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인척하며 사람 조종하는 실전 '다크 심리학'

칭찬만 하면 호구 됩니다. '이것'을 섞어야 고수입니다

by 코와

디지털기업협회라는 모임이 있는데 거기 대표님들 중에는 정말 '와, 이분은 이렇게 성공했구나' 싶어 귀감이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한 분이 정말 회사를 크게 키운 L이라는 분입니다.

이분을 십 년 넘게 봐왔는데, 우리는 이 형님을 '눈탱이 형님'이라고 놀리곤 합니다. L형님은 어디 가서 견적을 받으면 제가 받는 것에 항상 2~3배를 더 받아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형님을 뵈면 주먹을 쥐고 눈에 갖다 대는 경례 비슷한 걸 하기도 합니다.

저랑 나이 차이가 6살 정도 나는데 이런 행동을 해도 항상 껄껄 웃으시고 "맞아, 난 맨날 눈탱이 맞아. 우리 상연이가 도와줘야 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약한 척하며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기술

여기서 키워드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약해 보이지만 사람을 이용, 아니 활용할 줄 안다는 점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가스라이팅입니다. "난 약하니까 네 도움이 필요해. 늘 내가 부탁하면 넌 나를 도와줘야 해"라는 메시지를 툭 하고 던져 놓는 것입니다.

이런 일화도 있습니다. 같은 협회 친구 C가 강남에 사옥을 사고 지하를 구내식당으로 꾸며서 우리를 초대한 적이 있습니다. C가 식당 내 특별한 방에 자기가 사놓은 그림을 자랑하며 화가 한 명(C의 친구)을 소개해 주었는데, 꽤 유명한 친구이고 그림도 당시 가격이 엄청났습니다. 제가 그림을 잘 몰라서 그렇지만 가로세로 1m씩 하는 그림이었는데 수천만 원 한다고, 워낙 유명한 친구라며 주변 사람에게 그 친구 그림을 사둬야 한다고 술 먹는 내내 이야기를 했습니다.


세련된 돌려 까기와 칭찬의 미학

슬슬 술주정 같기도 하고 귀에서 피가 나올 즈음 돼서 L형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C는 정말 영업을 잘해. 사람이 관심이 없어 보여도 저렇게 끈질기게 해야 영업이 되지."

라고 하면서 돌려 까기 반, 칭찬 반을 섞어서 말했습니다. 물론 우리 C는 눈치 없이 더 신나서 더 큰 목소리로 그림을 팔았지만 말입니다.

저도 참 못하는 건데 주변 사람에게 칭찬을 계속하는 대화, 즉 요즘 이야기하는 다크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매우 높으면서도, 그것을 유머와 겸손으로 아주 세련되게 포장할 줄 아는 분입니다. 제가 이걸 "가스라이팅"이라고 느낀 것은 정확했습니다. 다만 폭력적인 방식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게 너의 기쁨이지?"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아주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가스라이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와 관계의 역설

나쁘게 말해서 그렇지만, 사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 제목처럼 우리는 칭찬의 힘을 압니다. 그런데 보통은 잘해주는 사람을 좋아할 것 같지만, 뇌는 반대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Benjamin Franklin Effect)'라고 부릅니다.

"내가 저 형님을 도와줬네? 내가 귀한 시간과 노력을 쓸 정도면 저 형님은 가치 있는 사람인가 보다"라고 우리 뇌가 스스로 합리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L형님은 계속 부탁과 칭찬을 섞음으로써 상대가 심리적으로 자신에게 투자하게 만들고, 결국 관계를 끊지 못하게 묶어두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칭찬'만' 하면 고래'만' 춤춥니다. 칭찬과 '나를 돕게 만드는 것'을 병행해야 효과가 좋습니다. 어디 가서 잘난 척하기보다는,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 그리고 그걸 진솔하게 고마워하는 사람이 훨씬 낫습니다. 이렇게 쓰니까 내가 L형님과 C친구를 깐 거 같네요. 두 분 다 대단히 성공하신 분이고 형님의 말투를 배우고 따라 하고 싶어서 요즘 노력 중이라고 이야기한 거고. C친구도 영업의 달인. 그래서 별명이 영달입니다. 아마 둘 다 내 소재로 글도 써줬어 하는 여유로움을 줄 분들이라서 편하게 글 씁니다.

일요일 연재
이전 06화회사는 당신의 꿈을 위한 최고의'테스트베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