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2025
실험을 할 때마다 난 항상 긴장했고 자신이 없었다. 결과에 대한 무서움, 중간에 만든 실수로 다시 시작해야 할지 걱정, 내 옷 실이 샘플을 망칠까 또 걱정, 걱정, 걱정, 또 걱정. 격주마다 있는 일대일 어드바이저 미팅 때 결과를 들고 갈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커 연구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 항상 나만 아는 한숨을 쉬며 긴장을 달래기 위해 물 한모금 꿀꺽 삼킨 후, 의자와 풀칠 된 내 몸을 일으켰다. 어느 순간, 내가 스스로 만든 도시락을 점심에 먹을 설렘이 조금씩 하루의 중심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치킨 가라아게를 쌌던 날엔 바삭함이 기다려져 실험을 시작했고 차돌박이와 홍시부추무침을 준비한 날엔 은은한 단맛 나는 부추 무침과 고소한 차돌박이의 조합이 궁금한 채로 실험을 시작했고 차슈를 쌌던 날엔 돼지고기와 간장의 조합이 너무 궁금한채 실험을 시작했다. 화이트 라구와 리소또 블랑코를 싼 날엔 화이트 와인의 은은한 향을 즐길 상상을 하며 일을 했다. 맛있는 점심을 더 맛있게 먹기위해 배가 고파야하니 실험을 열심히 하게 됐다.
‘연구의 방향성’, ‘결과에 대한 예상’ 이런 고차원적인 고민보다 “배고파야 한다”는 단순한 본능이 내 하루를 움직인다. 적당한 본능 중심의 단순함이 삶을 조금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만의 이상한 철학을 나부끼며 도시락 바닥까지 싹 긁어 비우고, 맛있게 먹을 저녁 도시락을 위해 실험을 시작한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