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6.2026
12월 말 동지. 넓은 부엌도 있겠다, 굴러다니는 단팥콩도 있겠다. 나도 집에 있겠다. 이 세 박자가 딱딱 들어맞아 동지팥죽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수많은 요리 유튜브 채널 중 한식으로는 ‘요리무사’를 즐겨 보는데, 단팥죽이 나와 즉흥적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쯤 되면 내가 먹기 충분하겠지 하며 단팥콩을 양쟁이에 들이붓고 씻고 냄비에 끓이니 자꾸 불어나는 양에 좀 당황스러웠다.
팥죽 양을 조절하고 싶어 팥 양을 적게 쓰고 싶었지만 결국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해 보니 붕어빵이 생각났다. 일 년 전 사 놓고 씻은 후 가만히 있던 팬. 구석진 곳에서 꺼내어 예열하고 기름을 발라 빵 반죽을 넣고 팥죽을 넣고 빵 반죽으로 덮었다. 많이 넣으면 안에서 부풀어 흘러넘칠까 두려워, 적정한 양을 넣고 그에 맞는 적정한 팥을 넣고 반죽으로 뒤덮었다. 적정한 시간에 팬을 뒤집고 추가적으로 익혀야 나오는 황금빛 붕어빵. 새로운 요리(?)의 적정한 시간, 적정한 양, 적정한 비율을 찾는 건 어려웠다. 몇몇 붕어빵은 지킬 앤 하이드처럼 한 면은 나름 황금빛, 다른 면은 새까맣게 탄 숯검댕이가 되었지만 집에서 처음 붕어빵을 굽는 시간은 나에게 적당함이 무엇인가를 질문을 던졌다.
적당한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좋아하는 재료라도 많이 넣는 건 요리 완성도를 떨어뜨리더라. 팥을 좋아하지만 붕어빵 모양을 해칠까 고민되었고, 반죽 재료를 넣으며 잘 부풀어오를까 고민되었고, 기름칠을 하며 붕어빵 전이 되는 건 아닐까 고민되었다. 수많은 고민들을 거쳐 서투른 붕어빵들이 나왔지만 또 다른 요리 경험이 되어 재료와 적정함을 되새겨 보는 따끈따끈한 시간이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덧, 달지 않았으면 해서 설탕을 최소한으로 넣었더만 깊은 맛이 떨어졌다. 설탕을 적절히 넣는 것도 타협이 필요한 기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