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관계가 이미 파탄 난 상태에서 별거 생활을 하는 경우, 주 소득자가 생활비를 주지 않으면 경제능력이 없는 상대방 배우자는 생활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혼인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부부간의 갈등이 심하여 배우자 간에 대화가 단절되고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며, 재판 등을 통하여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과정에서도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아 상대방 배우자가 자녀들을 데리고 소송기간 동안 경제난에 시달리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이러한 경우에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시기 위하여 주 소득자인 상대방 배우자와 다투거나 사정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이 같은 경우에는 주 소득자인 배우자에게 부양료를 청구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오늘은 부부간에 생활비를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에 대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부간에 생활비를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우리 민법에 규정된 부부간의 의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민법은 부부간에 동거·부양·협조의 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부부간의 부양의무는 민법상의 사적 부양의무 중 제1차적 부양의무에 해당되며, 생활유지의무라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부간의 부양의무는 부양청구권이라는 권리로 구체화 됩니다.
부양청구권의 발생요건은 우리 민법 제975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부양의 필요성과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요건으로 나뉘게 됩니다. 즉, 부양청구권자는 자기의 자력이나 근로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만 부양청구를 할 수 있으며, 부양의무자는 스스로의 생활능력이 있어야 하고, 부양청구권자를 부양할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그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양의 필요성이나 가능성 중에서 한 가지라도 소멸하는 경우에는 부양의무 역시 소멸하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부양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부양의무자는 의무이행을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별거 중인 부부간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부양청구권이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남편과의 동거의무를 스스로 저버리고 별거하고 있는 아내는, 남편의 동거청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남편에게 부양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부양청구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부부간 부양의 정도와 방법은 민법 제977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당사자 간에 부양에 관한 합의가 있다면 그 합의에 따르고,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정도와 부양의무자의 자력 등 기타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정하고 있습니다.
부양의 정도에 대하여 대법원은 의식주에 필요한 비용, 의료비, 최소한의 문화비·오락비·교제비는 물론, 부양받을 사람의 연령·재능·신분·지위 등에 따른 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비용도 부양료에 포함되나, 혼인비용, 과외비, 학원비는 원칙적으로 교육비용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부양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부양의 정도와 방법을 정하는 협정이나 법원의 심판·조정·재판상 화해가 이루어진 후, 사정변경이 생긴 경우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그 협정·심판·조정·화해를 취소·변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