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나온 나는 문자를 확인했어.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확신을 했지.
‘언니, OO 오빠, 제 남자친구 인 거 알고 만났어요?’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를 않는지… 그 짧았던 순간 많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 그 날 남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아.
나는 한 순간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를 사귄 여자가 되어있었어. ‘하고 많은 남자 중에 왜 나는 똥차만 만나게 되는 걸까?, 이 쯤 되면 내가 문제인 걸까?’
많은 사람들 중 자신을 정말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어.
‘네가 좋은 사람이라면 네 주위에는 좋은 사람만 있을거야.’ 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을까? 한 번 나쁘게 먹은 마음은
나를 긍정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어. 많은 친구들이 위로를 해 주었고, 또 그 위로가 도움이 되지는 못했어.
그 후에도 나는 너를 어김없이 만나게 되었어. 매 주 팀 모임이 있을 때 마다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마주치게 되었지.
그 날은 비가 왔어. 너도 그리고 나도 우산을 쓰고 함께 걸어가고 있었어. 그냥 그 날은 너한테 이야기 하고싶었어. 그리고 위로 받고 싶었고, 공감받고 싶었어.
“나 OO이랑 사귀었었다?”
나의 말에 너는 정말로 몰랐다는 듯이 되물었어.
“정말?”
“응. 그런데 진짜 않좋게 헤어졌어.”
우리는 길을 걸어가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기 전 멈춰섰어. 그리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공감해주었지.
비록 그 때 우리가 많이 친하진 않았지만 너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 만으로도 마음이 한 결 가벼웠어.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내 모습은
‘왜 나는 항상 이런 사람들만 만날까? 내가 뭘 잘 못 한걸까?’
그런 사람들만 만나는 내 자신이 한심했지.
그 날 너의 위로가 작으면서도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했어.
우리는 같은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어.
매일같이 너를 만나는게 즐거워지고, 또 친구로서 너가 너무 자랑스럽고 멋있기도 했단다.
하고싶은 일에 대해 열정있고 또 당당한 너의 모습을 닮고싶다 생각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는 또 다른 너의 모습을 동경했었나봐.
사람은 자신과 조금은 다른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끌린다고 하잖아.
나와 굉장히 다르고 생소한 너의 또 다른 모습이 궁금했어.
우리는 자주 만났고, 또 재미있게 놀았어.
지금에와서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며 살지 않았나해.
당장의 행복함과 즐거움이 좋았고, 또 중요했지.
어느날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있었어. 그 날도 너는 내가 보고싶다고 했어.
내가 어느지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너는 몰랐지.
그 날 마감을 마칠 때 쯔음 너가 카운터로 찾아왔어. 얼마나 놀랐는지 알고있니?
버스를타고 약 1시간 거리를 그렇게 나를 위해 찾아와줬어.
“어떻게 왔어? 너무 멀지 않았어?”
나의 말에 너는 보고싶어서 왔다고 그렇게 답해줬지.
너의 말에 심장에 쿵 내려앉는 것 같았어.
이제까지 만나온 사람들과 넌 굉장히 다른 사람이구나. 라고 느꼈던 부분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보고싶다’고 많이들 말해.
하지만 여기서 정말로 보고싶은 마음에 이끌려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과연 몇 이나 될까?
너는 그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한 명 이였던거야!
언제부터 너를 좋아했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너가 없으면 안되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순수하게 생각한데로 행동하는 너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던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