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되고픈 남자.
이 작품은 실제 사건들을 참고해 만들어졌지만, 인물과 장소, 사건의 구체적인 전개는 모두 허구입니다. 현실의 특정 인물이나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내용의 현실감을 위해 변호사의 감수를 받으며 집필하고 있습니다.
작품에는 성범죄 및 폭력적인 장면, 성인 대상의 묘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이용에 참고해 주세요.
40대 후반의 한승호는 연 매출 300억 원 규모의 부품 제조사를 운영하는 성공한 기업가였다. 젊은 시절, 그는 소위 '영업의 달인'이라 불리며 전국의 룸싸롱을 제집 드나들듯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회의감이 몰려왔다. 다음 날 아침이면 깨질 듯한 숙취에 고통받는 자신과, 억지로 술을 받아 마셔야 했던 접대 대상들의 피로한 기색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하룻밤에 수백만 원을 쏟아붓고 몸까지 상해가며 이런 짓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밤 문화를 끊은 지 십수 년. 그는 사람들과 시간은 보내되 기분 좋은 마무리가 가능한 골프와 고급 다이닝으로 영업 전략을 바꿨다. 변화된 시대상에 맞춘 그의 전략은 고공 행진을 이어갔고, 회사는 더욱 탄탄해졌다. 하지만 철벽같던 그의 이성은 하청업체 박 사장의 간곡한 부탁에 마지못해 끌려간 강남의 한 '쩜오(0.5)' 룸싸롱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에이, 형님! 요즘 여기 안 오면 사업 얘기가 안 돼요. 여기 애들 수준이 거의 텐프로 급입니다. 형님 예전 가락 어디 가겠어요?"
박 사장의 너스레에 승호는 어색하게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여자, '수아'가 승호의 옆자리에 앉았다.
수아는 승호의 허벅지 안쪽을 은밀하게 쓸어내리며 귓속말을 속삭였다.
"오빠, 오늘 왠지 되게 선비 같으시네? 근데 이런 분들이 사실은 침대 위에서 더 뜨겁다던데. 내 말이 맞나 확인해봐도 돼요?"
진한 향수 냄새와 노출된 어깨선, 그리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숨결이 승호의 잠들었던 말초신경을 거칠게 자극했다. 술기운이 오를 무렵, 수아는 승호의 손을 끌어 자신의 드레스 가슴팍 안으로 깊숙이 집어넣었다.
"오빠, 여기 좀 만져봐. 나 심장 너무 빨리 뛰어."
저돌적인 수아의 태도에 승호의 억눌려 있던 본능이 폭발했다. 왕년의 룸바닥에서 놀던 썰을 잔뜩 풀며 수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고가의 양주를 연달아 주문했다. 얇은 실크 드레스 너머로 느껴지는 탄력적인 가슴의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자 승호의 이성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그날 밤, 룸 안의 열기는 광란으로 치달았다. 박 사장이 먼저 파트너 여자를 거칠게 무릎 위로 올리고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노골적인 행위를 시작하자, 승호와 수아 역시 거침없어졌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과 거친 호흡, 두 커플의 집단적인 행위는 십수 년 만에 승호에게 뇌가 저릿해지는 쾌락을 선사했다.
그날 이후 승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수아가 보고 싶어 혼자 룸을 찾는 날이 일상이 되었다. 스무 살이나 어린 수아와 엉켜 있으면 자신이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특히 수아의 가게 마담부터 그녀가 불러주는 대리기사까지, 그들은 승호를 향해 "사장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형님, 오늘 컨디션 최고신데요?"라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전의 자신이 하던 룸 접대는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 급급한 고역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돈을 쓰는 만큼 자신을 우러러보는 시선과, 어린 여자의 맹목적인 애정 공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승호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에 젖었다. 하지만 한 번 갈 때마다 백만 원이 훌쩍 넘는 술값이 서서히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수아가 다른 남자들의 무릎 위에서 아양을 떨며 술을 마시는 꼴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피를 말리는 질투가 되었다.
"수아 너, 이제 술집 나가지 마."
승호는 며칠 만에 강남 한복판에 최고급 오피스텔을 얻어주었다. 회사 비서로 채용해 월급을 주는 형식으로 명분을 만들어 월급까지 주었지만, 사실상 그녀는 승호만을 위한 '밤의 비서'였다.
수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승호의 품에 파고들었다.
"정말? 오빠... 다른 남자들 손 타는 거 너무 싫었거든. 이제 오빠만 보고 살게. 고마워요."
승호의 본격적인 이중생활이 시작되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중요한 거래처 접대가 있다"는 핑계를 입에 달고 수아의 오피스텔로 달려갔다. 그곳은 승호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천국이었다.
"우리 오빠, 오늘도 돈 버느라 고생 많았네.”
”얼마나 힘들었어?”
”내가 오빠 기운 나게 안마해줄게."
수아는 승호를 진정한 '황제'로 받들었다. 침대 위에서의 화끈한 서비스는 물론이고, 그가 사회에서 겪는 고충과 피로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천사 같은 존재였다.
반면, 집에서의 대우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주말에 거실 소파에 잠시 몸을 뉘려 하면 아내의 날 선 히스테리가 고막을 찢었다.
"여보! 누워있지만 말고 저 음식물 쓰레기 좀 갖다 버려! 냄새 안 나?”
”곧 있으면 애들 학원 끝날 시간이야. 라이딩 가!"
아이들은 아빠를 그저 '돈 나오는 기계' 혹은 '공짜 운전기사' 정도로 여겼다.
연 매출 300억 회사의 대표라는 직함도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아무런 힘도, 권위도 없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 보였다.
'내가 밖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 사람인데... 연 매출 300억을 일궈낸 CEO가 집구석에서 고작 쓰레기 당번이나 해야 하나? 나도 이 정도 호사는 누려야 마땅한 거 아닌가?'
수아의 오피스텔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와 그녀의 간드러지는 위로, 그리고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치켜세워주는 그 공간이 거실의 지옥 같은 잔소리보다 수만 배는 가치 있게 느껴졌다.
승호는 결심했다. 십수 년간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참아왔던 이 지긋지긋한 '가장'이라는 굴레를 던져버리기로. 수아와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그는 이혼이라는 마지막 패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주석: 쩜오(0.5)란? 강남 유흥업소의 등급 중 하나로, 최상위인 '텐프로'와 일반 룸싸롱의 중간 형태를 의미한다.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2차 성매매 여부: 아가씨들 중 절반은 2차(성매매)를 나가고, 나머지 절반은 나가지 않는다는 설정에서 유래했다는 설.
가격 및 수수료: 최상위 업소인 텐프로(마담이 매출의 10%를 가져가는 구조)보다 저렴하거나, 혹은 텐프로의 반값 수준의 가격대라는 의미에서 '오(0.5)'라는 숫자가 붙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텐프로급 외모를 가졌으나 시스템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고급 업소를 통칭하기도 한다.
감수 : 경찰간부 출신 마성의 변호
김판수 변호사
( youtube.com/@policelawyer_p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