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월화수목 입지 않았던 예쁜 옷을 입고 엄마와 잡은 두 손을 흔든다. 빨리 벚꽃이 보고 싶다고 말하는 딸과 대화를 하다가 시선이 머리로 향했다. 꽂은 검정 핀이 흘러내릴 듯 어설프길래 가르마 왼편으로 넘어간 머리카락을 제자리로 넘기고 핀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똑딱 눌러 주었다. 똑딱 눌러주는 손이 이마를 쓸어 넘기자 봉긋한 이마를 젖히고 반달눈으로 웃는다. 티니핑, 분홍색은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거라며 무늬가 없는 검정 핀을 하는 이유란다. 아이들이 칙칙해 보이는 것보다 밝아 보이는 게 좋잖아 반짝이는 핀도 하고 그래- 했더니 가끔 할게- 아홉 살 아이가 답한다. 이럴 땐 착한 딸이다.
가끔 기록했던 글들을 볼 때가 있는데 2024년 오이도를 다녀온 후 적은 글과 사진을 보았다.
[20대 쿵작 잘 맞던 직장 동료 셋이서 조개구이를 먹으러 왔었다. 사진도 찍었었는데. 조명 아래 쭉 늘어선 조개구이집 사이로 오락실도 보이고, 그때도 있었나? 기억은 나지 않고, 그 분위기 그대로 오이도다. 몇 년이 흘렀으니 새로 생기고 없어지고 했겠지. 밑반찬으로 나왔던 반가운 메추리알을 아이들이 환장하고 먹어서 언제 한번 해줘야지 했다. 밥 먹고 나오니 아이들이 저기에는 뭐가 있어? 묻길래 뭐 없는데 가볼래? 했는데, 사주 궁합 작명 보는 역학원도 있고 포토존도 생기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어서 뭐가 많이 생겼네 했다. BTS 노래가 흘러나오고 걷다 보니 폭죽 터트리는 소리, 또 조금 걷다 보니 7080 라이브라고 적힌 간판이 보인다. 조금 전에 butter 들었는데 나지막하게 들리는 7080 노래가 묘한 기분도 든다. 다음에 또 오게 될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때는 조개구이에 소주를!]
분홍색 바지와 분홍색 신발을 신은 딸아이가 밤하늘에 반짝이는 빛을 보고 소리를 듣는다. 다시 꺼내보게 될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배가 고파졌다. 식탁에 있는 환한 바나나를 먹었다. 어둑해진 오이도는 추억 속 기억을 데려왔고 변화가 일어났지만 잊지 않고 찾아와 훼손 없이 남아 있는 개나리 같았다. 화면이 점차 밝아지며 나타난 노란색, '봄이 왔구나' 봄꽃이 반갑다.
2024년에 다녀간 오이도를 보며, 따로 떼내 온 나는 술잔을 기울이며 조개구이를 먹었고 웃긴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겠지만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신입 영업 사원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 분명하며, 기억나지 않는 조개구이집 상호와 조개구이를 먹고 난 후 장소가 옥상 분위기였는데 어디로 갔는지 생각이 나지 않고, 걷다가 어떻게 헤어졌는지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잊힌 장면을 떠올리려 애를 써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희한하게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지나고 나면 잘 떠오르지 않는데 허투루 영화를 본 건 아닌데 기억력 검사라도 받아봐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컷(Cut) 컷을 연결하면 감정이든 기억이든 파노라마가 되어 중요하지 않은 장면은 없을 텐데 점차 사람들의 이름만 오르내릴 때가 있다.
나쁜 감정이든 나쁜 기억이던 있었던 일이 없어지지 않잖아. 나쁜 기억을 상기할 필요는 없지만 자유롭지 못한 날이 있다면 덕에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안심하는 말을 내뱉고, 그 시절 나를 악만 남은 사람으로 남길 필요는 없잖아.
누군가의 남편, 아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이었다면. 나와 맞지 않게 그때 그 공간에 연결이 되어서는 그 시절 당신은 나빴어, 나는 최선을 다했어.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 거지.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 페이드 아웃 시키고 싶은 날은 페이드 아웃. 다음 생에 감독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봄이야 봄꽃을 보러 나가야겠다. 훼손 없이 유지해 남아있는 그대로인 것을 남겨야지.
화면이 검은 화면에서 서서히 밝아지며 영상이 나타나거나(Fade In)/ 반대로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며 영상이 사라지거나(Fad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