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2025
어렸을 때는 당근의 흙내음이 섞인 단맛이 이해하기 힘들어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당근을 먹는 경우는 주로 당근케익이라든가 김밥에 넣은 당근이 아닌 이상 굳이 찾지 않았다. 나에겐 당근은 색감을 더하는 용이지 그 맛을 즐기기 위해 찾은 적은 없었다.
당근라페를 처음 알게 된 건 불과 이년 전, ‘내 남편과 결혼해줘’라는 드라마에서였다. 여주인공이 지난 생의시어머니 약 올리 듯 새침하게 당근을 써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익혀지지 않은 당근 샐러드라니! 어떤 맛이길래 프랑스 사람들의 요리가 되었을까? 그 장면은 내 머리에 저장되곤 한 동안 잊혀지다가 친한 동기와 브런치 카페에 갔을 때 우연히 접했다. 새콤한 식초는 흙 내음을 가볍게 날려 당근의 달달함이 한층 더 살아났다. 그 이후로 나는 당근을 더 이상 피하지 않게 되었다.
보통 당근을 절일 때 소금과 설탕이 쓰이지만, 난 당근 고유의 단맛만 느끼고 싶어 소금만 사용했다. 라페의 매력인 ‘후루룩’ 식감을 살리고 싶어 당근을 가능한 한 얇게 채썰었다. 그리고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처럼 톡톡 터지는 재미를느끼고 싶어 겨자씨를 넣었다. 좀 더 향긋함이 조금 부족할까 와인 식초로 가볍게 터치를 했고, 요즘 나의 사랑 얼린 홍시를 살짝 더해 깊은 단 맛을 쌓았다.
당근 라페는 나에게 당근의 새로운 맛을 알려준 고마운 요리이다. 덕분에 편식 하나를 고쳤다. 도시락 밑반찬으로 끼운 상큼하고 달달한 당근라페는 마치 디저트 역할을 한다. 어떤 음식을 먹었더라도 깔끔하게 식사가 정리된다. 그 덕분에 마음이 충전된 상태로 실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