良心 또는 兩心
(더 이상 악해지지 마.)
-악惡은 정말 쉬운 거네.
선善처럼 애쓸 필요가 없어.
(사실은 너도 멈추고 싶지?)
-아무것도 날 멈추지 못해.
(널 잡을 수 있는 게 하나 있긴 하지.)
-있을까?
(바로 나, 良心.)
더 나쁜
당황스러운 마음을 부여잡고 옥상으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간다.
옥상에는 주인집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되찾아야 해.
(무엇을 위해서?)
똑똑똑-
굳이 벨을 누르지 않고 노크를 먼저 한다.
벨소리는 어르신들 갑자기 놀랄 수도 있다.
다시 벨을 눌러볼까. 하던 참에 문이 벌컥 열린다.
"응, 아가씨."
마치 기다렸단 듯이.
"저,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 제가 주차장에서 물건을 하나 잃어버려서요. 혹시 CCTV 좀 볼 수 있을까 해서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데 열련 문 사이 신발장 위에 오토바이 키 하나가 눈에 띈다.
(설마.)
"응? 무슨 일인데."
거실에서 할아버지가 나오며 말한다.
"저, 여기 2층 아가씨가 무슨 먼 티브이 얘길 하는데"
흘러가는 낌새가 흙탕물 맛을 본 느낌이다.
"아니, 우린 그런 거 없어. 몰라유. 아들이 달아놓긴 했는데, 어떻게 보는지도 모르고 어휴 녹화되는지도 몰라유. 미안혀. 이만 가보셔유."
사투리와 표준어를 섞어 말씀하시는 사이로 급히 돌아가라는 손짓이 끊임없다.
"저, 그래도."
"아니, 미안혀 아가씨. 우리가 미안혀. 엉? 그 씨씨 먼가 그거 해놔야 하는디, 볼 줄 몰라서 미안혀유, 응?"
혹시라도 내가 문 틈 사이로 손이라도 넣을까 봐 그런지, 밀어내는 시늉으로 문이 결국 닫혀 버린다.
-탕.
갈 곳 잃은
집으로 돌아와 털썩 침대에 가라앉는다.
-난 분명 돌려주려고 했는데. 왜 내 착한 마음에 재를 뿌리는 거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한숨을 내쉰다.
다시 사무실에 가기도 이젠 두렵다.
(왜?)
두려워. 그냥.
휴대폰을 열어 문자에 찍힌 마지막 통장 잔고를 확인해 본다.
아직은 백만 원이 조금 넘게 들어있지만, 관리비와 식대를 빼고 나면 얼마 남지 않을 게 뻔하다.
-왜 그 은행직원 때문에 내가 200만 원을 손해 봐야 하는 건데.
무의식적으로 나는 이미, 우연히 손에 쥔 100만 원까지 나의 원금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할까?
주인집 할머니, 할아버지를?
죄목은, 내가 빼돌린 돈을 훔친 죄. 인가?
"미치겠네. 정말"
지이잉-
문자가 왔다. 또.
-보기도 싫어!
확 침대 위로 던져 버리지만, 이내 다시 주워 들어 휴대폰을 열어본다.
+과장님, 몸 많이 안 좋으시다고 들었어요. 저녁때 제가 죽이라도 사갈까요?
언제나 눈치 없는 서림은 오늘도 눈치가 없다.
-네가 낄자리가 아냐.
괴로워.
왜?
자꾸 질문하지 마.
내 탓이 아니야. 그 사람들 탓이야.!
끝을 향하여
"죽도록 슬퍼도 배는 고프다더니."
잔돈을 챙겨 편의점이나 가보기로 한다.
낡은 슬리퍼를 대충 끌어 신고-
하지만 1층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나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그. 남직원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표정은?
아직은 송구한 표정이 더욱 커 보인다.
기회가 있다.
둘러댈 기회.
"어, 안녕하세요. 여기는 어떻게."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불쑥. 오전에 회사에 잠깐 뵈러 갔었다가. 오늘 연차라고 하셔서 죄송하지만 다른 직원에게 친구라고 하고..."
-어떤 눈치 없는 놈이었을까.
"아, 네..."
"급한 마음에 죄송합니다. 혹시 봉투는 확인해 보셨어요?"
입 안이 바짝 마른다.
오늘 물을 적게 마시긴 했어.
"실수. 하신 건 확실하신 거예요?"
다행이다.
질문의 답을 한번 피했다.
"네? 아 네. 어제 마감시간에 확인해 보니 금액이 안 맞아서요. 그날 제가 환전해 드린 분이 몇 명 되지 않아서. 연락되시는 분부터 하나씩 확인하는 중입니다. 번거롭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네에."
"혹시, 확인은.. 아직 안 해보셨으면, 지금 가서 해보셔도 되세요. 저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게..."
머릿속의 말들이 싸우는 통에 도통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타인과의 단순한 대화가, 이렇게나 많은 생각이 필요한 것이었나.
하지만 그것보다.
그 많은 생각들보다.
마음에 짐이 많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그냥 내뱉으면 돼. 자신을 믿어.)
막 말을 내뱉으려는데, 어제의 떠돌던 강아지 한 마리가 언제부터였는지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게 아니라,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기 시작한다.
"아니, 넌, 왜..."
한 발자국씩 내게 발걸음을 떼고 있다.
-아니야. 안돼.
나도 조금씩 뒷걸음질을 쳐본다.
누군가 등을 보이면 안 된다고 했다는 것도 같은데.
이것저것 생각할 때가 아니다.
속력을 내려 막 뒷발로 땅을 차는 걸 본 순간, 나도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아, 아악"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도와달란 말을 할 새도 없이.
뒤를 보지 못하니, 이미 바로 내 뒤에서 다리를 물어버릴 것만 같다.
쫓기듯 간 시선 끝에는 이미 퇴근시간이 지나 막힘없이 차들이 달리고 있는 차도 하나뿐이다.
-멈출 수 없어.
개한테 물리는 건 더 개망신이야.
달린다, 잠깐 차도가 비어있는 그 틈에 뛰어들어간다.
아, 늦었나?
빠아아아아아앙-----
백만 원의 유혹
'아가씨!'
-왜 나를 아가씨라 부르지?
"아가씨, 아가씨, 도착했어요."
(아, 깜빡 잠들었구나.)
급하게 손에 쥐고 있던 현금을 내밀고 봉투를 챙겨 택시에서 내리려다가,
(지갑!)
앉아있던 자리를 확인하니, 의자 사이에 끼어있는 작은 손지갑이 보인다.
"휴, 다행."
지갑을 챙겨 '고맙습니다' 하고 문을 탁 닫는다.
(직원분. 너무 오래 기다리시는 거 아닐까?)
좀 뛰어야겠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돼. 이런 돈도 꽁으로 만져보고. 비록 잠시이지만. 힛"
봉투를 보며 걸음을 재촉하는데,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착한 게 뭔데?
우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