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원의 유혹 (2)

끝까지 간다.

by 아는개산책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너 앞에 세 가지의 티켓이 놓인 접시가 있어.


하나는, 너의 평생 의료비

두 번째는, 자녀 평생 교육비.

세 번째는, 아무도 찾지 못할 섬나라에 리조트와 평생 먹고살 자금. 단 당장 떠나야 해.


-이 중에 무엇을 고를래?


음. 너무 고민되는데. 3번?


-정답이 있는 문제야. 세 가지 모두 네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을 뻗으면 안 되지.


아. 뭐야아. 그런 말 안 했잖아.


-살면서 찾아오는 유혹이 그런 거야. 네 것이 아니면 손대지 않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 취하고 싶은 것. 지구상에 유혹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어.

어차피 0의 개수와 시간의 차이일 뿐.


궤변이야.


-그래, 있을 수도 있겠다. 어린아이 중 몇 명은.



취한 자.


-돌려주지 않을래. 조금만 더. 가지고 있어 보지 뭐.


지갑을 잃어버렸다.

이유는 충분해.


나는 다시 걸어서 집까지 가기로 결심했다.

점점 빨라지는 걸음에 도착까지 20분여밖에 지나지 않아 있다.


바로 계단으로 올라가려다 잠시 멈춰 선다.


-혹시 집까지 찾아와서 뒤져보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숨겨야겠다. 안전한 곳에.

나는 지하 주차장으로 가보기로 하고 현관문을 나왔다.


얼마 전부터 동네를 어슬렁 거리던 주인 없는 개 한 마리가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평소처럼 다정한 말을 걸어줄 여유가 오늘은 없다.


주차장 안 쪽으로 들어가니, 처음 이사 온 날부터 움직이는 걸 본 적이 없던 오토바이가 눈에 들어온다.


-저거다.


먼지에 둘러싸인 오토바이를 이리저리 살피다, 쓰레기가 쌓여있는 바구니가 달려 있는 걸 알아챈다.

나는 쓰레기를 들추고 그 안에 돈 봉투를 반으로 접어 마치 쓰레기인 것처럼 섞어 넣어놓는다.


-아무도 모르겠지.


심장이 터질듯하다.

태어나서 이런 순간은 처음... 인가 아니던가.

머릿속이 자꾸 헤집히는 느낌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집으로 걸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도망자.


띵-


엘리베이터 도착음과 함께 한 발 문 앞으로 내딛는다.

무엇 때문인지. 유독 더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 어깨를 한 손으로 조물조물하며 사무실 문쪽을 보는데,


(아, 묘하게 익숙한 뒷모습.)


젊은 남자 하나가 사무실 앞에서 기웃거리며 안 쪽을 확인하고 있다.


-내가 일등인 줄 알았는데.


시계는 아직 7시도 되지 않았다.


(혹시?)


나는 걸음을 멈추고 다시 유심히 뒷모습을, 그리고 헤어스타일을 관찰한다.


-보지 마,


동시에 그가 뒤돌아 보며 눈이 마주친다.

확실하다.

어제의 그 젊은 은행직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다가 다시 엘리베이터를 급하게 누른다.

아직 내려가지 않고 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뒤통수에 대고 꽂힌다.


"저기요, 혹시?"


문이 닫히기 직전 뛰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나는 바로 L층과 닫힘을 누른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중간중간 여러 층을 한 번에 다다다다 눌러놓는다.


-몇 층에서 내리는지 몰라야 해.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슬며시 부여잡는다.


-괜찮아. 안 걸려.


(아,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층마다 찾아보진 않겠지?)


나는 중간 어느 층인지도 모르게 문이 열리자 바로 내려서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층인 듯하다. 사람들 몇이 눈에 띄지만 그들은 굳이 나를 쳐다보진 않는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여자화장실을 찾아 문을 걸어 잠갔다.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난.)


-조용해, 숨소리도 들리겠어.


나는 그곳에서 20여분을 죽은 듯 앉아있다가 팀장에게 문자를 보낸다.


+팀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두통이 심해 하루만 급히 연차를 신청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진동으로 되어있는 것 맞지?


화면의 진동표시를 다시 확인해 본다



엎친데 덮친.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면서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수십 번은 돌려 떠올려 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도.


"아... 이건 아니야."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어때서, 내가 훔친 것도 아닌데. 잘못한 사람이 책임지는 게 순리라면, 그건 내가 아니잖아.


(넌 이미 알고 있어.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걸. 지금은 네가 그 방향을 만들고 있잖아.)


-내가 끝까지 요청한 금액 그대로 받았다고 우기면, 걔네가 어떻게 증명해 보일 건데?


(지금 네가 도망치고 있는 행동이 바로 증거야.)


-휴대폰 잃어버렸다고 할 거야. 그래서 마지막 문자를 못 봤다고.


(너에게 정말 꼭 필요해 그 돈이? 한 순간의 실수로 인생이 바뀌게 될지 모를 사람보다?)


우뚝.


"돌려주자."


나는 다시 걸음을 재촉해서 주차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다.


오토바이가 사라졌다.



(3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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