하였습니다. 소송대리인은 남편이 양성애자인 것을 혼인이후에 알았고, 이로 인하여 부부관계를 거절하며 동성애를 지속하는 것은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혼인의 취소를 주장하여 혼인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고 명 씨에게 설명하였습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 입증의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채증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당부하면서, 구체적으로 남편이 양성애자인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명 씨는 소송대리인의 조언에 따라, 남편과 다른 남성이 성관계를 하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들을 확보하였습니다. 채증을 마친 뒤, 명 씨는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하였고 법원은 명 씨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양성애자임을 속이고 혼인신고를 한 뒤 부부관계를 거부하면서 동성애를 지속하는 것은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심증만으로 혼인취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입증의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경우이므로, 확실하게 남편이 양성애자인 것을 확인하였다면 소송대리인과의 논의를 통해 혼인의 취소를 준비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오늘 말씀드린 내용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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