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면 사고가 납니다
최근 부아c 작가의 [외롭다면 잘 살고 있다]라는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책을 읽다가 "백미러만 보면서 운전하면 사고가 난다"라는 챕터 제목에서 시선이 멈췄습니다.
처음에는 '외로운 것하고 뒤를 돌아보면서 사는 게 무슨 상관이 있지?' 하는 전형적인 T(이성)적 사고로 두 페이지 남짓한 분량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외로움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을지 몰라도, 참 맞는 말이었습니다. 후회라는 감정은 사실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메가 히트를 쳤던 학교폭력 소재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의 엄마가 차 안에서 딸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문제 해결 방법은 뒤에 없어. 늘 앞에 있지."
이 말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후회라는 것만 하며 살아갑니다. '그때 이런 선택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저런 선택이 더 나았던 거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이런 선택이든 저런 선택이든 그때는 더 나았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결과를 아는 미래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따지면 비트코인은 10년 전에 샀어야 하고, 금은, 강남 아파트는 어땠을까요? 이런 말은 끝이 없습니다.
박연진 엄마의 말처럼 문제 해결책은 뒤에 없습니다. 앞에 있습니다. 안 그러면 됩니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후회'가 아니라 '복기(復棋)'여야 합니다.
바둑 기사들이 쓰는 표현인 복기는, 사실 진 게임이든 이긴 게임이든 과정을 되짚어보며 다음을 준비하는 행위입니다.
저도 한때 상장사 임원으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3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상장사 기획이사를 할 기회가 주어져서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당시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는데 경영권 분쟁이 생기고, 조폭이 개입하고, 여러 이슈로 경찰 조사와 검찰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나름 군대를 논산훈련소 조교로 다녀와서 욕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의 욕설과 협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때 몇 달간은 조폭이 잡으러 다닌다는 소문 때문에 후배 집에 가서 머물기도 하고, 혼자 섬에 들어가서 며칠 있다 오기도 했습니다. 후회만 하는 삶을 몇 달 살다 보니 문득 '이렇게 살다가 처자식 굶어 죽이느니 차라리 내가 죽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거면, 그냥 일하다 죽자'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일할 때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조폭에게 협박까지 받고, 검찰 특수부 조사실에 가서 조사까지 받고 나니(물론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었지만, 2000년대 초반 검찰 분위기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목숨 내놓고 일하는 심정이 되어 오히려 일이 더 잘 풀렸습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 사업을 시작하고 회사가 성장하자 상장, 매각 제안 등 여러 이슈가 생겼습니다. 그때 저는 두 번, 세 번 더 신중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후회를 이기고 나니 자연스럽게 복기가 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위험해진다'라는 감각이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게 되었고, 그것이 제게는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결국 실패의 경험이 저에게는 큰 도움, 즉 학습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차라리 어릴 때 그런 경험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나이를 먹고 그런 일을 겪었다면 이겨낼 힘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제가 그때의 경험 없이 무리한 상장 욕심이나 M&A 욕심을 내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다시 생각해도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후회만 하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합니다. 인생이라는 여정에 내 운명을 결정하는 운전은 백미러만 보면, 정말 큰 사고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