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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크다스 Dec 15. 2021

안녕, 내 남자친구 02.

영화관에서 나온 나는 문자를 확인했어.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확신을 했지.

‘언니, OO 오빠, 제 남자친구 인 거 알고 만났어요?’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를 않는지… 그 짧았던 순간 많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 그 날 남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아.


나는 한 순간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를 사귄 여자가 되어있었어. ‘하고 많은 남자 중에 왜 나는 똥차만 만나게 되는 걸까?, 이 쯤 되면 내가 문제인 걸까?’

많은 사람들 중 자신을 정말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어.

‘네가 좋은 사람이라면 네 주위에는 좋은 사람만 있을거야.’ 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을까? 한 번 나쁘게 먹은 마음은

나를 긍정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어. 많은 친구들이 위로를 해 주었고, 또 그 위로가 도움이 되지는 못했어.


그 후에도 나는 너를 어김없이 만나게 되었어. 매 주 팀 모임이 있을 때 마다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마주치게 되었지.

그 날은 비가 왔어. 너도 그리고 나도 우산을 쓰고 함께 걸어가고 있었어. 그냥 그 날은 너한테 이야기 하고싶었어. 그리고 위로 받고 싶었고, 공감받고 싶었어.


“나 OO이랑 사귀었었다?”

나의 말에 너는 정말로 몰랐다는 듯이 되물었어.

“정말?”

“응. 그런데 진짜 않좋게 헤어졌어.”


우리는 길을 걸어가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기  멈춰섰어. 그리곤,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공감해주었지.

비록 그 때 우리가 많이 친하진 않았지만 너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 만으로도 마음이 한 결 가벼웠어.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내 모습은

왜 나는 항상 이런 사람들만 만날까? 내가 뭘 잘 못 한걸까?’

그런 사람들만 만나는 내 자신이 한심했지.


그 날 너의 위로가 작으면서도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했어.


우리는 같은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어.

매일같이 너를 만나는게 즐거워지고, 또 친구로서 너가 너무 자랑스럽고 멋있기도 했단다.

하고싶은 일에 대해 열정있고 또 당당한 너의 모습을 닮고싶다 생각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는 또 다른 너의 모습을 동경했었나봐.

사람은 자신과 조금은 다른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끌린다고 하잖아.

나와 굉장히 다르고 생소한 너의 또 다른 모습이 궁금했어.


우리는 자주 만났고, 또 재미있게 놀았어.

지금에와서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며 살지 않았나해.

당장의 행복함과 즐거움이 좋았고, 또 중요했지.


어느날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있었어. 그 날도 너는 내가 보고싶다고 했어.

내가 어느지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너는 몰랐지.

그 날 마감을 마칠 때 쯔음 너가 카운터로 찾아왔어. 얼마나 놀랐는지 알고있니?

버스를타고 약 1시간 거리를 그렇게 나를 위해 찾아와줬어.

어떻게 왔어? 너무 멀지 않았어?”

나의 말에 너는 보고싶어서 왔다고 그렇게 답해줬지.

너의 말에 심장에 쿵 내려앉는 것 같았어.


이제까지 만나온 사람들과 넌 굉장히 다른 사람이구나. 라고 느꼈던 부분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보고싶다’고 많이들 말해.

하지만 여기서 정말로 보고싶은 마음에 이끌려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과연 몇 이나 될까?

너는 그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한 명 이였던거야!


언제부터 너를 좋아했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너가 없으면 안되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순수하게 생각한데로 행동하는 너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던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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