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6.2026
‘해산물은 부드럽거나 탱글해야한다.’ 나의 기준이다. 하지만 내가 구운 연어든 식당에서 구워진 연어는 대부분 퍽퍽한 분홍빛 닭가슴살이 되었다. 해물이 가진 정체성을 잃어버린 연어구이를 볼 때마다 내 마음도 퍽퍽해진다. 어느 밤, 자기 전 유튜브를 보다가 강레오 쌤이 연어 콩피를 알려주는 쇼츠를 보게 되었다. 55도 기름에 담궈 익혀진 연어 콩피 연어 콩피. 코랄핑크를 띠는 익은 연어가 결대로 찢어지는 걸 보고 ‘아! 저거다! 저걸 해봐야겠다!’ 외쳤다.
요리를 하다 보면, 요리 영상들을 보다 보면, 지나가는 상상들이 있다. ‘저 음식과 이 음식을 같이 먹어보면 어떨까? 이 재료에 다른 재료를 넣어보면 어떨까?’ 하며 맛을 상상한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잡기 위해 수첩을 따로 만들어 내 음식을 그리고 어떤 재료를 넣을지 간략히 적는다. 몇 개 적혀진 요리 중 하나: 으깬 감자 위에 연어 콩피. 언제 해 볼까? 날만 보다가, 크리스마스 날에 나에게 주는 선물용으로 계획했다.
품질 좋은 연어를 다시마에 감싸 냉장고에 하루 숙성한 뒤 요리하기 한 시간 전 상온에 둬 재료 온도를 균일하게 만들었다. 조그마한 소스팬을 기름으로 채워 온도계로 55도를 맞춘 후 연어를 퐁당 빠뜨렸다. 온도에 민감한 요리라 5분마다 온도계로 확인해 가며 주위를 기울였다. 그동안 익은 감자를 체에 내려 부드러운 식감을 극대화했고 새로운 고소함을 주고 싶어 깨절구로 잣가루를 돌려 버터 질감을 표현했다. 해산물 향을 강조한 차별성을 더하고 싶어 소스로 김오일에 고추냉이를 살짝 넣었다.
부드러운 감자 위에 부드러운 연어 콩피. 포크로 갈라 보니 결이 살아 있는 연어를 보며 신기했다. 씹을 틈도 없이 꿀떡꿀떡 넘어갔고 그 사이사이 으깬 감자가 주는 부드러운 식감과 모든 재료를 하나로 묶어주는 잣 풍미는 몇 달 전 이 요리를 상상한 나에게 만족감을 채워줬다.
재료 손질부터 기다림이 필요한 요리. 이미 존재하는 요리에 나만의 변형을 주어 탄생한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요리. 5분간 틈틈이 온도를 재며, 감자를 채에 조금씩 으깨 내리며, 잣을 돌려가며, 이 과정들이 다 이유가 된 음식은 나에게 주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