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의 기본중에 기본

골프존이라는 회사에서 배우는 기본기

by 코와

골프존이 일하는 방식

골프존이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클럽하우스라는 이름의 건물이 있는데, 주로 직원들이 회의도 하고 직원 전용 카페나 스크린 골프장, 구내식당 등이 모여 있는 공간입니다. 그 카페 앞에는 골프존 직원이 일하는 방식, 즉 룰을 정리한 인포그래픽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일을 시작할 때 : 일을 하는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기한과 자원, 권한을 정확히 정한다.

두 명 이상 일할 때 : 일의 과정과 세부 정보는 물론, 그 맥락도 함께 공유한다. 그리고 이해했는지 확인한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 상황의 원인과 예상 결과를 빠르게 파악해 대안을 찾고 리더에게 공유한다.

동일한 업무가 지속될 때 :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의심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 시도해본다.

동료와 의견을 나눌 때 : 동료의 의견도 옳다는 전제로 경청하고, 다른 의견은 명확한 근거와 함께 제시한다.

사실 이 다섯 가지 내용 안에 사회생활에 대한 모든 것이 녹아 있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인간관계 책과 자기 계발서의 내용도 결국은 이 5가지를 풀어서 설명한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직장 생활만 그럴까요? 결혼 생활도, 부모 자식 간에도, 친구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5가지 룰에 대입하면 꼬였던 웬만한 인간관계는 스르르 풀리게 마련입니다.


요즘 신입으로 회사에 입사하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2023년 신규 채용 인력 10명 중 6명은 경력직이었습니다. 즉, 신입은 4명뿐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2025년은 통계를 못 봤지만 그 바늘구멍이 더 좁아졌을지도 모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바라보면 신입 채용은 초기 생산성 기여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이들을 온전한 한 명분으로 만들기 위한 교육비도 무척 큽니다. 더욱이 임원들에게 단기 성과에 대해서만 목을 조이는 작금의 실정에서는 굳이 신입을 채용해서 긴 시간 가르칠 여유나 이유가 없습니다. 현장의 중간 관리자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기껏 가르쳐 놓으면 퇴사해 버리거나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내 소중한 시간과 감정을 쓰느니, 차라리 AI와 일하는 게 속 편한 세상이 되어버린 겁니다.


기본기가 중요한 세상

그래서 역설적으로, 사회에서의 이런 기본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일을 하는 목적과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는 것은 아직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물론 몇 년 안에 AI가 이마저도 해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두 명 이상이 협력하며 일의 숨은 맥락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입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안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202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역 축제로 인해 예기치 않은 통신 장애가 발생하자, 자율주행 기업 크루즈(Cruise)의 무인 택시들이 교차로 한가운데 멈춰 서서 시내 도로를 완전히 마비시켰던 사례만 봐도 기계의 한계와 인간의 위기 대처 능력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죠. 매일 반복되는 동일한 업무를 보며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것, 동료와 의견을 나누며 다름을 인정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 현재까지는 이 모든 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빛나는 기본기입니다.


결혼도 같아요

이 원칙은 우리가 맺는 가장 밀접한 관계인 결혼 생활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일을 시작할 때 : 부부가 함께 가정을 꾸려가는 목적을 잊지 않고, 내 집 마련이나 자녀 교육 같은 목표와 서로의 역할(권한)을 명확히 나누어야 합니다. 그래야 흔히 말하는 독박 육아니 독박 벌이니 하는 원망 섞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꺼이 감수해야 할 서로의 희생과 배려도 함께 생각해야 하니까요.

두 명 이상 일할 때 : 중대한 결정을 내리거나 집안일을 할 때, 단순히 결과만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마음의 맥락을 공유하고 배우자가 서운함 없이 이해했는지 살펴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 갑작스러운 경제적 위기나 사고가 닥쳤을 때, 서로를 탓하고 원망하기보다 빠르게 대안을 찾고 가족이라는 팀의 동반자에게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합니다.

동일한 업무가 지속될 때 : 매일 반복되는 가사 노동과 육아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지쳐갈 때, 무작정 참거나 화내기보다 우리 부부에게 더 나은 역할 분담 방식은 없을지 시도해 봐야 합니다.

동료와 의견을 나눌 때 : 부부 싸움을 할 때도 상대의 감정과 입장이 그럴 수 있다고 일단 경청한 뒤, 감정적인 비난이 아닌 명확하고 차분한 근거로 내 서운함을 전달해야 합니다.


친구와의 관계는 어떨 거 같아요?

가장 편안해야 할 친구와의 생활에서도 이 기본기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일을 시작할 때 :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모임을 할 때, 회비(자원)는 어떻게 할지, 총무나 예약(권한)은 누가 할지 미리 정해두면 얼굴 붉힐 일이 없습니다.

두 명 이상 일할 때 : 친구 사이의 오해는 대개 앞뒤 맥락이 잘렸을 때 발생합니다. 서운한 점이 있다면 혼자 속앓이 하지 말고 그 세부적인 감정의 맥락을 진솔하게 꺼내어 공유해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 약속 당일 갑자기 누군가 못 나오거나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짜증을 내기보다 빠르게 남은 일행과 즐길 수 있는 대안을 찾아 공유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동일한 업무가 지속될 때 : 만날 때마다 똑같은 식당, 똑같은 술집에 가는 패턴이 지루해졌다면, 내가 먼저 새로운 장소나 색다른 활동을 찾아 친구들에게 제안해 보는 겁니다.

동료와 의견을 나눌 때 : 친구가 나와 전혀 다른 정치적, 사회적 의견을 내더라도 우선 그 입장을 존중해 주고, 내 생각은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성숙함이 우정을 오래 가게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맺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이 5가지 룰은 늘 작동합니다. 거창한 성공의 비결을 좇기보다, 오늘 하루 내가 맺는 관계들 속에서 이 5가지를 잘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 그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든든한 삶의 기본기일 것입니다.


끝으로 제가 ENTJ라서 이런 걸 정해놓으면 편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회사라는 사회만큼은 반드시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당신이 40%의 문을 뚫고 입사를 했다면 위 원칙을 고민하세요. 2023년 통계 기준으로 30대 초반의 혼인 경험 비율이 32%라고 합니다. 당신이 그 32%의 확률로 결혼을 했다면 당연히 더 고민하세요. 새로 생긴 기업이 5년을 버틸 확률은 34.7%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약 35%의 생존율을 뚫고 창업을 유지하고 있다면 직원들에게 꼭 이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일요일 연재