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르륵 떨어지는 물방울이 산만했다. 개운한 철수세미로 냄비를 벅벅 문질렀다. 날 것의 음악이 필요했다. 찌지직 목 긁는 소리가 시끄러워 수고로운 손이 다시 손끝을 갖다 댔다.
가요나 들어볼까,
몇 번 문지르다 말고 수도꼭지를 잠갔다.
그래, 사랑은 절절한 거지. 진부하기 짝이 없는 발라드 사랑타령이라- 차라리 이문세 아저씨가 부르는 담백함이 낫겠다 싶다. 그 세대가 아니어도 듣고 싶은 음악은 여전히 듣고 싶은 것이므로.
어쩌다. 텁텁함을 비워내는 말간 알코올향이 목으로 넘어가면, 어쩌다. 뜬금없는 계절이 떠올라 노래가 부르고 싶어지면, 정성 어린 편지 같은 가락을 내뱉고 싶을 때가 있다. 눈이 내리는 12월이라 그랬던 건지- '눈의 꽃'이 부르고 싶어져 노래방 가고 싶었던 작년 어느 날처럼.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서, 땅거미진 어둠 속을 그대와 걷고 있네요. 손을 마주 잡고 그 언제 까지라도.로 시작하는 노랫말)
산만한 머리는 손발이 맞지 않는다. 올드팝에 멈춰 섰다. Rock With You가 흘러나온다. 마이클잭슨은 " I wanna rock with you all night "을 반복한다. 수고로운 손이 반응한다.
명곡은 올드하지 않고, 경쾌한 아침은 드물며, 정오가 지날수록 또렷해진다. 점점점. 낮보다 밤에 또렷해지는 사람.
커피를 끊으면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두통이 완화되고 심리적 안정감 증가, 몸이 카페인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를 생성한다는 등 생기는 변화가 많단다. 검은 향을 맡아야 아침을 깨울 수 있다. 커피를 마시는 위안은 굳이 끊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여전히 커피는 안정감을 준다.
테이블 끄트머리에 놓여있는 액체가 든 컵은 안전하지 못하며 떨어트릴까, 깨질까 불안해서 좀 더 안쪽으로 민다. 눈뜨고 못 보는 아이들은 더욱 그런 것에 불안을 느끼지 못한다. 테이블은 널찍한데 코앞에 두느라 신경 쓰지 않는 건지, 다른 것에 집중하느라 먹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건지.
나만 눈뜨고 뻔히 본다.
집중하면 쏟을 일이 없다고 다그쳐 그런지 빈도가 줄어들었지만 어쩌다, 먹고 있던 시리얼이 바닥으로 쏟아지면 엄마 눈치를 본다. '엄마에게 혼나겠구나'가 느껴져 소리를 낮춘다. 한 번은 타이를 타이밍이라 집중해야지, 타이른다.
어느 날, 내가 물을 흘려 딸아이가 " 엄마, 엄마는 왜 집중 안 해서 물을 흘려?" 나처럼 굴길래 어, 엇 "그러게" 민망하게 웃었는데. 완벽하지 않으면 이런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엄마도 실수를 해, 느슨하게 흐흐흐 했다.
6개월이나 지난 사발면 하나를 발견하고는 별 탈 없겠지 싶어 물을 부었다. 별 탈은 없었고 매운맛이 덜 느껴졌다. 나나 구석이나 신경 좀 써했다. 어릴 적 김밥 꽁지를 먹지 않았는데, 지금은 김밥을 말다가 배고픈 아이들 먼저 주고 꽁지부터 먹는다. 입이 커졌는지 잘도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